삶의 무게

삶의 무게 31

바라쿠다 2013. 4. 8. 23:26

" ..저기..  시간 있으면 커피 한잔 할래요? "

" 시간 많이 없는데, 한 30분쯤.. "

바리스타 학원에서 그동안 나를 유심히 살펴보곤 했던 청년이다.    나이는 얼추 30 정도 돼 보인다.

그닥 큰 키는 아니지만 곱상한 이미지를 풍기는 남자가 자주 흘깃거리는걸 눈치채고 있던 수진이다.

" 정류장 앞 전문점으로 가죠.. "

" 앞장 서세요.. "

간혹 학원 입구에서 마주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엉거주춤이지만 고개를 까닥이며 아는척을 하는게 귀여워 보였다.

학원이 끝난 시간에 윤수와 만나는 일 말고는 별로 할일도 없었지만, 대뜸 허락하는 모양새로 쉽게 보이기는 싫다.

얼마전 백천이와의 헤어짐도 있는지라, 새로이 남자 친구가 생긴다면 시간을 두고 꼼꼼이 살펴보리라 작정까지 했던

터이다.

" 열심히 배우던데.. "

" 어머~ 날 봤어요? "

" 그건 아니고, 그냥..  이뻐보이니까.후후.. "

" 눈이 꽤 높네요.호호.. "

테이블이 20여 개나 되는 넓은 커피 전문점에는 제법 손님들이 들어차 있다.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는 덕분인지 저절로 내부를 살펴보게도 된다.    

주방에는 주인인 듯 한 젊은 여자가 부지런히 커피를 내리며 바삐 움직이고 홀에도 젊은 아가씨가 둘이나 된다.     

윤수가 작은 가게를 얻어 주마고 약속을 해서 학원을 다니고 있는지라, 그네들의 작은 동선까지 꼼꼼이 살피게 된다.

" 벌써 한달째 지켜 봤는데 매일 혼자 다니더라구여, 남자 친구도 없이.. "

" 무슨 실례의 말을..  이 미모에 남자가 없길 바라다니.. "

" 애인이 있단 말이네요..  에이~ 실망이네, 없길 바랬는데.후후.. "

가까이서 보니 제법 단정해 보이고 얼굴 윤곽도 뚜렸하다.    눈매가 시원스럽고 콧날도 오똑한 편인데, 입술이 다소

가늘어 보이긴 하지만 키스는 잘하지 싶다.   

남자 친구로 삼는다 해도 친구들에게 흉은 잡히지 않을것이다.

" 보기보다 용기가 없으시네..   그런식으로 해서는 여자친구 하나도 못 사귈걸요, 요즘에 임자없는 여자가 어딨어요?

하기야, 그런 여자는 인기도 없겠지만.호호.. "

" 사귄지 오래 됐어요? "

" 하나는 1년이 조금 넘었구, 다른 친구는 이제 석달밖에 안 됐는데.호호..  욕심이 많은 여자라.. "

남자 친구가 그리 급할것도 없는 지금, 그와 편하게 맞상대를 하며 인간 됨됨이를 살피기로 마음 먹었다.

" 엥?  둘씩이나..  내가 들어갈 틈도 없겠네.. "

" 모르죠, 하는거 봐서 한쪽 귀퉁이에 끼여줄지.. "

" 뭐 좋아해요?   맛있는 걸로나 점수 따야지.. "

" 흠~ 다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히 쏘주는.호호.. "

" 주당인가 보네, 한잔하러 갈까요? "

" 고맙긴 하지만 오늘은 안되네요, 눈 빠지게 기다리는 애인때문에.. "

백천이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던 터라 쉽게 넘어가지는 않으리라 다짐까지 한 수진이다.

아직 학원에서 한달여를 더 배워야 했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리라 속으로 다짐, 또 다짐 해 본다.

 

" 그만 마셔, 죽으러 가니? "

" 짜증나서 그러지, 내일부터 자유를 구속당해야 하는 판에.. "

내일 아침 입대를 하는 기식이를 따라 진해까지 따라온 미영이다.

그동안 쌓인 정이 있어서인지 가슴 한쪽에는 짠한 기분까지 드는 마당인데, 연거푸 술잔을 기울이는 기식이를 보자니

더욱 속이 상하는 중이다.

훈련소와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식당안에 우리네와 같은 처지에 있는 커플들이 이별을 아쉬워 하는 모습들이 더러

눈에 띈다.

" 금방이래, 휴가도 나올테구.. "

" 누구는 좋겠다, 시집도 갈테고 나 같은건 안중에도 없겠지.. "

" 얘가 점점..  여기까지 내려와 줬더니, 시비나 걸구.. "

" 됐어..  나 휴가 나가면 만나 줄거지? "

" 너 하는거 봐서..  얌전히 훈련이나 잘 받어, 집으로는 편지해도 돼.. "

초저녁에 이곳에 도착해서는 미용실에서 머리부터 깍은 기식이다.    한껏 멋을 내고 다니던 녀석의 짧은 머리가 서늘해

보인다.

" 그래, 알았어..  여기까지 와 준건 고마워.. "

" 그만 마시고 가자, 아침에 속 쓰릴거야.. "

" 응.. "

언제나 다소곳하게 내 의견을 따라주는 기식이가 탁자에서 일어선다.

" 오늘 술값은 내가 낼께.. "

마지 못해 내 말을 따르면서도 얼굴이 밝지 않은 기식이의 팔을 꿰고 밖으로 나섰다.

 

" 그것 봐, 조금만 마시라니까.. "

" 별로 안 마셨어, 기분이 꿀꿀해서 그렇지.. "

내일이 입대하는 날이었기에 숙박업소마다 빈방이 부족했지만 간신히 모텔방을 하나 얻을수 있었다.

대충 욕실에서 씻는둥 마는둥 한 기식이가 막무가내로 옷을 벗기고는 서둘러 애무를 하기에 아랫도리를 밀착시켰건만,

몇번 그곳을 들락거리던 녀석의 물건은 번데기처럼 쪼그라 들고야 만다.

" 욕실로 와 봐. "

정호에게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이곳으로 내려 왔건만, 이대로 허무한 밤을 보낼순 없다.

제법 밤일만큼은 정호처럼 가르켜 주지 않아도, 시원스럽게 구석구석 불을 지르던 녀석의 물건을 어떻게든 우뚝 세워

욕심을 채우고픈 마음뿐이다.

" 이리 앉아.. "

" 웃~ 차가워.. "

샤워기의 물을 틀고는 변기 뚜껑위에 앉은 기식이의 몸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직은 찬물을 끼얹기는 조금 이른 날씨이기는 하지만 사정을 봐 줄 계제가 아니다.

타올에 바디샴푸를 묻혀 기식이의 몸 곳곳을 씻어 나갔다.    처음으로 녀석의 몸을 닦아 주는 턱이지만, 오랜동안 정들어

있던 몸이라 그런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제법 근육진 아랫배와 넓은 등판에도 비누칠을 해 댔고, 밑으로 내려와 녀석의 사타구니에 정성스레 거품을 묻히고는

맨손으로 몇번을 훓어내자 슬그머니 부풀어 오른다.

제법 물건이 딴딴하게 천정을 향해 일어 서는걸 보고는, 몸을 일으켜 평소 녀석이 탐을 내던 젖가슴을 입술앞에 가져다

대고 머리를 끌어 안았다.

" 먹어 봐, 부드럽게.. "

내 엉덩이를 감싸쥔 녀석이 젖가슴 골에 머리를 묻고 잘근잘근 혀를 놀려대자 느긋한 느낌이 몸 전체에 피어난다.

" 시간 많어, 오늘밤을 기억하게 해 줘.. "

녀석의 몸에서는 아직도 술냄새가 은은히 풍기지만, 그런걸 따지긴 싫다.

조금전 질러만 놓고, 허무하게 꺼뜨려 버린 불씨를 살리는게 더욱 절실했기 때문이다.

허벅지 사이에 녀석의 물건이 닿는가 싶더니 내 엉덩이를 그곳에 맞추고자 힘을 가해 오는 녀석이다.

" 아직 넣지마, 더 뜨거워진 다음에..  그래, 그렇게..  하아 ~~ 기식아, 날 잊지마..  하아 ~~ "

술기운으로 인해 내팽개쳐 버린 육욕의 느낌이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 시작함에, 스스로 엉덩이를 내려 이미 우뚝 솟아있는

녀석의 물건을 사타구니 속에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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