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29

바라쿠다 2013. 4. 2. 11:59

" 이제 그만, 하아~  빨리 올라와.. "

거듭 된 윤수의 애무에 충분히 몸이 달아 더 이상 참아내 지지가 않아, 가랑이 사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그의

머리를 끌어 올려야 했다.

" 얼른 넣어줘~ "

오늘따라 그의 물건이 더 단단해 진 느낌이다.     술을 마시지 않은 탓인지, 훤한 대낮에 그를 받아 들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뭏튼 평소보다 내 몸이 그를 더 원하고 있다.

" 딩 ~동.. 딩 ~동.. "

짓쳐 들어오는 그의 등을 껴안고 차츰 구름위로 떠가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다.

" 에이, 누구야..  잠깐만.. "

피어오르는 열락을 뒤흔드는 차임벨 소리로 인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윤수를 보며,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열기는

아쉽게 사그러 들었고, 역시 못내 짜증스러워 하는 윤수가 현관 옆 거실에 있는 인터폰으로 다가선다.

허연 엉덩이를 실룩이며 그 앞에 선 윤수가 단추 하나를 누르니 화면에 희미하게 방문자의 모습이 비친다.

" 아니, 쟤가..  잠깐 기다리거라.. "

마치 귀신에 홀린것처럼 허둥지둥 돌아선 윤수가 벗었던 옷가지들을 꿰어 입으면서 나에게로 다가온다.

" 자기야, 방에 좀 들어가 있어.. "

" 누군데 그래? "

" 며느리 감이야.. "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허둥대는 그에게 등을 떠밀려 안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게 어이가 없는 수진이다.

 

" 니가 웬일이냐.. "

" 반찬 좀 가지고 왔어요.. "

인터폰으로 기다리라는 말이 들린후에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현관문이 열린다.

혼자 산다는 시아버지 자리께서 보여주지 못할게 있음에, 문을 여는 시간이 늦을것이라는 예상을 할때 쯤이다.

"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그랬는데..  일단 들어오너라.. "

집에서 가져온 김치통을 내밀자, 할수없다는 듯 무거운 보자기를 받아 든 정호의 아버지가 등을 돌렸고 그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설수 있었다.

며느리감인 나를 어찌 생각하는지, 또한 그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함이었기에, 처음으로 들린 아파트를

유심히 살피기로 작정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현관에 놓여진 여자 구두였다.   

그것도 발목까지 오는 힐로 요즈음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신발이다.    나이가 있는 여자들이 신는 그런 신이 아닌 내 또래의

아가씨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인지라 의구심이 일기 시작한다.

그 옆에 나란히 힐을 벗고 거실로 올라가서는 눈치를 채지 못하게끔 빠르게 집안을 살피기로 했다.

" 그 쪽으로 앉거라.. "

김치통을 주방 냉장고에 넣기 위해 몸을 구부린 정호의 아버지를 보며 그가 가르킨 쇼파에 앉았다.

쇼파에는 방금전까지 누가 앉아 있었는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현관에 있는 힐의 주인이 이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으리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 건강은 괜찮으시죠?   엄마가 혼자 계시는 아버님이 걱정이 되신다고 백김치를 담아 주셨어요.. "

"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지 않아도 된다, 혼자서도 잘 챙겨먹고 있으니까.. "

" 그래도 모른척 하기가 죄송해서요..  우리 엄마도 그러셨어요, 아버님께 잘 해야 한다고.. "

" 난 번거로운건 딱 질색이야, 항상 집에 있지도 않고..   그러니까 담부터는 이러지 말거라.. "

이곳에 오면서 며느리감인 나를 반갑게 맞아주리란 생각까지 했건만, 굳이 호의를 받지 않으려는 태도가 어딘가 수상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보니 엇비슷하게 보조 쇼파에 앉은 정호 아버지의 바지춤이 조금은 이상스럽다.    

바지속으로 남방 셔츠를 넣느라고 넣긴 했는데 뒷춤 쪽은 그 셔츠가 길게 나와 엉덩이를 덮고 있었고, 셔츠 역시도 단추

하나가 잘못 꿰어져 있음을 간파할수 있다.

여자 방문객이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는것도 틀림없지만, 자신이 집안에 들어오기 바로 전까지 시아버지가 될 윤수와

지금 앉아 있는 이 쇼파위에서 뒹굴고 있었지 싶다.

아마도 갑자기 들이닥친 나로 인해 두사람은 허둥댔을 것이고, 그에 따라 문을 열어주는 시간이 늦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가는 미영이다.

" 근데, 아버님..  혹시 손님 오셨어요? "

" 손님이라니.. "

" 현관에 여자 구두가 있던데.. "

시아버지가 될 그의 주변 동향에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차에 궁금함은 풀어내고 싶다.

" 아~ 그거..  내 친구거야..  며칠전에 사정이 생겨 놓고 갔어.. "

" 친구분요?   아닌데..  젊은 사람이 신는 스타일인데.. "

" 얘가..  아니라니까, 친구야..   그 친구가 워낙 젊게 사니까 그렇지.. "

" 네~ 그러네요.. "

시아버지가 될 어른이 감추려고 하는데, 굳이 나서는 모양새로 캐묻기는 난감하지만 그 궁금증은 못내 떨치기가 어렵다.

 

하마터면 심장이 떨어지는줄 알았던 윤수다.

사전에 아무런 약속도 없이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미영이가 현관 옆 화면에 떴을때부터,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번씩이나 속으로 심호흡을 했는지 모른다.

결코 자랑할수도, 보여줄수도 없는 수진이로 인해 다소 당황스런 모습을 며느리감에게 보여준 것만 같아 지금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총기가 뛰어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현관에 놓여진 신발만 보고도 젊은 여자 손님이 왔냐고 물어 봤을때는 또 한번

말까지 더듬으며 찝찝한 모양새가 돼야 했다.

" 요즘에는 그렇게 짧은 치마가 유행이냐? "

좀 전까지는 놀래느라 미영이를 자세히 살필 겨를이 없었지만, 명색이 시아버지가 될 어른을 만나러 오면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태연하게 쇼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조금은 거슬린다.

더군다나 시아버지의 동선을 살피듯 캐묻는 것에 조금은 마음이 언잖기도 하다.

" 왜, 보기 싫으세요?   오빠는 좋다고 하는데.. "

"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내가 보기엔 좀 야해 보이는구나.. "

하기야 이쁜 여자 꽁무니만 쫒아 다니던 놈이니 어련할까 싶기도 하지만, 며느리감으로 점찍은 아이라 그런지 몰라도

조심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 탓이다.

"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께요.. "

" 아니다, 정호 녀석이 좋으면 됐다..   편한대로 하거라.. "

아들놈이 좋아한다는데 굳이 잔소리까지 할 필요도 없겠지만, 제법 얼굴도 이쁘고 몸매 역시 어디에 내 놔도 뒤지지 않는

며느리감을 구속하는 느낌도 든다.

우습기는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수진이와 비교를 해도 하등 모자름이 없는 미모를 지닌 며느리가 새삼 이뻐

보이기는 하다.

" 엄마가 언제쯤 만나야 되는지 여쭤보라고 해서.. "

" 글쎄다..  한번 생각해 보자, 이만 가야지? "

답답하게 방 안에서 숨어있을 수진이가 걱정돼 한시바삐 미영이를 쫒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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