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26

바라쿠다 2012. 12. 6. 20:51

" 배고파, 밥 줘.. "

" 잠깐만 기다려.. "

백천이와의 일로 적잖이 윤수를 괴롭히고는 그의 집에서 곯아 떨어졌었다.    아침 일찍 속이 쓰려 잠에서 깬 수진이는,

주방에서 보리차로 갈증을 달랬다.

심란한 마음인지라 거실 베란다까지 나와 백천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 봤지만, 답답하기만 할 뿐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1톤짜리 트럭을 구입하면서 보증까지 서 줬기에, 할부금을 모두 갚을때까지는 아무런 말썽이 없기만 바랄뿐이다.

뒤 늦게 일어 난 윤수가 방에서 나오는 기척을 듣고는 거실로 들어왔다.

배가 고프다는 내 앙탈에 싫은 기색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여는 윤수를 바라보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 내가 해 줄까? "

" 그냥 앉아있어, 내가 더 잘 해.. "

엊 저녁 백천이 대신 샌드백이 되어야 했던 윤수는 모든 화풀이를 기꺼이 받아 줬더랬다.

자신이 이뻐하는 여자가 다른 놈에게 간다는데도 불구하고, 그 남자에게 줄 선물까지 사서 안긴 윤수다.

그런 그가 한없이 믿음직하다.     씽크대로 다가가, 아침 준비를 하는 윤수의 뒤에서 허리를 품어 안았다.

" 웬일이래.. "

" 왜, 싫어? "

" 싫을리가 있나, 안하던 짓을 하니까 그러지.후후.. "

아빠의 품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또래의 백천이를 사귀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에게서 배신을 당하고 온 자신의

아픔마저 보듬어 주고자 한 사람이다.

그를 안았던 손을 풀어 바지춤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귀염둥이를 자극해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왜 이래, 국물 쏟아 져.. " "

" 가만히 있어, 내꺼 내가 가지고 노는데.. "

몇번 조물거리자 그 것이 부지불식간에 커지는 바람에, 바지춤이 비좁아 져 손이 자유롭지가 못하다.

혁대를 끄르고는 지퍼까지 내리자 바지가 바닥으로 흘러 떨어진다.     두 손으로 그 귀염둥이를 감아 훓었다.

" 어때, 좋아? "

" 응, 써비스가 만점이네.후후.. "

나이 많은 윤수가 아랫도리를 벗은채 씽크대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재밌어 보인다.

" 엉덩이가 디지게 귀엽다.호호.. "

고무 장갑까지 낀 채 주방에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는게 귀여워 보여, 그대로 놔 두고는 다시 식탁 의자에 앉았다.

" 이렇게 만들어 놓고 그냥 가면 어쩌누.. "

물이 묻은 고무 장갑을 낀 손을 양쪽으로 벌린채, 이쪽으로 돌아 선 윤수의 사타구니에서 그 귀염둥이가 덜렁거린다.

" 그럼, 어쩌라구..  지 멋대로 커진걸.. "

" 바지라도 입혀 주던가.. "

" 그냥 냅 둬, 이쁘니까.호호.. "

 

" 어때, 맛있어? "

" 응, 우리 할머니가 만든거랑 똑같애..   식당 차려도 되겠어.. "

김치찌게를 만들었는데 칼칼한 것이 입 맛에 맞는다.     아들에게 몇년동안 밥을 해 먹였다더니 솜씨가 제법이다.

" 며느리 감 만나봤어? "

" 내일 밥 먹기로 했어.. "

" 몇살이래? "

" 24.. "

" 나보다도 두살이나 많네..   도둑놈.. "

망나니 같은 아들과 결혼을 시킬 며느리감이 있다던 윤수였다.     그 며느리감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다.

" 나이는 따져 뭐 해, 걔는 며느리감이고 수진이는 친구잖어.. "

" 에그 ~ 며느리보다 어린 나랑 친구해서 좋기도 하겠다.. "

" 당연히 좋지.후후..   나도 같이 젊어지는데.. "

어찌 보면 그의 말대로 참으로 듬직한 친구를 얻은 듯 싶다.     나이가 많아 남들에게 내 보이지 못하는 것이 흠일 뿐이지

윤수처럼 나만을 위해 주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것이다.     누가 있어 그 처럼 보살펴 주겠는가 말이다.

" 그나저나 오늘 뭐하지, 크리스마스에 집에 붙어 있기도 그렇구.. "

" 백화점이나 가자, 부츠 하나 사 줄께..   니가 바쁘다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선물도 못했는데.. "

어제 낮 백천이를 만나기 위해 맘이 급한 덕에, 신발까지 사 준다는 윤수의 성의를 나 몰라라 하고 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

" 이따 오후에나 가지, 뭐.. "

" 그래, 그럼.. "

" 밥 다 먹었어, 담배나 하나 줘.. "

아직 식사중이던 윤수가 담배를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앞 날을 걱정해 주는 스폰서이면서 가장 편한

친구이기도 한 윤수는, 마냥 부려 먹어도 싫다는 내색이 없다.    아직도 아랫도리는 벗은채 거실까지 가서 담배를 가져온다.

" 추워 보이네, 여기.호호.. "

담배를 건네주고 다시 제 자리에 앉은 윤수의 사타구니를 발로 밟아갔다.     오히려 내 발보다 그 놈이 더 따뜻하다.

나머지 발마저 올려 두 발로 비벼 댔더니 또 다시 슬그머니 일어난다.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것 같아 재미마저 있다.

" 심심해? "

" 응..  근데, 얘는 왜 이렇게 반응이 빠르다니.호호.. "

" 니꺼라며..  주인을 알아보는 모양이지.후후.. "

" 빨리 먹어, 나 하고 싶어.. "

" 다 먹었어.. "

식탁에서 일어 난 윤수가 내게로 건너와 날 안아 들고는 안방으로 향한다.

 

수진이가 예전 기분을 되찾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 윤수다.

좋아한다는 녀석이 유부남인걸 모르고 사귀었으니 심적으로 많은 상처를 안았을 것이다.    그나마 사귄 기간이 짧은지라

쌓인 정이 없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 모른다.

술에 취해서는 마음의 아픔을 고스란히 내색 하더니,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모습을 보이는게

보기에 좋다.

" 오늘따라 더 이뻐보인다.. "

" 순 거짓말쟁이..  말만 뻔지르 하지, 그래서 내가 넘어갔지만.. "

침대에 눕힌 수진의 옷을 모두 벗겨내고 그녀의 나신을 감상하는 중이다.

" 어, 정말이야..  너한테 거짓말 못하는거 알면서.. "

" 어디가 제일 이쁜데.. "

" 다 이쁘다니까, 머리부터 발 끝까지.. "

" 그렇게나 이쁜데 딴 놈한테 줄려고 했니?   바보 같은 놈.. "

어쩌면 아픈 속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시늉이 더 힘들것이다.

" 아프면서 크는거야..   그러다 보면 제대로 된 놈도 만날수 있구.. "

" 또, 그런다..  추워, 빨리 해 줘.. " 

두 팔을 벌려 재촉하는 수진이를 안아갔다.      따스한 그녀의 살이 닿자마자 주책없는 그 놈이 또 일어선다.

 

'삶의 무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무게 28  (0) 2013.03.11
삶의 무게 27  (0) 2013.03.06
삶의 무게 25  (0) 2012.12.04
삶의 무게 24  (0) 2012.12.03
삶의 무게 23  (0)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