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27

바라쿠다 2013. 3. 6. 20:34

" 제법 암팡져 보여, 정호가 여자 하나는 잘 고른것 같으니까 당신도 눈여겨 봐 둬.. "

" 스타일이야 뻔하지, 뭐..   반반한 여자 꽁무니만 쫒아다니는 놈인데.. "

이미 미영이란 아이를 며느리감으로 점 찍은것 같은 와이프의 성화에 이곳으로 나온 윤수다. 

놀기만 좋아하는 아들 녀석을 꼼짝 못하게 틀어 쥔 며느리감이 믿음직스럽게 보인다고 했다.    

" 당신도 보면 맘에 들거야..   난 벌써 맘 굳혔어.. "

" 글쎄..  일단 만나나 보자구.. "

미숙이는 미숙이대로 미영이를 정호 아빠에게 선을 보여 혼사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다.

여자로서 자꾸만 나이를 먹다보니 그 전에 비해 초조해 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하나뿐인 아들 녀석에게 제 갈길을

살아 가게끔 만들어 주고 여자로서의 남은 생을 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영철이와 단 둘이 오붓하게 새롭게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아들 녀석을 빨리 결혼시키는게 옳치 싶은것이다.

" 보나마나야, 얘가 얼마나 영약한지 벌써 정호를 손아귀에 틀어쥔 것 뿐 아니라 장사도 제법 잘 해..  거기다 당신처럼

돈에 대해서 얼마나 악착을 떠는데.. "

" 그렇게 야무진 애가 정호를 좋아한다는게 믿어지지가 않네.. "

" 근데, 이이가..  우리 정호가 어디가 어때서..  쫀쫀한 당신에 비하면 훨 괜찮은 신랑감이야.. "

" 그래서, 내가 당신한테 못 해 준게 뭔데?    그저 벌어다 준 돈이나 쓰면서 호강한 주제에.. "

" 돈이 최고냐?   그 돈 다 싸가지고 죽을래? "

" 그만두자, 당신하고 얘기해 봐야 내 머리만 아프지.. "

이미 이혼하기 전에 수도 없이 부딪쳐 싸운 이유다.     더 이상 왈가불가 재론하기도 진저리가 난다.

그때 닫혀진 미닫이 문이 열리고, 방으로 안내해 준 종업원의 뒤로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더니 방 안으로 들어선다.

 

" 늦었나 봐요, 죄송해요 어머니.. "

" 아냐, 우리가 먼저 왔지..   인사드려, 정호아빠야.. "

" 처음 뵙겠습니다, 미영이에요.. "

적당한 길이의 정장 치마를 입은 며느리 감이 두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이는데 제법 이쁘게 생겼다.

" 그래, 반갑구먼.. "

" 우리 아까 주문한 정식으로 줘요, 미영이는 내 옆으로 앉아라.. "

" 네, 어머니.. "

애 엄마 곁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몸매도 나무랄데 없이 늘씬하니 보기에 좋을 뿐더러 생글거리는 입 모양이 눈길을

끈다.

" 편히 앉아, 식사할건데 무릎 구부리고 있으면 힘들어.. "

" 그래도..  아버님이 계신데.. "

" 편히 앉아요, 음식이 소화도 안 될거야.. "

" 감사합니다, 그럼.. "

내가 보기에도 어색해 보여 반 승락을 하자, 상 위로 손을 얹더니 엉덩이를 약간 모로 틀고는 두 다리를 옆으로 해서

고쳐 앉는다.

느닷없이 비교가 되는건 윤수로서도 알수 없는 일이었지만 자세히 보자니 키도 수진이보다 커 보였고 미모 역시 더

돋보인다.

흡족하지 않은 아들 녀석이지만 제법 이쁜 여자를 골랐다는 생각마저 든다.

" 우리 정호와 결혼을 하겠다고.. "

" 이이는..  그게 아니고, 정호가 미영이를 좋다고 쫒아 다니는거라니까..   미영이는 아직 어쩔까 생각중이래.. "

" 그게 그 말이지,뭐..  아가씨가 전혀 맘에도 없는데 끌려 다닐까..  그렇잖나, 미영이라도 했지? "

" 네, 아버님..  솔직이 아직은 오빠를 믿어야 할지 확신은 없어요, 워낙 노는데만 정신이 빠져 있는것 같구.. "

" 그래도 미영이 말은 잘 듣잖어..  그래서 정호 짝으로 제격인거야.. "

말을 나누는 중에 여종업원 둘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한 탓에 잠시 말을 끊어야 했다.

느닷없이 결혼을 하겠노라며 들이대는 아들 녀석과 그에 동조하는 제 어미의 허둥댐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강력하게 반대를 하는것도 뚜렷한 이유가 없기에 어찌해야 할지 약간은 혼란스럽다.

" 부모님들은 뭐라시는데? "

" 엄마하고 아빠는 제 뜻을 따르시는 편이지만, 제가 아직 어쩔지.. "

" 너무 걱정하지마, 지금처럼 정호를 잘 다독이기만 하면 재밌게 살수 있을거야..   그렇게만 해 주면 정호 아빠도 니들이

편히 살수있게 뒷바라지를 해 줄 능력도 있는 분이니까.. "

제 돈이 아니라고 멋대로 선심을 쓰고자 하는 여편네가 맘에 들지 않는다.    진작에 헤어지길 잘했다는 생각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는 윤수다.

" 근데, 이 사람이 무턱대고 그런 약속을 하면 어쩌누..   둘이 제대로 살아갈지 믿을수도 없는데.. "

" 자기 자식을 못 믿으면 누굴 믿어, 이번만큼은 절대 양보 못하니까 내 말대로 쟤들 혼인시키고 아파트도 하나 장만해

줘요.. "

" 아가씨 본인이 확신이 없다는데 덮어놓고 해 주라는게 말이 되나.. "

어차피 하나밖에 없는 자식놈이니 앞가림을 하게끔은 도와줘야겠지만 무턱대고 믿을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 근데 두분은 왜 따로 사세요?    만약에 오빠랑 결혼을 한다면 두분 다 모시고 살고 싶은데.. "

" .................... "

" 나중에 천천히 알아도 돼.. "

느닷없는 며느리감의 공격에 할말을 잃은 윤수다.     전 와이프인 웬수가 대신 입막음을 하고 나서 주는게 고마울 정도다.

" 그럼, 아버님은 식사며 살림을 혼자 하시는거잖아요..   제가 밑반찬이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

" 신경 써 주는건 고마운데 그렇게까지 안해도 돼, 나 혼자서도 잘하고 있으니까.. "

음식점에서 나온 음식들이 도통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모래 씹는 기분만 든다.

 

" 어땠어? "

" 좋은분 같애, 아버지도.. "

" 아파트 사 준대지.. "

" 그건 아직 몰라, 그치만 오빠가 잘하면 그러기가 쉽지 싶더라..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 "

정호의 부모와 식사를 하고 피씨방으로 돌아온 미영이다.     궁금함을 참지 못했을 정호가 가게로 들어서는 나를 보고는

바짝 다가와 붙는다.

" 사 줄거야, 안 사 주면 엄마가 재산 분할 신청까지 한다고 했으니까.. "

" 아버지 재산이 많은가 보네, 소송까지 한다는걸 보면.. "

" 완전히 구두쇠라니까, 그 많은 돈을 움켜쥐고 풀지를 않어.. "

" 그렇게 사는게 맞어,이 바보야..  오빠처럼 그렇게 써 제끼다간 얼마 못 가 거덜 나.. "

도대체가 부모가 잘 사는것 빼고는 믿을 구석이 없는 인간이다.    그나마 순진한 구석이 있어 당분간 손아귀에 넣고

부려 먹기는 쉽겠지만 언제 어느때 삐딱하게 나갈지 장담할 인간은 못되지 싶다.

" 얘가 완죤 사람 무시하네..   누가 그래, 내가 엉터리로 산다구.. "

" 사람이 좀 솔직해 봐..  오빠 스스로 돈 벌어본 적 있어?   여기만 해도 부모가 차려준거잖어.. "

" 그래서, 날 못 믿겠다는거야? "

" 믿을만한 구석이 있어야 믿지..  나중에 아버지가 물려준 돈 다 날려버리면 도대체 뭘로 날 어떻게 먹여 살린건데.. "

만약에 정호랑 결혼이란걸 하게 된다면 좀 더 확실하게 움켜 쥐어야 할 것이다.

아까운 내 청춘을 믿고 맡겼는데, 몇년 안 가 정호가 어줍잖은 행동을 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이혼녀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별 걱정 다하네, 우리 아버지 재산이 얼만데..  모르긴 해도 50년 동안 먹고 써도 다 못 써보고 죽을거야.. "

" 난 그런거 싫어, 돈 보다는 날 위해 열심히 사는 오빠 모습이 더 좋걸랑.. "

" 참 너도 별나다, 그냥 있는 돈이나 쓰면서 편히 살자는데 뭣 땜에 지지리 궁상으로 살겠다는건지.. "

나중에 부모의 재산을 물려 받는다 치더라도 정호가 흥청망청 쓰게끔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 아버지는 무슨 음식 좋아하셔? "

" 그건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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