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35

바라쿠다 2012. 12. 3. 09:46

" 웬일이야, 이렇게 일찍.. "

" 이사님 좀 뵈려구요.. "

" 안녕하세요.. "

느즈막히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개그맨 배기태가 기다리고 있다.     그의 전속 매니저인 미스최의 동생 순호와 함께였다.

" 얼굴은 좋아보이네.. "

" 조금 바쁘긴 해도 순호랑 같이 다니니까 좋긴 좋대요.후후..   차 안에서 자고 있어도 다 알아서 데려다 주니까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진작 매니저를 둘걸.. "

미스최가 커피를 가져다 놓고 같이 앉는다.     제 동생이면서 같은 사무실 식구지만, 배기태가 몇군데씩이나 밤업소에

출연을 하는 바람에 집에서는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 애기는 잘 크지? "

" 강아지랑 놀더니 많이 좋아졌어요, 와이프도 힘이 덜 들고..  고맙습니다, 이사님.. "

" 내가, 뭘..  돈이나 많이 벌어, 그래야 와이프도 편해지는거야.. "

" 네..  저기, 왕경노라고 아시죠? "

" 알지, 걔도 꽤 잘 나가든데.. "

" 어제 행사를 같이 했거든요..   나랑 같은 조건이면 우리 사무실로 오겠다는데.. "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는 배기태를 위해 사무실에 다소 불리한 계약을 했던 것이데, 그 소문이 퍼지게 되어 그의

동료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준 격이다.

" 자네야 열심히 사는 모습이 맘에 들어 그런 조건으로 계약을 한 게지만, 다른 친구들한테까지 그렇게 해 주기는 힘들어..

그 친구가 10%를 더 낸다면 생각해 보지.. "

이제부터는 조금씩 상향 조절을 할 시점이다.     이 조건 역시 다른 기획사에 비해 당사자들로선 구미가 당길것이다.

" 지금 통화해 볼께요.. "

핸폰을 꺼내 들고는 왕경노랑 통화를 하기 위해 안쪽 사무실로 들어가는 배기태다.

" 미스최 ~ "

" 네, 이사님.. "

" 순호 봉급 10만원 올려 줘.. "

" 입사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올려요? "

" 순호가 잘 했기 때문에 새로운 식구가 생긴거야..   당연히 포상을 해야지.. "

" 아직 모르잖어요.. "

" 무조건 될거야, 두고 봐.. "

예상한대로 안쪽 회의실에서 통화를 끝내고 나온 배기태가 일이 잘 됐노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 모두들 잘 들어..   우린 한 식구야, 물론 봉급 받는만큼만 일 하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회사가 커 나가기 위해서

어찌해야 할지 머리를 맞 댔으면 좋겠어..   그냥저냥 내 일만 매달리지 말고, 좋은 의견이나 기태처럼 새로 계약할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도 추천을 하란 말이지..   회사가 커야 니네들한테도 도움이 되게끔 도와달란 말이야.. "

순호에게 응분의 포상을 직접 목격한 그네들이 회사일에 더 열성을 보여주길 바랬다.     나 혼자 이리뛰고,저리뛰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작은 힘이나마 여러 사람이 보태준다면 훨씬 활기가 넘칠것이다.

" 네, 이사님.. "

" 명심하겠습니다. "

" 며칠 있다가 이연우 땜에 라디오 방송국을 돌아야 하는데, 그 쪽에 우리 사무실 로고가 박힌 기념품을 돌리고 싶어..

뭐가 좋을지 의견들을 내 봐..   기발한 아이템을 생각한 사람에겐 보너스를 줄테니까.. "

" 어머..  그 보너스가 뭐래요? "

" 그것도 같이 의논들 해 봐..   되도록 여러분의 의견을 따를테니까.. "

모두들 의욕이 넘치는 눈빛들이다.    가끔씩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독려를 해 줘야 한다.

회사 대표만의 이익만이 아닌, 직원들에게도 응분의 댓가가 돌아간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 엄미리는.. "

" 우리끼리 한잔 하고 있으래..   니네 사무실로 끌어 올 배우가 있대나.. "

엄미리 집에서 가까운 교대 곱창집에서 민식이와 마주 앉았다.     그녀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나온 자리다.

이서영을 소개시켜서 우리 사무실 소속으로 만들어 준 사람 역시 엄미리다.    

사무실 소속 연예인들이 늘어 나는걸 바라는 내 의도를 잘 알기에 동료 배우들과 접촉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 재미는 자주 보냐? "

" 그럼, 완전 찰떡 궁합이야.후후.. "

" 잘 됐네..  매너 지키면서 잘해 줘.. "

" 걱정하지 마, 내가 매너빼면 시체 아니냐..   근데, 엄미리가 먼저처럼 하고 싶다더라.. "

" 그건 또 뭔 소리야.. "

주위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는 민식이다.

" 그 날 니가 보는 앞에서 한판 벌렸잖냐..   그게 더 흥분이 됐던 모양이야, 자기가 섹스하는걸 니가 지켜보고 있다는게 

더 짜릿했다면서.. "

" 참 내, 무슨 소린지.. "

" 나도 다 들었어, 임마..   너랑도 몇번 했다며, 그런식으로 느껴보고 싶대.. "

" 쓰리썸을 하잔 얘기야? "

" 왜, 못 할것도 없지..   난 몇번 경험이 있는데.. "

" 허~ 그 여자 보통 물건이 아닐세.. "

제목은 알수 없지만 비슷한 주제가 있는 외국 영화를 본 기억이 있고, 그런 야동도 보긴 했지만 직접 경험한 바는 없다.

민식이와 그녀가 뒤엉킨 모습을 보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터라 은근히 기대가 되긴 하다.

" 미안, 많이 늦었지.. "

" 동훈이랑 술 마시느라 심심하진 않았어요.. "

소주병 두개를 비울때 쯤 곱창집 안으로 엄미리가 들어섰다.     나이에 비해 젊고 이뻐 보이는 그녀의 출현에, 옆 좌석

남자 손님들이 곁눈질을 한다.    

타이트한 검은색 치마에 같은 색 스타킹을 신은지라 제법 섹시해 보이는 때문이다.

" 누이는 점점 이뻐지네..  세월이 무상해.. "

" 치~ 또 놀린다..   참, 내일모레 박선희랑 만나기로 했어..   서영이랑 같은 조건이면 자기도 계약하겠대.. "

" 그래?    소속사가 없었나.. "

박선희라면 한창 줏가가 오른 주연급 배우다.    영화 감독들이 선호하는 배우중 하나인 것이다.

" 없긴..  내가 동훈씨 자랑 좀 했지.. "

" 야 ~ 대박이네..   고마워, 누이..   언제 한턱 쏠께.. "

" 됐어, 자기하고 나 사이에 무슨..   근데, 남자들끼리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밌어? "

" 민식이가 쇼킹한 얘기를 하던데.. "

" 무슨 얘기? "

스스로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어보는 그녀의 눈빛이 요염하기까지 하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보통의 이쁜 여자로

보이지만, 침대 위에서의 그 모습은 상상도 못할만큼 뇌새적인 여자로 변해 버린다.

주위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민식이와 나눈 얘기의 주제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나와 민식이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그 눈빛은, 마치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의 눈과 사뭇 닮아 보인다.

" 술잔이나 받으슈..  난 맨정신으로는 도무지 어색해서, 원.. "

" 도대체 뭔데 그래.. "

" 누이 자꾸 모른척하면 그냥 갈랍니다.. "

" 어머, 왜 그래..  알았어, 마실께.. "

계속 모르는 척 하는 그녀가 얄미워 보여,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했더니 옷 소매까지 잡으며 매달린다.

" 솔직하게 말해 봐, 누이도 경험있지? "

" 아냐, 진짜로..   그런 필림만 봤어, 정말이야.. "

" 나도 처음이야..   민식이만 경험이 있는거네.. "

" 별거 아냐, 평상시처럼 즐기면 돼..   조금 색달라서 빨리 흥분은 되지만.. "

" 민식씨는 양주 마셔야지.. "

빨리 거사를 치르고 싶은지 민식이를 핑계 삼는다.     나까지 덩달아 기대가 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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