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세식구

한지붕 세식구 20

바라쿠다 2011. 9. 9. 11:50

나와 미진이의 사랑놀음이 끝날때까지, 그녀 연옥은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미진이를 데리고 갈증이나 풀자고 거실로 나왔다.       연옥이는 냉장고에서 내용물을 꺼내, 잔뜩 늘어놓고 일하고 있다.

일하는게 일하는 것이 아닐것이다.          자신의 남자를 친구에게 맡기고 맘이 편할리가 없을것이다.

" 이 야밤에 뭐하고 있냐..    방에 들어 오지도 않구..   미진아 ~ 맥주한잔 하자. "

" 지지배 ~ 소원 풀었네.. 호호..    금방 얼굴 핀것 좀 봐..    그렇게 창호가 잘 해 주디 ~ "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하지만, 속으로는 아닐것이다.           태연 해 보이지만, 내심 이를 악 물고 있을것이다.

" 저 년이..   별걸 다 물어보네.. 호호..    지 가 더 잘 알면서 .. "

미진이가  교자상에 맥주를 올려놓고는 얌전히 앉아, 두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르더니 자기 잔에도 술을 채운다.

" 건배하자,  우리의 첫날밤을 위하여 ~~  미진이 기분좋게 해 주느라고 땀을 뺏더니, 하늘이 다 노랗네..후후.. "

아직도 응어리진 내 마음은 풀리질 않는다.            연옥이를 향한 분노가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냉장고를 정리한 그녀가 우리들 곁으로 와 앉는다.           오늘 그녀의 감정을 확인 해보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 연옥이, 너 혼자만 옷을 다시 입었네..   우리 둘은 벗고 있는데..   설마 삐진건 아니지..   니가 허락한 일인데..."

" 삐지긴 내가 왜.. 호호..    그동안 미진이도 우리를 지켜 보느라고 힘들었을텐데.. "       

" 그럼, 그래야지..   나도 연옥이 너  좋으라고 동서를 소개했는데..   앞으로 우리 셋이 있을때는 이렇게 벗고 있자구.. "

서로 맥주를 따라주면서 건배를 하고  웃으며 (겉으로만, 아니..미진이만) 즐거운 분위기다.

" 미진아 ~ 너 집에 꼭 들어가야 되니 .. "  

연옥이의 반응을 보기위해, 미진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 아니 ~  창호씨..    근데 왜 물어 보는데.. "

" 우리 첫날밤이잖어 ~  걍 셋이서 같이 자고 아침에 가지..   그리고 창호씨가 뭐냐..   걍 자기라고 불러라.. "

" 호호.. 난 좋지 ~  연옥이 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           

순간이지만 연옥이의 얼굴이 변한걸 보았다.

" 에이 ~ 연옥이는 신경쓰지 말라니까..    친구한테 잘 해 주라고 한 사람인데 뭐.. "

침대위에 나를 중심으로 나란히 누웠다.     미진이 혼자서만 기분이 좋은지 연신 재잘거린다.

내 오른쪽에서 팔베개를 하고서는 내 거시기를 자기것인양 주무르고, 연옥이는 자는척 하는것이다.

생각 같아선 미진이와 한번 더 해서 연옥이를 약 올리고 싶었지만, 체력이 딸려서 자신이 없다.

 

자고 일어나니 침대에 나혼자 덩그라니 남겨져 있다.       해가 중천이다.  12시 가량 된듯 싶다.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연옥이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베란다로 가져나간다.             날 보고서도 별 반응이 없다.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자신이 친구한테 넘기듯이 해 놓고, 이제사 의리를 따지자는건지 알수가 없다.

뭐 낀 놈이 성낸다고,  그동안 미진이를 멀리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제와서 내 책임으로 미룰려고 하는건지..

또 다시 연옥이에 대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내 방식대로 밀어 붙일수 밖에...

집안일을 하면서도 아침밥을 차려줄 생각을 안 한다.     아니, 아예 눈도 마주치려 하질 않고 자기 할일만 하고 있다.

" 띵 ~ 똥... 띵 ~ 똥 ~ "

미진이가 들어선다.      연옥이가 할수없이 반긴다.      아까는 찬바람이 씽씽 불더니, 미진이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이  자존심에 먹칠을 할수도 있기에,  나한테 까지도 웃음을 보이는척 할수밖에...

" 자기야 ~~ 아침 먹었어...    자기 먹일려고 육회 좀 가져왔는데.. "    

이제는 대놓고 자기란다.     연옥이 표정이 볼만하다. 

" 역시 신랑 챙겨주는건 우리 미진이밖에 없네..    연옥이는 아침도 안 주던데.. "       

미친척 하며 미진이를 안으며,  뽀뽀를 해 준다.           응원군이 왔으니 지가 어쩔것인가.

" 시간이 12시가 지났는데 아침도 못 먹었어...    야 ~ 지지배야, 시간이 몇신데 아침을 안 줘..   우리자기 허기 지겠네.. "

" 이 년이 아침부터 지랄이네...    안 주기는..    여태까지 쳐 자다가 방금 일어났구만.. "          

미진이하고 나 사이에서 어떤 제스쳐를 취해야 할지 갑갑할 것이다.     연옥이를 수렁에서 꺼내 줘야지 싶다.

" 야, 미진아 ~ 니 둘이 친구 사이인줄은 알겠는데..   연옥이가 너 보다는 형님이야.    너는 나한테 시집온지 하루밖에

안 된게 형님한테 대드냐..    너, 연옥이 한테 까불면 나한테 짤리는수가 있다, 조심해라.. "

" 너, 이 년.. 들었지..   어디서 까불고 있어.. "                

" 연옥이는 첫째고, 너는 둘째야..   항상 잊지마..     너는 집에가면 미진아빠라도 있지만 연옥이는 그게 아니잖어.. "

" 둘째야 ~ 이 형님이 힘드니까, 니 가 밥상 좀 차려서 창호 좀 챙겨줘라.."         

미진이가 눈을 흘기며 삐죽인다.    하지만 연옥이를 구해줘야 할 시점이다.    또 푼수같은 미진이를 잡아 놓아야 했다.

" 그렇지만 저 년하고 나는 친구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자기하고 연옥이가 사귄 세월보다 훨씬 오래 됐는데... "

"  미진아 ~ 아직 우리나라 족보는 남자 위주로 하거든..   억울하면 미진아빠 둘째로 연옥이를 들여 앉히든가... "

푼수같은 미진이가, 이해타산을 따진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해답은 없을거다.      나도 해결 할수 없음인데...

" 미진아 ~ 너 말이야..   나 좋아하니...   계속 만날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는거야... "     

 

미진이가 아침 밥상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그 실력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나름대로 노력하는 건 칭찬할 일이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놓은것에 불과하지만,  미진이 자신이 가져온 육회를 내 수저에 올려 놓으며 스스로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 연옥아 ~  아침은 미진이가 차렸으니까,  니가 냉장고에서 소주한병 꺼내와라.. "

교통정리를 해야할 시간이다.      그전에  미진이가 들이 댈 때부터 걱정하던 일이라, 어느정도는 매듭을 짓고 가야 했다.

그녀들에게 소주 한잔씩을 따라주고, 첫잔이기에 건배를 했다.        해장술을 들이키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미진아 ~ 잘 들어 봐..     너는 이쁘고 귀여워..    먼저번에도 얘기했지만, 니 가 싱글이라면 내가 들이 댔을거야...

하지만 나는 연옥이하고 먼저 인연이 엮어 졌거든...     니 가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연옥이가 싫어하면 다시는 너 랑

못만나...     연옥이는 나에 대한 우선권이 있어..    내말을 이해한다면, 연옥이 한테 형님이라고 한번  불러봐.. "

한참을 고민하는 미진이다.         단순한 성격에 친구를 형님이라 부르는건 제 스스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 알았어..    형님 ~ 연옥이 형님 ~ .. "              

" 오냐 ~ 동서..    앞으로 형님 말씀 잘 들어라.. 호호 .. "          

" 연옥아 ~  니 가 좋아 하는데..   그게 좋아 할 일만 있는게 아냐..    미진이는 자기 성질을 죽여 가면서까지, 너 한테 형님이라

불렀어..    한번 묻자..    연옥이, 너..  형님소리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   미진이는 너 한테 승복한게 아니고..  

하기싫어도,  나 때문에 형님소리를 했을거야..   넌, 나 때문에 성질 죽일수 있겠냐.. "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오늘 말빨 잘 먹힌다.        어디가서 사기를 쳐도 유명해 지겠다.

" 형님과 동서는 상하관계가 아니고, 서로 합심해서 아껴줘야 같이살수 있어..    니들 두년이 서로 잘 났다고 싸움질

이나 해봐라..    내가 누구편도 못들고 골치 아프겠지..    그럴경우엔 내가 떠나면 그만이야..   니들은 계속 싸우면 되겠네.. "

연옥이나 미진이 둘다 말을 못한다.             내 말이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고, 내가 떠난다는데 지들이....

 

" 연옥아 ~ 안주거리 사러 시장가야지.. "             

일단은 두 여자의 입막음을 하고서 한숨을 돌렸다.

" 미진아 ~ 너도 같이 가자.. "                    

그러나 언제 또 싸울지 알수 없다.     사실 나도 여자들은 자신이 없다.

택시를 잡아타고 영등포시장으로 간다.            이 여자들이 경쟁하듯이 양쪽에서 팔장을 끼고 놔 주질 않는다.

시장을 보면서도  뭐가 좋은지 두 여자는 낄낄거리며,  좌판 골목골목을 누빈다.     시장에서 오래있는 여자들이 싫다.

별로 좋은 데이트 코스는 아니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면, 그걸로 남자로서 할일은 다 한 것이라 본다.

오늘은 시장에서 산 재료들이 꽤 많다.             택시를 잡기위해 복잡한 시장골목을 빠져 나가는 중이다.

" 둘째야 ~~ 형님 짐이 많아 보인다..    얼굴 이쁜 니가 더 들고 가야지..   형님 똑바로 모셔라.. "

시키는대로 군소리가 없다.        아니, 군소리가 아니고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앞장서서 걷는다.

그녀의 포장마차에 도착해서 짐을 푸는중에,  장 보면서 빼 먹은 조미료를 사러  미진이가  편의점으로 갔다.

" 연옥아 ~ 너, 나하고 할 얘기있지...    미진이한테 5 백만원 빌렸다믄서..    시간있을때 나한테 설명해야지.. "

그녀가 깜짝 놀래며,  어쩔줄 모르고 허둥댄다.

" 니 가 설명해서 내가 이해 할 때까지, 미진이랑 같이 있는걸 질투하지 말어라...   니 가 자초한 일이야.. "

마침 심부름 갔던 미진이가 돌아온다.    여전히 즐거운지, 꼭 신접살림 차린 철부지 같은 그녀다.

" 미진아 ~ 나 배고프다.  집에 가서 밥 좀 줘라..    니  집에는 조금 늦게 가도 괜찮지? "

 

미진이가 차려준 밥상앞에 앉아 반주 겸 저녁을 먹는다.      여러시간을 겪으면서 미진이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을수 있었다.     

내가 그녀와 몸을 섞었다고 해서 두둔 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에는 얼굴만 이쁜 푼수로 취급했었다.        같이 했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일이 다 설명 할순 없지만,  현재의 그녀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라는 점이다.            물론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심스러운 요소를 안고 있는 그녀 때문에 복잡한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고역일수밖에...

" 미진아 ~ 너 한테 궁금한 점이 많은데,  물어 볼 때마다 정직하게 대답 해 줄수 있겠니.. "

" 알았어,  뭐든지 물어봐..   솔직하게 말 해 줄께..   그리고 자기가 뭘 물어볼지 대충은 알것 같애.. "

허, 이 푼수가 이런점도 있네..   대충 안다면 제 속셈은 차릴줄 안단 얘기네..    같이 한잔씩 마신다음 물었다.

" 일단, 내가 제일 걱정되는건 바로 너야..    우리사이가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니 신랑이라도 알게 되면 니 가

제일 피해를 많이 보게 될텐데..    나야말로 떠나 버리면 그만일테지만... "

" 그건 자기가 걱정 안 해도 될거야..     물론 애아빠가 알면 좋진 않겠지만,    사실은..  연옥이한테는 비밀인데 예전에

양평동 살때 다방마담하고 오랫동안 바람을 피웠어..   말려도 안 들어서 사촌오빠가 경찰이라,  현장을 덮쳤거든..

이혼 직전까지 갔었는데..    다방마담한테 깡패 남편이 있더라구.. 속은 애아빠가 나한테 용서를 빌고.. "

엉성해 보이던 그녀가 새롭게 인식된다.           그래서 노래방가서 소리 지르고 싶다고 했고,  용서아닌 용서를 해주고

나서도 울분을 삭이지 못해 살림은 뒷전이고,  술이 고파서 친구들하고 어울렸던 것이고...

" 또 한가지,  앞으로 우리 세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니.. "

" 솔직이 큰 욕심은 없어..     자기가 여러차례 얘기 했잖어..     두사람과 달리,  나는 좋던싫던 법적인 신랑이 있으니까 

창호씨를 갖고 싶다고 내사람이 될수도 없고..    지금 현재로서는 애아빠하고 잠자리를 할려고 하다가도, 그 년하고

모텔에서 뒹굴던 생각이 나서 그게 집중이 안돼..    어제 자기하고 하면서 느낀게 몇년만인지도 몰라..

걍 자기하고 좋게 지내다가, 언젠가는 가정으로 돌아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먼저 떠나고 싶어.. "

너무도 이쁜 그녀다.    사랑스럽다.     절대로 푼수가 아니며, 오히려 연옥이보다  알찬 구석이 많아 보인다.

" 미진아 ~ 니 얘기 들으니까  더 이뻐 보인다..   히히 ~ 갑자기 니 속살이 보고 싶은데..  벗어라.. "

창밖은 아직도 밝은데, 우리는 걸치고 있던걸 모두 벗어 던졌다.        서로의 입에 술을 담아, 상대의 입 안으로 부어줬다.  

안주도 손으로 집어주고,  그녀의 그곳에 술을 따라 계곡주라는 것도 마셨다.

" 미진아 ~ 나 말이다..    니 신랑한테 미안해 하지 않을란다..   그래도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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