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하게 취기가 오를 무렵, 담임 선생 일행을 데리고 로리의 숙소로 왔다.
오피스텔 거실에 만들어 놓은 칵테일 바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지 입이 찢어지는 담임이다.
" 어쩔려고 그래, 적당히 했으면 그만 헤어지지.. "
" 이왕에 담임한테 대접하는건데, 제대로 해야지.. 한잔 더 하고 끝낼테니까 그냥 맡겨 둬.. "
미경이가 걱정을 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틀렸다. 앞으로도 유정이의 학교 시간을 조절해야 함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사람이다.
그저 돈봉투나 안겨 주는것 보다는, 로리 자매와 재밌게 보내는 술자리가 더 효과가 있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로리 자매와 성적인 접대까지 할 생각은 없거니와, 그런 대접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아까 낮에 학교에서 거드름을 피운 담임에게, 잔뜩 기대만 심어주고 아쉬움만 남기게끔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로리와 엘리야가 양주를 셋팅했고, 기분 좋게 몇순배 술잔이 돈 후에 점차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 미경씨가 노래나 하나 하지, 로리하고 엘리야는 춤추고.. "
어색하다며 빼려는 미경이를 독려해서, 그녀들 셋에게 야한 무대복까지 입혀 밤 업소에서처럼 노래하고 춤추게 했다.
예상대로 그녀들의 공연을 지켜보는 담임과 동료 선생은, 어쩌지 못하고 수컷의 본능이 꿈틀거리는 눈빛이 됨을 봤다.
" 어때요, 잘 하죠? "
" 네, 정말 기가 막히네요.후후.. "
" ~ 비오는 골목길에 ~ 두 손을 마주잡고 ~~ "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롱 드레스를 입고 간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는 미경이도 그렇지만, 배꼽이 빤히 드러난
무대복에 가는 허리를 뒤틀어 가며 야한 춤을 쳐 대는 로리 자매의 자태에 넋을 잃은 모습들이다.
자신들의 지갑을 열어가며 놀러 온 업소는 아니기에, 그녀들의 야한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있을것이다.
" 짖궃긴.. 안 돼 보이더라.. "
담임과 동료 선생이 얼추 취해 갈 즈음, 내일 일이 바빠 그만 끝내자는 내 말에 아쉬움을 달래며 숙소를 나가는 그들을
지켜 본 미경이의 말이다.
" 그럴려고 시작했는데,뭐.. "
" 그렇게 약까지 올릴 필요는 없잖어.. "
" 왜 없어, 있지.. 당신 처음 만났을때 담임이 어땠어, 은근히 무시한다는 생각 안 해봤어? "
" 조금 그렇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럴 필요까진 없었잖어.. "
" 난, 무시당하고 살기 싫어.. 그까짓 선생이란 직함으로 거만을 떠는것도 싫고.. 제대로 학부형 대하듯이 점잖게
나왔으면, 나도 똑같이 대했을거야.. 자기가 가르키는 학생 엄마 다리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놈이 어딨냐? "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하게 되면 지켜야 할 도리란게 있는것이다.
물론 이쁜 여자를 보면 눈길이 가는거야 당연하겠지만, 자신이 처한 위치가 다름 아닌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사회적인 규범상 선생이 학부모를 만나 처할 예의란게 있다.
더군다나 남자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못된 짓을 버젓이 하는게 괘씸했다.
" 삐지지 않았을까? "
" 삐지면 대수냐.. 두고봐라, 술 마시고 싶어서 또 연락 올테니까.. "
" 여기서 잘거야? "
" 집에 가야지, 유정이 혼자 있는데.. 대리 불러야겠네.. "
" 미스최, 안녕.. "
" 네, 이사님 좋은 아침.. "
" 어머, 이사님 술 많이 드셨죠? "
" 야~ 우리 미스리 제법이네.후후.. "
미스최는 전화 통화를 하는 중이라 수화기를 손으로 누르고 대충 고개만 까딱였을 뿐인데, 새로 사무실에 출근하기 시작한
미스리가 용케 어제 저녁 과음한걸 알아 맞춘다.
" 커피 드셔야죠.. "
" 주면 고맙지, 미스최보다 맛있게 타 줘.. "
" 어머머, 여태까지는 맛이 없었다는 얘기예요? "
통화를 끝낸 미스최가 짐짓 삐진척 하며 건너편 쇼파에 앉는다.
" 어이구~ 우리 미스최가 아침부터 강짜를 부린다니.. "
" 그러지 마, 언니..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흉 봐.호호.. "
" 야, 이윤희 ~ "
" 미스리가 내 맘을 들여다 보네.후후.. "
" 이사님 ~ "
" 자, 이제 그만하고 회의나 하자.. "
" 회의요? 갑자기 무슨 회의.. "
" 뭐, 회의라기보다 매일 아침 이렇게 티 타임을 갖자구.. 소속사 식구들 스케줄하고, 우리들이 오늘 할 일에 대해서
서로가 알고는 있어야지.. "
새로 사무실 인원이 보충 된 이유도 있지만, 소속 연예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게
프라임이 해야 할 의무일 것이다.
그 전처럼 몇 안되는 연예인들의 관리만으로 때우던 일상에서, 불어나는 소속사 식구들의 동태도 파악하고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사무실 직원들이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격식은 아닐지라도, 그네들이 긴장은 풀지 않게끔 매일 다독여 주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 오늘 방송이나 행사가 있는 식구들부터 체크하자구.. "
" 네, 이사님.. "
연속극 촬영이 있는 탈렌트와 녹화가 있는 개그맨들의 스케줄을 미스최가 나열을 한다. 소속사 식구가 늘어난 탓에
그만큼 챙겨야 할 부분도 많아 보인다.
미리 예행 연습이라도 해 둬야, 더 큰 기획사가 됐을때 허둥거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것이다.
" 그리고 이연우씨가 연락이 왔는데요, 자기가 방송국에 직접 다니면서 피알까지 해야 하느냐면서 짜증을 내던데.. "
며칠전에 만났던 가수 이연우의 곡이 완성됐지 싶다. 큰 기대는 없지만 기획사로서의 책임은 져야 한다.
" 그 노래 보내달라고 해, 방송국에 갖다 주게.. "
아무래도 기자 친구놈인 황철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지 싶다. 일차적으로 라디오에 그 노래를 뿌려 볼 생각이다.
" 라디오에도 아는 분 있어요? "
" 아는 사람이 어딨어, 그냥 밀어 붙어야지.. "
" 그 노래가 히트만 치면 우리 프라임도 대박날텐데.. "
그나마 미스최라도 프라임의 앞날에 희망을 품어 준다는게 다행스럽다. 혼자서 동분서주 뛰어 다니는것 보다 갑절로
힘이 보태질 것이다.
" 앞으로는 미스리가 커피를 탔으면 좋겠는데.. "
" 어머, 제가 탄 커피가 더 맛있어요? "
" 커피야 다 똑같지, 미스리가 동생이잖어.. "
" 이사님 커피는 그냥 제가 탈래요.. "
" ....그러던지.. "
자기가 좋아서 한다는 일을 굳이 말릴 필요도 없지만, 말려서도 안 될 노릇이다. 제 딴에는 내게 호감을 보이고 싶어
자청해서 커피를 타 주겠다는 것인데, 여자의 마음을 서운하게 만들어서는 안되지 싶다.
미세한 것 하나에도 예민한 여자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 좋을건 없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을 모른척
받아 줘야만이 뒤탈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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