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만나는거야? "
" 응.. 한번도 안 가 봤어.. "
" 에구~ 엄마라는 사람이.. "
" 갈 주제가 돼야지.. 맨날 밤무대서 일 하느라 시간도 없었지만, 학교에서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어째.. "
어느 위치에서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돈이 있고,없음에 따라 대우가 틀려지는
세상이다.
가뜩이나 궁핍하게 사는것도 억울한데, 그런 직업을 가졌다고 남들에게 손가락질이라도 받을까 싶어 주눅이 들어있는
미경이가 안스러워 보인다.
프로덕션의 장PD를 만나 대략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 의논을 하고는 카메라 테스트를 다시 한번 받기로 했다.
앞으로 바빠질 것임에 유정이의 담임을 만나기로 하고, 승용차를 가져 와 미경이와 함께 학교로 가는중이다.
" 니가 어때서, 내 눈엔 이쁘기만 한데.. "
" 피~ 자기나 그렇지.. 다들 색안경을 끼고 본다구, 엉덩이나 흔든다면서.. "
없이 살다보니 피해 의식이 생기고, 남의 눈치를 보는것까지 당연시 된 폭이다. 마음씨가 여린 탓도 있을것이다.
" 그 엉덩이가 어떤데.. 니가 생각하기 나름이야, 그 엉덩이 더 흔들어 줘.. 속으로는 부러우면서도 겉으로는 아닌척
하는거니까.. 자신있는 여자가 더 이쁜 법이야.. "
" 진짜? "
" 내 말 믿어.. 앞으로는 당당하게 어깨펴고 다니게 해 줄께.. "
" 진짜 믿는다~ 틀리기만 해 봐라.. "
미경이가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녀가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을 보자니 괜시리 화가 치민다.
" 처음 뵙겠습니다.. "
" 반갑네요.. 이 분은? "
" 유정이 삼촌입니다, 김동훈입니다.. "
유정이의 담임과 상담실에서 인사를 나눴다. 우리 또래 정도로 보이는데, 눈알을 자주 굴리는게 즉흥적으로 보인다.
" 죄송해요, 찾아 뵙지도 못하고.. "
" 별 말씀을.. 그래, 어떤일로.. "
간이 의자 세개를 끌어다 빈 공간에 놓고 마주 앉았는데, 담임의 눈길이 대 놓고 미경이의 치마 밑을 살핀다.
" 바쁘실테니까 제가 말씀드리죠.. 우리 유정이가 탈렌트가 됐어요, 학교를 자주 빠져야 할지도 몰라서 협조를
부탁드릴려고 왔습니다.. "
" 아, 네.. 좋은일이네요.. 하지만 학교도 나름 출석일수라는게 있는지라, 너무 빠지게 되면 곤란한데.. "
말을 하면서도 담임의 눈은 연신 미경이의 몸을 훓고 있다. 그것도 조심스레 훔쳐보는 것도 아니고, 당연시 대 놓고
흘깃거리는 수준이다. 슬며시 부아가 이는 중이다.
" 담임께서 곤란하시면 교장께 직접 말씀드릴까요? 정 안되면 여기 장학사도 제가 아는 사람인데, 김호철이라고.. "
" 아뇨, 그러실것까지야.. 담임인 제가 어떻게 해 봐야죠.. "
" 그렇게 해 주시면 고맙구요.. 저녁에 시간 되시면 술이나 한잔 하십시다, 당신 시간되지? "
장학사까지 들먹이자 아차 싶었는지 손사래까지 치는 담임이다. 감히 내 여자를 흘깃거리는 녀석에게 겁을 주고자
한 얘기지만 그 장학사는 실지 당숙뻘이다.
금새 저자세가 된 녀석을 보자니, 확실하게 틀어 잡자는 생각마저 들어 미경이에게 눈짓까지 했다.
" 시간이야 만들어야지.. "
" 됐어, 그럼.. 친한 선생님 한분 더 모시고 나오세요, 이쁜 아가씨가 두 사람이라.. "
" 아이구~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시니.. "
" 별거 아닙니다, 기획사에 있다보니 이쁜 애들이야 지천으로 깔렸죠.후후.. 우리 유정이랑 같이가도 되겠죠? 선생님은
이따가 따로 뵙기로 하고.. "
"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시죠, 유정이를 곧 내려 보내겠습니다.. "
담임이 상담실을 나가자, 미경이가 내 무릎을 자기 쪽으로 잡아 돌린다.
" 자기 어쩔려구 그래.. "
" 뭘 어째, 이 기회에 내 편으로 만들어야지.. 로리한테 전화나 해, 저녁에 숙소에서 기다리라구.. "
" 거기까지 데려가게? "
내 생각을 알리없는 미경이는 모든게 불안한 표정이다. 그저 남들에게 고개만 숙이고 산게 버릇이 됐을 터이다.
이번 기회에 미경이도 남자들을 상대하는 법까지 가르쳐 줄 심산이다.
" 아까 못 봤어? 당신 다리보면서 침 흘리는거.. "
" 그렇다고 로리까지 붙여 줘? "
" 내가 미쳤니, 약이나 바싹 올려놔야지.. "
" 무슨 소린지.. "
" 시키는대로 해, 재밌을거야.후후.. "
" 담쌤이 물어보길래 우리 삼촌이라고 했지,뭐.. "
" 잘했어, 다른 말은 없었지? "
학교까지 찾아와서 자기 담임을 만나줬더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뒷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팔뒤꿈치는 양쪽
운전석과 조수석 등받이에 나란히 얹은 자세로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
" 응.. 디지게 응큼하다, 우리 쌤.. 애들 다리만 훔쳐보는거 있지.. "
애들 눈이 더 영약한 법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란 작자가 못 된 행실에 빠져 있는것이다.
" 그래 보이더라.. 앞으로는 학교 끝나면 사무실로 와라, 연기수업 받아야 돼.. "
" 매일이요? "
" 그럼.. 제대로 배워야지.. "
이왕 이계통에 발을 들였으면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어영부영하다가 도태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외면당하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 노는 날도 없어요? "
" 후후.. 주말엔 쉬게 해 줄께.. 유정이 먼저 집에 들어가라.. "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웠다. 미경이와 함께 백화점에 다녀 올 생각이다.
" 엄마는 안 내려? "
" 삼촌이랑 갈데가 있어.. "
" 치~ 나만 빼놓고.. "
유정이를 내려주고 차를 돌렸다. 미경이가 궁금한지 고개를 돌리고 쳐다 본다.
" 어디 가는데.. "
" 백화점에.. 옷 몇벌 사자.. "
" 웬일이래.호호.. 오늘 횡재했네, 속옷까지.. "
" 잘 꾸미고 다녀, 이 참에 헬스도 좀 다니고.. 여자가 아랫배가 그게 뭐냐.. "
" 내 나이가 몇갠데.. "
" 그러니까 운동을 해야지, 사극 하나로 끝낼래? "
이서영이랑 나이 차도 별로 없건만 더 들어 보인다. 지금이야 화장술로 커버를 한다지만, 몇년 앞을 내다보고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이 본인의 진가도 인정받을수 있지 싶다.
" 될까? 밤고양이처럼 인이 박혔는데.. "
" 부지런을 떨어야지, 노년엔 편히 살아야 할거 아니냐.. "
" ....한번 해 보지,뭐.. "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당연한 듯 옆에 붙어 팔짱을 끼는 미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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