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26

바라쿠다 2012. 11. 21. 09:56

탑 기획에서 방출된 바와 다름이 없는 이연우를 만나기로 했다.

그냥 사무실에서 만나면 다른 사람들의 눈도 피할수 있어 무난하리라 생각했건만 굳이 호텔에서, 그것도 남의 눈을

피한다며 가족 연회 룸에서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첫 만남부터 씁쓸한 기분이다.

" 어서와요, 이연우씨.. "

" 네, 반갑습니다.. "

" 식사는 하셨고? "

" 그냥 커피나 마시죠.. "

나이가 이제 33인지라 나 역시 반 하대를 한 폭이지만, 그 역시 약속시간에서 무려 20분이나 늦고서도 미안한 기색도

없는 심드렁한 표정이다.    

이래저래 첫 인상이 좋을리도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1시간에 10만원이나 하는 사용료와 그 곳에서 주문한 커피값만 해도

5만원은 넘지 싶어 본전 생각까지 하게 된다.

제 아무리 3,4년 전에 방송 3사에서 서로 모셔 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가수였다 할지라도, 지금에야 한물 간 가수 취급을

받기에, 탑에서 버렸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수밖에 없다.

호텔 제복을 입은 직원이 룸으로 들어 와 이연우와 내 앞에 커피를 내려놓고 나갔다.

" 이연우씨 조건부터 들어 볼까요? "

" 탑에서 있던 조건이면 됩니다, 수익금의 40%에 밴을 하나 배정해 주시고 기사를 딸려 준다는 조건이면.. "

" 밴이라면 스타크래프트를 얘기하는 거겠죠? "

" 네, 그 정도만 해 주면 그 쪽 사무실로 당장 옮길께요.. "

이미 한물 갔다고는 하지만, 정상에서 놀아 본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조건이 만만찮다.

스타크래프트를 원한다면 우리 사무실 능력으로는 실상 어렵다고 보여진다.    차량 가격만 해도 1억이 훌쩍 넘을것이다.

생각 같아선 처음 이미지부터 마땅치 않아 없는 일로 해 버리고 싶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와 최소한의 거리는 

유지할 생각이다.

" 솔직하게 얘기하죠..  난 그쪽으론 잘 몰라요, 내가 투자하는 만큼 이연우씨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내가 밀어주면

성공할 확신은 있어요? "

" 김이사님도 나를 믿지 못하는군요, 내가 이번에 만든 곡이 있는데..  만약에 그게 대박이 나면 어쩔겁니까? "

" 이렇게 하죠..  이연우씨가 만든 곡이 히트를 친다는 가정하에 모든 조건을 받아 들이죠.. "

그가 발표한 곡이 히트만 한다면 얼마든지 투자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미리 사무실에서 돈이 나갈 필요도 없이 그의

동향에 맞춰 결정하면 될 일이다.

" 좋시다, 까짓거..  그렇게 합시다.. "

자존심이 상한듯 이연우의 대답이 호쾌스럽다.     

 

" 네, 김동훈입니다.. "

~ 저, 이서영이요.. ~~

" 알고 있어요, 무슨일이라도? "

~ 아뇨, 오늘 촬영도 없고 심심해서..  소주 한잔 사 주세요.. ~~

" 저야 영광이죠, 어디서 볼까요.. " 

미경이가 사전에 해 준 말도 있고 해서 이서영의 핸폰을 받고는 그녀와의 앞 일이 궁금해 진다.

그녀가 가르쳐 준 과천쪽 한정식 집으로 가기 위해 남태령을 넘는데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차량들이 꼬리를 문다.

엄미리의 집에서 처음 본 느낌대로 아직도 싱싱해 보인다.     나름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듯 감색 정장 차림이다.

" 바쁜 분을 불러낸 것 같애요.. "

" 같은 식구잖아요, 자주 봐야죠.. "

이서영이 먼저와서 주문을 한 덕에 음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정식 전문 코스집이라 제법 격식있는 음식들이

차례로 날라져 온다.    

생긴 모습과는 달리 소주를 들이키는데 털털한 성격이지 싶다.

" 멀리까지 오시라고 해서 미안해요, 제가 좀 낯을 가리는 편이라.. "

" 그러시겠죠, 눈에 띄는 미인이신데.후후.. "

" 에이~ 한 물 간지가 언젠데..  너무 띄우시네여.. "

" 진짠데.후후.. "

만나자는 용건이 궁금하긴 하지만 내 쪽에서 먼저 꺼낼수는 없다.    무릇 남녀사이라 할지라도 대인 관계에 있어 속을

먼저 내 보이는 쪽이 아무래도 불리한 법이다.    그녀의 성향을 살펴 보면서 느긋하기로 했다.

" 이사님이 저랑 동갑이던데..  말띠.. "

" 내가 말띠인건 맞는데 서영씨 프로필 나이는 그게 아니던데.. "

" 맞아요, 말띠..  데뷔할때 나이를 속여서 그렇지.. "

" 아, 그렇구나.. "

" 우리 편하게 지내도 되지 싶은데, 어때요?    동갑끼리.. "

" 그러죠, 뭐.후후.. "

" 처음부터 말 놓긴 그렇겠지만, 편하게 친구처럼.호호.. "

나이가 같으니 친구처럼 지내는거야 허물이 되지는 않겠지만, 차칫 이성간의 감정이라도 생긴다면 반길 일은 아니다.

연예계라는 곳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못할 뿐더러, 그 여파로 인해 당사자인

이서영이나 나에게도 치명적인 데미지가 될수가 있다.

연인이 되어 사귀는 동안이야 주위의 시선 따위는 하등 꺼릴게 없을지 몰라도, 어떤 이유로든 헤어지게 된다면 보통

사람들보다 곱절로 힘들수 밖에 없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 자주 만나요, 동훈씨랑 술 마시니까 너무너무 편하다.호호.. "

" 나도 그러네, 진짜 친구가 된것처럼.. "

서로간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며, 학창시절 얘기도 해 가면서 나름 즐겁게 얼큰할수 있었다.

제법 강단이 있는지 헤어질때까지도 자신의 속을 드러내지 않은 이서영이다.    이쁜 얼굴에 가득 환한 웃음까지 지으며

그녀가 손을 흔든다.    

프라임에 와서 나름 일도 재밌고, 성취감 역시 커 가는 중이지만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여자들과의 인연일듯 싶다. 

 

" 삼촌..  나, 배고파 쓰러지는줄 알았어요.. "

" 미안하다, 유정아..  한번만 용서해 주라.. "

미경이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는 자축을 하자며 미리 약속을 잡았는데, 이서영과 술자리가 길어지다 보니 9시가

넘은 시각에 도착을 하게 됐다.

" 저녁은 먹은거야?    밥은 있는데.. "

" 아냐, 됐어..   술이나 한잔 하자구.. "

" 벌써 한잔 한것 같은데, 뭐.. "

유심히 내 동선에 촉각을 세우는 것 같아 조금은 부담스럽다.

" 케이크에 불은 붙여야지.. "

아마도 이사 기념으로 케잌까지 사 온 모양이다.     유정이가 주방에서 케잌을 가져와서는 거실 탁자에 올려 놓는다.

미리 준비한 와인과 몇가지 안주가 있는 탁자 위의 조명을 끄고, 초가 꽂혀있는 케잌에 불까지 붙이니 제법 분위기가

그럴듯 하다.

" 내가 따라줄께.. "

어린줄만 알았던 유정이가 와인 뚜껑을 열고는, 각자 앞에 놓인 그라스에 술을 따른다.

" 우리 건배해요, 삼촌.. "

" 그래야지, 우리 앞으로 다들 성공하자.. "

" 이 년이..  넌, 콜라 마셔.. "

" 엄마, 너무하는거 아냐?    와인은 술도 아닌데.. "

두 모녀가 다투는걸 보면서 부럽기까지 하다.     겉으로야 다투는것 같이 보이지만, 서로간에 주고받는 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 그만들 싸워, 자식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 " 

남자 나이 40이 낼 모랜데, 같이 살 부비고 살 여자가 없음에 허전할 때가 많다.

모녀간에 서로 걱정도 해주고 토닥거리는걸 보면서, 그런 도토리 키재기마저 새삼 정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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