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25

바라쿠다 2012. 11. 18. 23:30

" 당신도 한잔하지 그래.. "

음식 솜씨가 별로인 미경이가 정체 불명의 찌게를 내 오더니 소주잔에 술을 따른다.

" 참을래, 얘한테 술 주정하기 싫어.. "

유정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말없이 외박한 잘못에 대해 따지겠다는 기세다.   

홀로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미경이 역시 예민할수 밖에 없을것이다. 

" 그냥 마셔, 담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나도 유정이 안 봐..   유정아, 엄마 잔 가져 와.. "

" 네.. "

눈치 빠른 유정이가 잽싸게 일어나 잔 하나를 가져온다.

" 자, 건배하자.. "

" 뭔 좋은일이 있다고 건배까지 한다니.. "

" 당신도 어지간히 눈치가 없네, 일단 마셔.. "

그녀의 잔에 부딛치고 단숨에 털어 넣었다.     마지 못한 미경이가 입에 술잔을 가져갔고, 유정이는 양쪽의 눈치를

살핀다.

" 이사부터 해.. "

" ....이사라니.. "

" 아파트 하나 얻어놨어, 그리로 옮겨..   공짜로 주는건 아냐, 유정이 출연료에서 다달이 얼마씩 뺄거니까.. "

" 어머~ 아파트로 이사가요? "

" 거기가 어딘데? "

유정이가 반색을 했고 미경이도 싫지않은 표정이다.     어차피 이사를 시킬 계획이었고, 유정이를 당분간이라도

친구들과 떨어 뜨려 놓는게 좋을성 싶기에 서두르기로 했다.

" 우리집 근처야.. "

" 너무 비싼덴 아니지? "

10여년을 이 곳에서 어렵게 살았다고 들었다.    갑자기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한다니까 걱정이 되는 모양새다.

" 유정이를 키워 볼 생각이야, 제대로만 풀리면 금방 갚을수 있어..  유정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렸지만.. "

" 저, 열심히 할래요 삼촌.. "

"그래라, 실망시키지 마.. "

" 네..  삼촌, 내가 한잔 따라 드릴께요.. "

" 그래도 괜찮겠어? "

집에 왔을때 두 모녀가 대치하고 있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벌써 이사 갈 생각으로 부푼 기색들이다.

" 내가 다 알아서 할께.. "

" 자고 갈거야? "

몇잔 같이 마시며 기분이 좋아진 미경이가 유정이를 흘낏 쳐다보더니 내 기분을 살피고자 한다.

" 유정이도 있는데 가야지.. "

" 내가 친구집에서 자면 되는데.. "

" 임마, 그건 안돼..  앞으로는 몸가짐 똑바로 해야 돼..  그 때문에 이사 가는거니까.. "

 

" 반갑습니다, 김동훈입니다.. "

" 얘기 많이 들었어요..  상필이가 칭찬 많이 하던데, 물건이 하나 들어왔다고.. "

탑 기획의 이사인 천수용과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는 중이다.    그쪽에서 방출한 아이돌 가수 쟈니스와 이연우에 대해

사전 지식도 얻을겸, 유명 기획사의 운영 방침도 알아 볼 욕심이 있었다.

" 그럴리가요, 전혀 이쪽으론 초짠데..  앞으로 많이 도와주셔야죠.. "

" 별거 없어요, 사람 사는건 다 똑같으니까..  다다익선이죠.후후.. "

" 저희야 천선배께서 건네준 애들이 탐나기는 하지만, 가수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

" 부디치다 보면 누구나 할수 있어요, 요즘에야 조금 세분화 되기는 했지만.. "

" 그래도 음반을 취입 한다던지, 방송국에 로비하는 나름 노하우도 있을테고, 그 애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솔직이

자신이 없네요.. "

솔직하게 까발리고 도움을 청하는게 낫지 싶었다.    우리 프라임과는 비교 자체가 안되는 대형 기획사에 몸 담고 있는

사람에게 한자락 깔 여유도 없는 입장이다.

" 작곡이나 음반을 만드는 사람은 내가 추천을 하면 될게고, 방송국에 알리는건 김이사가 직접 해야 할거요..  그게

밥줄인데, 아무리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도 거기까진 힘들어요.. "

천이사의 말대로 그것까지 바랜다는건 너무하지 싶다.    제대로 된 노래 하나만 건질수 있다면 한번 고려해 볼만도 하다.

배우나 개그맨들의 고정 수입도 좋지만, 가수가 발표한 곡이 히트만 된다면 그에 따른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고 들었다.

" 우리 선배랑 가끔 한잔 하신다면서요?    언제 한번 시간 좀 내 주시죠.. "

" 그럽시다..  오늘은 내가 선약이 있으니까 담에 연락할께요.. "

 

" 진짜 오늘 회식해요? "

"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나.후후.. "

일반 회사와 달리 화요일이 가장 한가한 편이다.    새로 들어온 사무실 미스리와 로드 매니저로 뽑은 미스터 박까지

도합 4명뿐인 회식이지만, 나름 신입 사원들의 성향도 알아볼 겸 일부러 시간을 냈다.

미스최의 동생 순호는 배기태의 스케줄이 많아 참석하지 못했지만, 가끔은 사무실 식구들과 모임을 가질 생각이다.

" 미스리 나이가 25? "

" 네, 곧 26이 되요.. "

" 미스터 박은 24이고? "

" 네.. "

연희가 좋아하는 곱창집으로 와야 했다.    요즘 들어 사무실이 바쁘게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작은 실수도 없이

후배들을 잘 이끄는게 이쁘게 보여 악세사리라도 하나 사 줄 생각이다.

그녀가 중심을 잡아 줘야만이 그에 따라 내 일도 무난하게 돌아 갈 것이다.

" 위계질서들 잘 지켜..  우리 사무실이 연예인들을 상대하다 보니까 화려한 것만 보일지 몰라도, 식구들간에 호흡이 잘

맞아야 해.. "

" 네, 이사님.. "

" 네.. "

" 자, 건배나 한번 할까? "

" 네,호호.. "

곱창이 익는 연기가 피어 오르는 중에도 웃음을 띤 직원들과 마주하고 있으니 새삼 투지가 솟는다.   

이들과 함께 프라임을 크게 키워 보란듯이 내 능력을 떨쳐 보이고 싶은 욕심까지 든다.

" 미스터 박, 하나 묻자..  만약에 니가 픽업할 연예인이 갑자기 사라졌으면 어쩔래.. "

" ....................... "

" 미스리, 미스최가 갑자기 몸이 아파 출근을 못했다면 어쩔거냐.. "

" ....그거야, 뭐.. "

" 대답은 한가지야..  무슨 일이 됐던지 나에게 즉시 연락한다, 알겠냐? "

" 네, 이사님.. "

" 치이~ 회식 자리에서도 사무실 얘기뿐이래니..   아휴~ 일벌레.. "

직원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내일의 할일이 떠 오른다.    빠른 기간내에 프라임의 규모를 키워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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