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28

바라쿠다 2012. 11. 23. 11:53

" 아침부터 어딜 만져.. "

" 그냥 한번 만져 본거야.. "

기분좋게 수면을 취한것 같은데, 사타구니 사이를 건드리는 느낌에 눈을 떳다.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었는데 미경이가 턱 밑에까지 얼굴을 들이대고는 미소를 띠고 있다.

" 유정이는.. "

" 학교, 조금전에 인사하고 갔어.. "

" 여길 들어왔다고? "

" 괜찮어, 유정이도 자기가 맘에 드나 봐.. "

이심전심이라고 미경이와 유정이가 남 같지 않게 느껴졌으니, 그네들과 그런 마음이 통할수도 있다.

이사오기 전에도 그 집에서 자고 가고자 한 적이 있었지만, 방이 벽 하나를 두고 뚫려 있는지라 차마 그러질 못했다.

" 임마, 그래도..  다 큰 애 앞에서.. "

" 이불 덮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 봤어..  이럴땐 디지게 순진하다니까, 에구~ 귀여워.. "

내 코를 쥐고는 흔들어 댄다.    그만큼 내가 편하다는 뜻인만큼 기분이 나쁠리는 없다.

" 어제 했으면 됐지, 또 붙잡고 늘어지냐? "

" 어떠냐, 있을때 써 먹어야지..  아낀다고 내꺼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

" 하여간에 뻔뻔하기는.. "

결혼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와이프처럼 스스럼없이 구는 미경이가 살갑기는 하다.

" 됐어, 그냥 장난친거야.. 겁 먹기는..  몇시까지 출근할건데? "

" 오늘은 한가해.. "

일이 없을지라도 사무실에 나가는게 도리에 맞겠지만, 일요일도 없이 일에 매달리다 보니 하루쯤은 긴장을 늦추고 쉬고

싶은 게으름이 생긴다.

" 고뤠~   동훈씨 ~ "

" 목소리가 왜 그래..  누리끼리하게.. "

" 나랑 시장에나 가자.. "

40이나 된 나이에 착착 감기고자 하는 그녀가 밉지는 않다.    오히려 그런 마음씨가 순수해 보여 보살펴 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 시장?   거긴 왜.. "

" 가자~  남자가 시장 바구니 들고 여자옆에 서 있는게 부럽더라.. "

" 어이구.. 별게 다 부럽네..  같이 가 주면 뭐 해 줄건데.. "

" 뭐 해 줄까, 말만 해.. "

" 무대에서 보니까 당신 춤 추는게 은근 섹시하더라..   홀랑 벗고 한번 보여주라.후후.. "

" 밝히기는..   좋아, 까짓거.. "

남자든, 여자가 됐든 술을 마시고 정을 쌓다보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계기가 생기는 법이다.

별것도 아닌 시츄에이션이지만 시장에 가서 시장 바구니를 들고 옆자리를 지켜 달라는 얘기는, 그만큼 평범한 삶조차

부러워 했다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 빨리 따라 와.. "

결국 미경이의 바램대로 시장 바구니를 들고 그녀의 기분을 맞추는 신세가 돼야 했다.

" 부탁이 있는데, 생선은 안 먹을란다.. "

벌써 미경이의 뒤를 쫒은지가 30분이 지났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저 시장을 휘젖는

그 재미에 빠져 이곳저곳 헤매는 중이다.

" 저기도 가야지.. "

" 거긴 당신 혼자 가.. "

" 에이그~ 남자가 배짱도 없어요..  약속은 없던걸로 하든지.. "

마네킹에 속 옷들을 입혀 놓은 언더웨어 매장으로 들어가는 미경이다.

알몸으로 춤을 추는 그녀의 섹시함을 즐기고 싶긴 하지만, 남자로서 여자 속옷 매장까지 들어 선다는게 좀 그렇다.

이제 갓 스물이 넘어 보이는 매장 직원의 환대를 받고서는, 나이깨나 먹은 어른이 주책이라 할까 싶어 낯이 따갑다.

" 어느걸 보여 드릴까요? "

" 자기야~ 어떤게 이뻐? "

속이 훤히 비치는 검은색 슬립을 들이대는 미경이의 장난스런 모습에 젊은 직원이 입을 가리고 웃는다.

" 그냥 적당히 해, 어린 아가씨 앞에서 남세스럽게.. "

" 아녜요, 손님..  부러워서 그러는건데..

" 자기가 무안해서 그러면서, 핑계는..   어느게 더 맘에 드냐구?   벗겨 줄 사람이 골라야지.. "

" 호호.. "

" 그냥 둘 다 줘요, 아가씨.. "

" 네, 손님.. "

" 이왕이면 팬티도 골라 줘.. "

아예 팔짱까지 끼고는 애교를 부린다.    여자 팬티 종류가 하도 많아 어지러울 뿐이다.

" 팬티는 아가씨가 몇개 골라주지.. "

" 네, 손님..  야한걸로 드리면 되죠? "

" 어머나,호호..  완전히 찍혔네.호호.. "

나를 변태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는, 마냥 신이 난 듯 웃어 제끼는 중에 핸폰이 울린다.

" 그래, 나야.. "

~ 유정이를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이사님 핸폰 번호를 가르쳐 줬어요.. ~~

사무실에 새로 들어 온 미스리다.    아직 TV에 유정이의 얼굴이 나오지도 않은 참이다.

" 유정이를?   미스최는 뭐 하는데.. "

~ 옆에 있어요, 저한테 연락드리라고 해서.. ~~

" 그래, 알았어..  수고들 해.. "

어찌 유정이를 알게 됐는지 모르지만 얼굴이 알려진건 반가워 할 일이다.

" 유정이가 왜.. "

" 또 살게 없으면 그만 가지.. "

 

" 뭐 입어야 돼? "

" 당신이 선 봐?   그냥 엄마처럼 입어.. "

방송국에 갔다가 유정이 프로필 사진을 봤다는 중앙 프로덕션의 연출자를 만나기로 했다.

" 자기가 보기에도 유정이가 이뻐? "

" 이쁘기도 하지만 카메라 앵글이 잘 받는대..   좋은 일이지,뭐.. "

" 맨날 말썽만 피우더니, 이런 일도 생기네.호호.. "

" 무조건 야단이나 치지 말고 잘 지켜 봐..   앞 일은 아무도 모르는거니까.. "

연기력만 제대로 받쳐 준다면 지명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연기 선생이라도 수배를 해야지 싶다.

" 에이~ 마땅치가 않네.. "

" 그 옷이 괜찮아 보이네.. "

침대에 옷들을 늘어 놓고 고민을 하는 미경이다.    힘들게 살아왔으니 외출복이란게 넉넉할수 없었음이다.

" 이건 너무 밋밋하잖어.. "

" 그걸로 해, 그 친구 만나고 유정이 학교까지 다녀오자구.. "

담임을 만나러 가면서 너무 튀는 옷을 입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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