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46

바라쿠다 2012. 11. 22. 18:22

" 형님은 욕심이 너무 많어.. "

" 왜? "

선우 엄마가 병원에 있는 동안만큼은 준호와 둘이 오붓하게 지낼수 있을것이다.    

배가 잔뜩 불러서도 좀처럼 준호를 내 방으로 보내주지 않는 형님이 야속하기만 한 요즘이었다.

" 그렇잖어, 아까도 자기랑 둘이만 집에 남아있는게 싫으니까 질투나 하고.. "

" 그려러니 해요, 쌍동이를 낳고는 예민해서 그러는거니까.. "

" 아니라니까..  자기가 잘 해야 해.. "

" 왜, 나까지 끌어들여요..  안 그래도 눈치 보여 죽겠는데.. "

" 이게 뭐야, 절반씩 똑같이 나눠야지..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이.. "

" 글쎄, 왜 그러나 몰라..  예전엔 착했는데.. "

무슨 남자가 형님 손아귀에만 쥐어 사는지 답답할 뿐이다.    가게에서 일을 부려 먹으면서도 당연한 듯 미안함도 없다.

배가 부른 뒤로는 집안일까지 모두 내 차지였다.    가게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집안일까지 끝내고서 준호에게

안마라도 받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건만 모르는 척, 안방으로 준호를 불러 들이곤 했다.

" 자기가 얘기좀 해 봐, 하루씩 번갈아 자겠다고..   겨우 일주일에 한번뿐이니.. "

" 퇴원하면 얘기해 볼께요.. "

" 진짜지? "

" 네.. "

선우 엄마가 병원에 있는 며칠동안은 준호를 내 침대에서 재울수 있다.    갑자기 준호가 사랑스러워 보인다.

" 나, 담배 필까? "

오늘만큼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재미를 몽땅 한꺼번에 채울 요량이다.    준호가 맛있는 먹이감으로 보인다.

 

" 솔직히 말해 봐.. "

" 뭘? "

나이가 같아 친구로 지내기로 한 연숙이가 준호의 눈치를 살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 정희가 병원에서 오래 있었으면 좋겠지.호호.. "

" 얘는, 별소릴 다 하네.. "

" 너, 요즘에 얼굴이 활짝 폈어..  아주 깨가 쏟아지나 봐.. "

" 그만해, 준호씨 듣겠다.. "

형님이 병원에서 쌍동이를 낳은지 4일이나 지났다.    당연히 준호와 둘이 있는게 좋긴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아쉬워 조바심이 생긴다.

" 들으면 대순가, 두 여자의 사랑을 받고 사니 얼마나 좋을꼬.. "

" 좋긴..  선우 엄마 눈치보느라 죽을 맛인가 봐.. "

" 그런 고민도 없이 어찌 재미를 본다니.호호.. "

은근히 감시를 해 대는, 형님의 눈치나 보는 준호를 보면 안타깝기만 했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여자 하나 휘어잡지

못하는 준호가 시집살이를 하는 폭이다.

 

" 어머나! 웬일이야..  도통 가게는 나와보지도 않더니.. "

" 오늘부터는 가끔씩 나올려구.. "

쌍동이들의 출산후 준호를 앞세우고 처음으로 가게로 나온 정희다.

" 쌍동이는 어쩌구.. "

" 동서가 보고있어.. "

쌍동이들의 백일이 가까워 오는 시점이다.    그동안 준호와 동서인 선희가 가게일을 거의 도맡아 주었기에 갓난 쌍동이들의

육아에만 매달릴수 있었지만, 요즘 들어 희희낙낙 붙어 다니는 둘의 모습을 보고 그냥 참고 있을수가 없었다.

내 말이라면 도통 이의라는걸 달지 않던 준호가 한달전쯤인가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하루씩 번갈아 가며 동서의 방에서도 자겠다는 통보를 해 온 것이다.    기가 막히긴 했지만 여지껏 내 위주로 누리던

기득권을 내세우기도 어려워 할수없이 모른척 넘어가 주기로 했다.

하지만 집에서 나란히 나가는 둘의 모습이나, 가게일을 끝내고 앞서거니 집으로 들어서는 그네들의 표정을 지켜보자니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하루걸러 한번씩 준호를 차지하게 된 동서 선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고, 그런 그녀의 방으로 같이 들어가는 준호도

나에 대한 미안함이라곤 찾을수도 없다.

심지어는 이대로 계속 놔 두다간 준호를 선희에게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스러움에, 오랜만에 가게까지 나온 폭이 된

것이다.

" 솔직하게 말해 봐, 선희랑 준호씨 둘이서만 다니는게 신경이 쓰여 나온거지.호호.. "

주방 안쪽에서 닭 손질을 하는 준호에게 들리지 않게끔 바싹 다가와 속삭이는 연숙이 언니다.

" 둘이 어때?  가게에서는.. "

" 너 조심해야겠더라.호호..   얼마나 깨가 쏟아지나 몰라, 처음 온 손님들은 두사람이 부부인줄 안다니까.. "

" 언니는,가뜩이나 속상해 죽겠는데..  이게 지금 재밌어? "

" 그러엄~ 재밌지.호호..  너하고 선희랑 둘이서 어린신랑 하나를 놓고 줄당기기를 하는게 어디 보통일이니.호호.. "

 

어느덧 내 나이 40 이 되어 생일상을 받았다.

지난 8년간은 두여자의 틈바구니 속에서 눈치를 보고 살아야 했다.

그렇게나 착하고 비단결같은 마음씨를 지녔던 정희와 선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틈만 나면 집안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고는 했다.

싸울일이 있으면 저희들끼리 머리카락을 쥐어 뜯든지 할 것이지, 공공연히 나를 끌어 들였고, 그 이해관계에 얽혀서

모진 고문을 당하는건 항상 내 쪽이었다.

다행히 중학교 2학년이 된 장남 선우가 동생들을 잘 다독이고 있다.

둘째인 장녀 영우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됐고, 막내인 쌍동이 민우와 정우는 유치원에 다닌다.

" 아빠, 촛불 켜야지.. "

선우가 거실에 동생들을 모아 놓고, 넓은 상에 케잌까지 올려 놨다.

" 엄마한테 하라고 해, 아빠 금방 갈께.. "

애들에게 먹일 저녁거리를 차리느라 선희와 함께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일 때다.

" 그걸 왜 내가 해?    동서가 해.. "

" 저 지금 바빠요, 형님.. "

" 요즘 말이 많아졌네, 동서..  빨리 못 해? "

" 저것 좀 봐, 우리가 같이 있는 꼴을 못 본다니까..   네~ 형님.. "

주방에서 내게 귓속말로 소근거린 선희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고는 거실로 뛰쳐 나간다.

 

       ~ 이상 숨겨진 남자를 끝내렵니다.    정희를 향한 순애보를 펼쳐보고 싶었는데, 다소 엉뚱한 곳으로 치달렸네요.

             혹시라도 흑석동에 놀러 올 기회가 되시면 우리 호프집에 들려 주세여.

            500짜리 생맥주 하나를 써비스 하겠슴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여..

                          2012 . 11 . 21 .     아직도 솜씨없는 바라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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