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44

바라쿠다 2012. 11. 20. 15:29

" 자기, 요즘 수상해.. "

" 또, 뭐가요? "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들어 온 정희다.    대충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는 안방에서 준호와 마주 앉았다.

" 요즘에 저 방에 드나들었지.. "

" 아뇨, 안 들어갔어요..

작은방에 있는 여자가 집으로 온지도 두달이 지났다.    원체 몸이 허약한지라 몸을 추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 셈이다.

방안에만 있기가 답답한지, 준호가 집에 없는 시간에는 마루며 주방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가끔씩 작은 방에 걸레질을

하기도 한다.

그녀의 얼굴이 많이 밝아 졌을뿐만 아니라, 뭔가를 숨기지 못하는 준호의 허둥댐으로 눈치는 채고 있었다.

" 애기 이름은 지어야지, 벌써 두달이 지났는데.. "

" 영우라고 하기로 했어요, 선우 이름을 따서.. "

" 그것 봐..  둘이서 의논까지 했으면서 거짓부렁이네.. "

" ..................... "

두사람 사이에 애까지 있는데, 막는다고 막아질 일도 아니지 싶다.    억지로 두사람 사이를 갈라 놓으려 하는 나만 이상해

질 뿐이다.

" 저 방에 드나들게 해 주면 나한테 뭐 해 줄래? "

" 뭐가 갖고 싶은데요? "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반색을 하는 준호에게 서운한 감이야 있지만, 어쩔수 없는 감정일듯 하다.

" 그렇게도 좋아? "

" ....그게 아니고.. "

순진한 감정조차 다스리지 못하기에, 그녀 역시도 나처럼 준호의 그런 면을 좋아했지 싶다.

" 벗겨 줘.. "

" ..................... "

" 내 옷 벗기라고.. "

그녀가 애를 낳은 그 시점부터 준호에게 미운 마음이 생긴 탓에, 그동안 의식적으로 멀리했었다.   

애기 엄마는 점점 예전의 몸을 되찾아 가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임신 5개월이 넘어가면서 차츰 불러오는 아랫배는 나를

초조하게 했다.

" 먹어, 여기.. "

주섬주섬 내 옷을 벗겨 가는 준호를 건네다 보며, 오늘만큼은 내 것인 양 갖고 싶다.

작은 방에서 이쪽으로 촉각을 세우고 있을 그녀에게, 준호가 내 것임을 일깨워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침대에 두 손을 뒤로 짚고 앉아 가랑이를 벌렸다.     잠시지만 망설이는 듯한 눈치를 보인 준호가 미워진다.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묻은 준호가 그 곳에 혀를 대고 씻기 시작한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야 했다.

 

" 애기 이름이 영우라면서요.. "

" 네.. "

선우가 유치원으로 가고 난 뒤, 준호를 바깥으로 내 쫒았다.    그녀의 방에 드나들게 해 준다는 약속에,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졌지만 모른척 했다.

엊저녁에 이어 이른 아침에도, 또 한번 준호를 끌어안고 오랜만에 뿌듯한 쾌감을 맛있게 즐겼다.

모르긴 해도 일부러 비음을 섞어 큰 소리로 울부 짖었으니, 그녀 역시 안방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바심을

냈을 것이다.

" 이제 몸도 다 추스린것 같은데, 어디 갈데라도 있어요? "

" ....영우 데리고 나갈께요.. "

그녀의 거취를 묻자 금방 사색이 된다.     준호 곁을 떠나야 하니 암담하기도 할 법 하다.

" 아다시피 내 배도 점점 불러오는데, 당분간 나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

" 그럼.. "

" 그래요..  이 집에 있어도 좋아요, 그렇다고 준호씨랑 그 쪽을 인정한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너무 반색은 하지 말아요..

기분 나빠지려고 하니까.. "

" 네.. "

그녀 영우 엄마를 내치고 나면 준호가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을 했다.

준호에게서 그녀의 과거를 듣고서는, 나같이 우여곡절이 많은 그녀에게 어느정도 연민이 생기기도 했다.

" 오늘 나랑 같이 가게로 나가요, 영우 엄마한테 맞는지도 볼겸.. "

" 네.. "

되도록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차라리 내 눈앞에 두고 있는게 마음이 편하리라고 여기기로 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

" 네, 나도 반가워요.. "

" 아직 일할 정도는 못 돼, 언니가 잘 좀 가르쳐 줘.. "

연숙이 언니와 인사를 시켰다.    준호는 집에서 애기나 보라고 했더니, 한껏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바람에 내심

서운한 마음이었다.

" 배울게 뭐 있어, 이런 작은 가게에..  그냥 며칠 두고보면 누구나 다 할수있는 일이지.. "

" 그래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

처음 만나는 연숙이 언니에게조차 자신을 한껏 낮추고자 한다.   

무엇이 그녀 스스로를 저자세로 낮추고 싶어, 저토록 애를 쓰는지 알기에 짠한 심정이 되어 지켜봐야 했다.

" 그래요, 그럼.호호..  

언니가 닭을 손질한다고 커다란 고무다라에 물을 붓자, 얼른 다가서더니 닭을 손질하고자 하는 영우 엄마다.

" 아직 힘든일은 무리야..  이리와서 테이블이나 닦아 줘요.. "

" 네, 사장님.. "

" 사장님이 뭐야..  앞으로 같이 있자면 그 호칭부터 바꿔야겠네..  준호씨가 보면 속상하지 않겠어? "

뒤에서 닭 손질을 하던 언니가 끼어든다.     같이 일하다 보면 자주 부딛칠텐데 그 호칭이 영 어색하기는 하다.

" 애기 엄마가 나하고 동갑이라며..  그럼 정희 너보다 4살이나 많네, 니가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거 아니니? "

" 그러게.. "

" 그건 안돼요..  제가 형님이라고 부를께요.. "

" ....형님?   내가?

" 네..  저보다 준호씨를 만난것도 먼저고, 이렇게 있게 해 준것도 고마운데 당연히 형님이죠.. "

" ...................... "

느닷없는 형님이란 소리에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나이가 많은 그녀에게 형님이란 호칭을 듣자니 거북살스럽다.

" 그래,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  정희 니가 형님이 되는게 맞는것 같애.. "

"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

" 이게 나이가 무슨 상관이니?   그래야 위계 질서가 맞는거야.. "

" 그러세요, 앞으론 제가 형님으로 모실께요.. "

" 허, 참..  이래도 되나.. "

이때만 해도 형님이란 호칭이 나중에 가져 올 변화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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