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45

바라쿠다 2012. 11. 21. 16:53

" 형님 ~ 식사하세요.. "

일요일이다.     준호랑 안방에서 쉬고 있는데 밖에서 영우 엄마가 부른다.

" 나 좀 일으켜 줘.. "

" 응차~ 디지게 무겁네.. "

" 그럼 애기가 둘이나 들었는데.. "

어느덧 출산일이 가까워 병원에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가게에 나가 본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다.

그 동안 준호와 동서가 가게일에 매달리고, 나는 선우와 영우를 돌보며 집에 있어야 했다.    둘이서 나란히 가게로 출근을

했고, 집에 들어 올때까지 붙어 다녔다.

처음엔 그런 꼴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나름 내 앞에서는 조심하려는 동서의 노력이 엿보여 참고 지내는 중이다.

" 엄마, 힘들어? "

" 그럼, 힘들지..  이게 다 니가 동생을 낳아달라고 해서 이렇게 된거야.. "

" 미안해, 엄마.. "

" 이리 앉으세요, 형님.. "

" 동서, 그 담배 좀 끊으면 안돼?    애한테도 안 좋은데 그걸 못 끊는지 몰라.. "

영우 엄마가 몸이 불편한 날 부축한다고 껴안자 역한 담배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 너무 그러지 마요, 자기도 땀 냄새 많이 나면서.. "

동서를 나무라는 내게 준호가 편을 들고 나선다.    눈치가 없는건지 스스로 매를 버는 짓만을 골라 하는 준호가 얄미운

요즈음이다.

" 그 냄새가 좋다며? "

" ..................... "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준호가 수상했다.    퍼뜩 떠 오르는 감이 있었다.

" 자기 혹시, 담배 냄새도 좋다고 했어? "

" ....좋으니까.. "

" 이런..  무슨 남자가, 이상한 냄새만 좋아한다니.. "

 

" 나오셨어요.. "

" 응, 영우 엄마..  준호씨, 요즘 너무하는거 알지? "

준호랑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연숙씨가 가게로 들어선다.

" 또, 뭐가요? "

" 영우 엄마랑 있으면서 바보처럼 웃고만 다니잖어.. "

" 에이, 그만 놀려요..  언니는 나 놀리는 재미로 살죠? "

" 사실이잖어, 정희랑 있을땐 별로 웃지도 않던 사람이 선희랑 있을때는 아주 입이 찢어진다니까.. "

내가 보기에도 연숙씨가 순진한 준호를 놀리는데 재미가 들린것으로 보인다.    그냥 대충 넘어갈수 있는 말도 꼬박꼬박

말대꾸까지 하면서 씩씩거리는 준호의 표정이 재밌긴 하다.

" 나, 입 멀쩡하거든요.. "

" 정희 오면 다 일러 줘야지.호호.. "

" 맘대로 해요..  에이, 나도 담배나 배울까 보다.. "

말로는 연숙씨한테 당하지 못할 것임에 나를 돌아다 보고 응원을 청하곤 한다.

" 담배는 왜?    하지마, 몸에 안 좋아.. "

" 선희씨가 담배 피는거 보면 되게 맛있게 보여.. "

" 그러지 마, 괜히 나까지 형님한테 혼나.. "

처음 이 곳으로 왔을때도 몰래 담배를 사다 주던 준호였다.    그가 그토록 담배 냄새를 좋아함에 끊을수가 없었다.

" 그래 봤자지, 뭐..  요즘엔 잘 움직이지도 못하잖어, 배는 남산만 해 가지고 심부름은 어찌나 시키는지.. "

" 자꾸 그러다가 내가 형님한테 쫒겨나면 어쩔건데.. "

" 마음이 약해서 그런 짓은 절대 못해.후후.. "

순진하고 착한 준호가 그런 눈치는 빨랐다.     어떨땐 약아 빠진 연숙씨까지 순진한 준호에게 당할때마저 있었다.

" 준호씨 전화온것 같은데.. "

" 네..  응, 알았어.. 지금 갈께.. "

" 무슨 전화야? "

" 선우야, 엄마가 애기 낳으려고 한다고.. "

" 빨리 가 봐, 난 장사 끝나고 병원으로 갈께.. "

" 알았어.. "

부리나케 가게를 뛰쳐나가는 준호를 보자니, 괜시리 야속해 진다.

 

" 애기들 봤어? "

" 네, 둘 다 이뻐요.후후.. "

" 바보아냐?  쌍동이니까 둘 다 똑같지.. "

그렇게 원하던 애를 둘씩이나 낳아 줬는데 수고했다는 말도 할줄 모르는 그가 야속하다.

" 맞아, 아빠는 그것도 모르냐.. "

" 형님, 수고하셨어요.. "

" 둥서가 보기에도 이뻐? "

" 네, 이뻐요.. "

" 영우보다? "

" ....영우는 딸이잖어요.. "

빈 말이나마 영우보다 이쁘다는 말도 할 줄 모르는 동서마저 얄밉다.

" 그건, 그래.. "

맞장구까지 치는 준호는 더 얄밉다.     그나저나 병원에서 일주일가량은 더 있어야 할텐데, 내가 없는 집에서 두사람이

얼마나 찧고 까불지가 걱정스럽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퇴원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 내가 없는동안 선우 잘 챙겨, 집안도 깨끗이 좀 치우고.. "

" 내가 언제 지저분하게 놔 뒀나? " 

" 당신 말고..  동서한테 하는 얘기잖어.. "

" 알았어요, 형님.. "

내가 보고 있음에도 동서를 싸고 도는 준호를 보자니 울화가 치미려고 한다.

" 이만들 가,  선우 잘 시간이야.. "

" 네, 형님.. "

" 내일 또 올께요.. "

" 엄마, 안녕.. "

차라리 눈으로 보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싶다.    우르르 몰려나가는 모습에 짜증마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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