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42

바라쿠다 2012. 11. 17. 16:47

" 알바라도 써야하는거 아니니? "

" 하루,이틀 더 두고보자구.. "

준호가 회사일이 바빠 며칠간 도울수 없겠다고 했더니, 연숙이 언니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는 준호땜에 일손도 잡히지 않는다.    손님이 와도 건성으로 맞이하게 된다.

" 너, 왜 그래..  기운이 없어 보인다, 얘.. "

" ....사실은 지금 연락이 안 돼.. "

연숙이 언니한테라도 털어놔야만 하지 싶다.    혼자 삭이기에는 너무 힘에 부친다.

" 누가, 준호씨? "

" 응, 어제부터.. "

" 어머, 웬일이니..  무슨 사고가 난건 아니고? "

" 그건 아닌것 같애..  나중에 얘기한다며 핸폰을 끊었는데, 그 후로는 아예 전원이 꺼졌어.. "

" 무슨 눈치도 없었어? "

" 응..  평소랑 다름 없었는데.. "

" 별일이네..  연락해 볼데도 없어? "

" 응.. "

언니 역시, 뾰족한 생각은 있을리가 없다.    나에게 전염이 되어 가게 전체가 우중충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나마 가게로 들어 온 손님에게 신경을 쓰는 시간만큼은 잠시 잊을수 있었지만 내내 초조한 마음이었다.

" 정희야~ 핸폰에 불이 들어오네.. "

10시쯤이지 싶다.    홀에서 손님들이 앉았던 탁자를 치우는데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 카운터로 고개가 돌려졌다.

핸폰에 불이 들어오면서 부르르 떨어대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핸폰을 집어 들었다.

" 어디야? "

~ 집이요.. ~~

" 금방 갈께.. "

반가운 준호의 목소리를 듣고는 알지 못할 설움이 복받쳐 온다.

" 언니, 나 먼저 갈께.. "

" 그래, 빨리 가 봐.. "

앞치마를 허겁지겁 벗고는 가게를 나섰다.    집에까지 가는 언덕길을 나는듯이 걸었다.

 

" 선우는.. "

" 좀 전에 재웠어요.. "

주방 식탁에 혼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준호에게는 의외의 일이다.

" 어쩐 일이야.. "

" 앉아요, 한잔하게.. "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그의 앞에 앉을수밖에 없었다.

" 왜 그래, 무슨일 있어? "

" 할말이 있어요.. "

" 뭔데, 얘기해.. "

" 당분간 여기 못 와요.. "

" 왜..  어째서.. "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느닷없이 집에 오지 않겠다는 말에 어이마저 없다.

" 그 여자가..  애기를 낳았어요.. "

" ....애기라니..  그 여자라니..   그 할머니? "

" 네.. "

마른 하늘에 천둥과 벼락이 떨어졌다.     준호의 입만 멀거니 쳐다봐야 했다.

정신을 수습하려고 애를 쓰고자 했다.     나도 모르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만 한다.

" 그 여자가 애를 낳았는데, 왜 자기가 집에를 못 들어 온다는건데.. "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준호를 쳐다 봤다.    그에게 따져 물었다.

" 많이 아파요, 애기도 인큐베이터에 있고..   돌봐 줄 사람이 나밖에 없어요.. "

 

준호를 따라 거푸 소주를 들이켰다.    믿기 어려운 이 현실을 어찌 견뎌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무려 30분여를 준호나 나나 말없이 술만 들이켜야 했다.    

" 안돼..  못가.. "

준호를 그 여자에게 보낼순 없었다.     이미 같이 살기로 언약을 했고, 그의 애기까지 뱃 속에 있음이다.

선우와 함께 그를 의지하고 살기로 작정하고, 아기자기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 가야 해요, 내가 안가면 안돼요.. "

나직하지만 확고한 준호의 말이다.     착한 성격이지만 한번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다.   

하물며 자신의 애기까지 낳은 여자를 모르는 척, 버려 둘 사람이 아닌 것이다.

저렇듯 인정이 많아 나와도 인연이 됐겠지만, 그 여자를 돌봐 주고자 하는 그가 야속할 뿐이다.

나와 선우를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접어 준다면 고맙겠지만, 그의 고집을 꺽기란 마땅치 않아 보인다.

" 같이 가, 그럼.. "

" 네? "

" 같이 가자구, 준호씨 혼자는 못 보내.. "

" ...................... "

차라리 옆에서 지켜보는게 낫지 싶다.    그 여자와 준호, 둘만 있게끔 놔 둘수는 없다.

 

" 왔어? "

" 네.. "

잠시 다녀 온다던 준호가 돌아왔다.    그렇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준호의 등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 온 여자가 낯 설기는 하지만, 그 여자가 누구인지 느낌이 온다.        

" 실례해요.. "

" ......................... "

" 이 사람이랑 같이 사는 여자에요.. "

" ......................... "

" 준호씨..  잠깐 자리 좀 비켜줘.. "

잠시 머뭇거리던 준호가 방을 나가자 그녀가 바닥에 앉는다.

" 힘들게 출산을 했다고 들었어요.. "

" ....네.. "

" 왜, 저 사람한테 집착을 하죠? "

" ....죄송합니다.. "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음이다.    진작에 끝났어야 할 인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를 핑계삼아 준호에게 매달린 꼴이 된

자신이다.

" 솔직하게 얘기 해 줘요, 애를 낳기로 결심한게 무슨 의도인지.. " 

" 그건, 아녜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 "

" 그게 말이 돼요?    나이가 40 이 넘었는데 그 말을 믿으란건가요?   저 사람이 착하니까 애를 버리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일부러 꾸민 일이잖아요.. "

" 아닙니다, 절대로 일부러 그런건.. "

"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

구구절절이 가슴을 후벼파는 그녀의 지탄을 고스란히 감수할수 밖에 없었다.     남의 남자를 넘 본 파렴치한 여자가 된

주제에 항변할 말이 있을수 없음이다.

" ....준호씨 몰래 떠날께요.. "

" 이미 늦었어요..   준호씨가 이미 알아 버렸으니까.. "

" .......................... "

"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 몸을 추스리도록 해요..  그래야 준호씨 맘이 가벼울테니까.. "

" .......................... "

" 떠나더라도, 그리고 나서 떠나야 할겁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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