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34

바라쿠다 2012. 11. 16. 18:12

" 좀 어때? "

가게를 박선배와 엄마한테 맡겨놓고는 철수한테 들렸다.    그가 사고를 당한지도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 이제 괜찮어, 의사가 다음주에 퇴원하래.. "

" 거래처에서 철수씨만 찾아..   정미 언니한테도 미안하고.. "

" 박선배한테 너무 신세를 지네.. "

정미 언니가 차린 식당이 바쁜데도, 우리 가게일을 도와 주느라 박과장이 그쪽으로 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 대신 여진이가 도와주잖어.. "

" 그래도..  그 집도 새로 시작한 일이라 바쁠텐데..  이번주에라도 퇴원할까 봐.. "

철수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된 성희다.     야채며 과일상자를 옮기고 배달하는 일 따위는 박과장이 대신 해

주고는 있지만, 철수가 나서서 하는 것과는 차이가 날수 밖에 없다.

" 엄마가 나보다 힘이 더 좋아..   어쩜 노인네가 그 무거운 사과 박스를 번쩍번쩍 드는지.. "

" 무리하면 안돼, 당신이 말려.. "

" 말린다고 듣니?    철수씨를 도와 준답시고 아주 신났는데.. "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노라고, 나이 많은 엄마까지 가게에서 일하는 걸 보고는 깨닫게 된 것도 많다.

여지껏 뭘 믿고 안이하게 살아왔는지 새삼 뒤를 돌아 보기도 했다.    가게의 입,출금 장부를 들여다 보며 살림을 하는

재미도 생겨났다.   

이제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어떤건지 조금은 알 듯도 싶다.

" 당신도 무리하면 안 되는거 알지? "

" 에그, 걱정하지 마..  뱃 속에서 잘 크고 있대.. "

" 이리와 봐, 한번 만져보게.. "

" 아직 멀었어..  두어달은 더 지나야 발길질을 한대.. "

말은 그렇게 했어도 철수 옆으로 다가섰다.    그의 손길이나마 닿고 싶은 마음이다.

 

" 응?   웬일이시래, 안 바뻐요? "

" 철수가 퇴원했어요, 아직도 며칠은 더 도와줘야겠지만 잠깐 와 봤지.. "

퇴원을 했다는 철수가 유기농 가게로 들어서기에, 잠깐 한가한 틈을 타 식당으로 온 윤식이다.

손님이 머물다 간 테이블을 치우던 여진이가 먼저 반긴다.    주방쪽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정미가 보인다.

" 오빠 왔어? "

" 노인네들이 주책이야, 손님들도 계신데 오빠가 뭐래.호호.. "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고 큰소리로 아는척을 해 대는 정미의 목소리에 홀에 있던 손님들의 눈이 쏠린다.

" 너무 씩씩해서 탈이지.후후.. "

" 뭐, 어때..  내 남자 내 맘대로 부르는데.. "

행주에 손을 닦으며 정미가 홀로 나왔다.    새로 시작한 식당일에 의욕을 보이는 정미가 이뻐보인다.

" 오늘은 가게 일찍 끝내고 철수 집에서 모이자네.. "

" 퇴원 축하하자구? "

" 응, 꽃등심 사 놓겠대.. "

" 어머, 웬일이래..  그 지지배가 요즘 엄청 짜게 굴더니, 꽃등심까지 사게..  신랑이 오니까 맘이 변했나.호호.. "

" 철수 장모님도 꽃등심을 좋아한대.. "

" 오빠..  솔직하게 불어.. "

여진이가 오랜만에 목에 때를 벗기게 됐다고 좋아하는 중에, 옆으로 다가온 정미가 내 귀를 잡아 당긴다.

" 뭘? "

" 여진이가 그러는데, 비아그라 먹었지?    어저께는 밤새 빳빳했잖어.. "

 

" 속 옷만 입고 들어가.. "

" 장모님도 계신데.. "

유기농 가게를 박선배에게 대신 닫아 달라고 부탁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한달만에 집에 온 것이다.

묵은 먼지를 씻겨 준다며 욕실로 들어가라고 했지만, 집안에 장모님이 계시기에 송구스러웠다.

" 사윈데 어때..  내외하기는.. "

시키는대로 속옷 차림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성희가 더운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몸을 담궜다.

한참을 찜질하듯 욕조속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반바지 차림의 성희가 들어왔다.

" 이쪽으로 와.. "

물 속으로 발을 디딘 성희가 욕조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워시 타올로 내 몸을 씻기우기 시작한다.

" 아유 ~ 이 때 좀 봐.. "

" 적당히 해, 내일 쯤 사우나에 다녀올께.. "

" 비싼 돈 주고 뭣 땜에 거길 가누..  그럴 돈 있으면 나한테 줘, 내가 씻어 주면 되지.. "

" 많이 변했다, 언제는 푼돈 아낀다고 놀려대더니.. "

" 앞으론 철수씨랑 할때마다 다시 돈 받을래.. "

" 이 여자가 왜 이랬다,저랬다 한다니.. "

" 그 돈 모아서 철수씨 줄래..  이 집 얻을때 철수씨가 1억이나 줬잖어.. "

" 1억을 모을래면..  가만 있자, 2,000번이나 그걸 해야겠네.후후.. "

" 그렇게 많이 해야 하나?    그럼, 하루에 다섯번씩 하면 되겠다.호호.. "

" 어이구 ~ 당신한테 그 돈 받기도 전에 말라 죽겠네.후후.. "

처음으로 성희한테 써비스를 받는 중이다.    예전보다 그녀가 많이 달라 보인다.

" 이제 일어나, 몸에 비누칠 하게.. "

그녀와 똑같이 욕조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자, 바디타올에 거품을 묻혀 구석구석 비누칠을 한다.

모든걸 포기한 듯 무의미하게 살아왔던 그녀의 행동과 말투 끝에 생기마저 감돈다.

" 나가서 변기 위에 앉어, 물 뿌려야지.. "

샤워기의 물을 틀어 비누거품을 씻긴다.    몸에 묻은 비눗물을 말끔히 거둬 낸 그녀의 손이 사타구니에 닿는다.

" 이건 써비스야, 돈 안 받어.. " 

고개를 숙여, 손에 쥐고 있던 거시기를 입으로 삼킨다.

 

 

       ~ 이만 '연애'를 마칩니다.

          언제나 아마추어 때를 벗을지 모르겠네요. ~~

                 2012 . 11 . 16 .    바라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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