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1

바라쿠다 2012. 11. 13. 03:13

" 뭐해?   늦었잖어.. "

" 아직 괜찮어, 이리와.. "

항시 아침마다 벌어지는 광경이다.     아침밥을 차려놓고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을 깨워 출근을 독려하는 중이다.

" 근데, 이 이가..   빨리 출근해.. "

" 에이~ 치사하게 왜 이러냐, 뽀뽀 한번 하자는데.. "

이제 결혼한지 3년차다.     돐이 지난 아들이 있고, 날 아껴주는 신랑덕에 아직도 신혼처럼 다투는 아침이다.

" 당신, 어제도 지각했다며..   아주버님한테 창피해 죽겠어.. "

" 뭘 그래, 형님도 우리 부부 금슬이 좋다고 부러워 하던데.. "

침대위에서 손목을 잡아끄는 남편의 힘에 이끌려 그의 가슴팍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그의 팔에 갇혀 고스란히 입맞춤을 해야 했고, 가슴께 앞섶을 풀어 헤치며 원피스 속으로 휘젓고 들어오는 그의 손길에

무방비로 당할수 밖에 없었다.

" 민수씨, 그만해..   또 놀린단 말이야.. "

" 놀리면 대순가..  내 마누라 내가 만지는데.후후.. "

아무리 말려도 고분고분 따를 사람도 아니었지만, 팬티 속까지 쳐 들어 온 손이 자분자분 애를 태우는 통에 결국엔 그의

손길에 저항할 의지도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 하 ~~ 자 ~ 갸..  난 ~ 몰라.. "

일방적인 그의 손길을 뿌리쳐 보기도 하지만 힘 찬 그의 홍두깨가 그 곳으로 비집고 들어와 짓쳐대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그의 등을 껴안고 매달리는 암컷이 될 뿐이다. 

낌새를 알아 챈 남편이 얼굴 가득 득의의 표정을 짓고서 마무리를 위해 거칠게 부딛쳐 왔고, 그런 그의 움직임에 맞춰 모든

세포들이 들고 일어나 콧잔등에 땀이 맺힐때 쯤, 질속에 뜨거운 정액을 뿌려 댄다.

" 허 ~~ 엉 ~ 여 ~보 ~ "

 

" 나, 갔다 올께.. "

식전부터 나를 탐한 남편이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서둘러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다.

" 저녁 반찬 뭐 먹을거야? "

" 그냥, 아무거나.. "

현관문을 나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남편에게 뽀뽀를 해 주며 아침 인사를 했다.

남들이 보면 분에 넘치는 신혼을 보낸다고 모두들 부러워 할 것이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의 짐작일 뿐이다.

기실, 시댁 식구들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는 처지인 나로서는 남편의 과한 애정이 내내 부담스럽기만 하다.

나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남편은 올해 33살로 첫번째 결혼이고, 그는 나에게 있어 두번째 남편이다.

한창 꿈 많던 대학 신입이었던 나는 첫번째 남편이었던 사람을 만나 목하 열애중이었고, 지금의 남편은 그의 대학 선배로

우리를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 선배..  나, 술이 먹고픈데.. "

" 이 자식, 진짜 두껍네..  나한테 술값 맡겨 놨냐? "

붙임성 많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첫 남편은 선배들한테 귀여움을 받는 그런 후배였다.

주위 선배들 열이면 열 모두가 그를 총애했고, 지금의 남편도 그 중 하나였다.

집안이 어려워 학비마저 과외 교습이나 알바 따위로 충당하던 사람이었으니, 나와의 데이트 비용마저 선배들의 신세를

지는 일이 허다했다.

" 너, 임마..  선영이 힘들게 하면 안돼, 빨리 취직해서 돈 벌어.. "

"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그 놈의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단 말이거든.후후.. "

" 선영아..  너,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저런 놈 믿다간 평생 고생이야.. "

" 어~ 선배, 이젠 모략까지 하기유? "

" 괜찮어, 선배..  설마 진호가 굶기겠어요? "

그때만 해도 첫 남편인 진호에게 빠져있던 시절이라 그까짓 경제적인 어려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무슨 짓을 하던

헤쳐 나갈 자신이 있었고, 그만큼 진호를 사랑했으며 그 말고는 다른 남자가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던 시절이다.

그에게 눈이 멀어 밤낮으로 붙어 다니던 어느날, 입덧을 시작했고 덜컥 임신이 됐음을 알았다.

사회의 각박한 현실을 도외시했던 나는 서둘러 진호와 동거를 시작했고, 이쁜 딸까지 낳았다.

당시 대학 졸업반이던 진호가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계획이란 것이, 중소기업 규모의 무역회사에 들어가 내전이 한창이던

중동 이라크의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 2년만 근무하면 큰 돈을 만질수 있대..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 줘.. "

그렇게 진호는 멀리 타국땅으로 돈을 벌러 떠났고, 그가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청천 벽력과도 같은 비보가 어느날 전해져 왔다.     반군들의 총 공세가 있던 그 날에 그가 사망을 했다는 것이었다.

며칠 밤낮인지도 모른채 하염없이 눈물로 지새웠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친정 엄마에게 끌려 집으로 왔다.

근 일년여를 집에서 칩거를 해야만 했다.     딸을 낳은지 불과 육개월만의 일이다.

눈에 밟히는 딸을 보기 위해 몇차례나 집에서 도망을 나와, 시댁인 진호집에 머물다가는 잡혀오기도 여러번이었다.

당시 25이었던 나는 무자비한 현실에 항거할수 없는 나약한 철부지였을 뿐이다.

 

" 이제는 니 생각도 해야지.. "

진호의 비보를 접한지 1년여가 지난 어느날, 지금의 남편인 민수가 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있을수도 없는 그림인지라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나마 당시 선배였던 민수에게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거니와, 내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에게 마음을 줄 이유도 없었음이다.

하지만 수시로 집에까지 찾아와 위로를 한답시고 드나들던 그에게 엄마와 아빠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 그만한 사람도 없어 보인다, 어떤 놈이 애까지 낳은 너를 보듬어 주겠니..  못 이기는척 따라 가거라.. "

진호가 세상을 달리하고 마음을 붙일곳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의 유혹에 힘입은 바 그에게서 받는 위로에

마음마저 움직이는 나를 발견할수 있었다. 

지금의 시댁에는 애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숨기고 새롭게 둥지를 틀기로 결심을 했다.

남들이 보기엔 깨가 쏟아지는 신혼처럼 보이겠지만, 기실 내 마음이 편치 못한 이유인 것이다.

날 끔찍이 아껴주는 민수에게도 미안한 맘이지만, 혹여 시댁 식구가 내 과거라도 눈치 챌까 봐 내심 불안에 떨며 지냈다.

모르긴 해도, 내 표정에서 그런 불안함을 읽어냈을 법 한 남편이다.    항시 밝고 의욕에 넘치던 내가 소극적으로 변한 것도

그 무렵이다.

" 색시야~ 나, 오늘 월차 얻었는데..  처가집 가서 씨암닭 잡아 달래자.. "

항상 내 눈치를 살피며 내 기분을 우선시 살펴주곤 한다.    날 보살피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고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뻔뻔해질수 없는 것 역시 내 본질이기에 매일매일 죄를 비는 심정으로 지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들 우혁이를 챙기면서 쉬고 있는데 핸폰이 울어댔다.

" 네, 여보세요.. "

" .....나야.. "

머리를 쇠망치로 얻어 맞은 느낌이다.     틀림없는 그의 목소리였다.

큰 돈을 벌어 오겠다며 참고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내전이 한창이던 이라크로 떠났던 진호의 목소리가 틀림 없었다.

" ...................... "

" 며칠전에 돌아왔어..  보고싶어.. "

" .....어떻게..  어찌 이런 일이.. "

말문이 막혀 뭐라고 얘기를 이을수가 없었다.     꿈에서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어처구니 없는 일이 내게로 다가왔다.

" 우리 만나던 벤치에서 기다릴께.. "

" ...................... "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마치 꿈인양 허벅지까지 꼬집으며 정신을 차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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