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22

바라쿠다 2012. 11. 8. 12:31

" 유정이도 같이 먹자고 해.. "

" 뭣하러, 불편하다며? "

기획사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하는 동훈이를 위해 부지런히 아침을 차렸다.     유정이만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늦게까지 더

재울 생각이었다.    

유정이가 아침 일찍 들어오는 바람에, 마지못해 침대에서 일어 난 동훈이에게 미안한 참이다.

" 우리끼리만 먹기도 그렇잖어.. "

" 알았어..  유정아 ~ "

유정이가 친구네서 자고 온다는 말만 믿고 동훈이를 집에까지 데려온 미경이다.   여러가지 보살펴 주는 덕에 고맙기도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기대고 싶은 심정이 생긴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느낌이 어떤 감정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단 하루밤이래도 그와 오붓하게 있고 싶었다.    

" 안 먹어도 되는데.. "

" 먹어 둬..  방송국에서 연락 오면 즉시 나오구.. "

" 어머나..  뽑혔어? "

" 아직, 아냐..   그치만 곧 그러지 싶어..   유정이도 맘 단단히 먹어.. "

" 네..  근데 두 분은 언제부터 사귄거예요? "

" 사귀긴, 이 년이..  그냥 친구야.. "

다 큰 딸년한테 못 볼 꼴을 보여 내심 면목이 안 서던 참이다.    가뜩이나 동훈이마저 어색해 하고 있는데, 눈치없이 캐려고

드는 유정이가 못마땅하다.

" 에고, 그것도 핑계라고..   한 이불속에서 있었으면서 잘도 친구겠다.   입이나 다물고 자든지.. "

" ..이 년이..  너야말로 입 다물고 밥이나 쳐 먹어.. "

" 그래, 유정이 말이 맞다.후후..   근데, 그냥 모른척 해 줬으면 좋겠다..   너한테 약점을 잡힌것 같아서 좀 그러네.. "

동훈이 말대로 약점을 쥐었다는 듯 느물거리는 유정이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동훈이가 출근하게 되면, 된 통 혼구멍을

내 주리라 벼르는 중이다.

" 그저 나만 만만하지..   실장님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

" 근데, 이 지지배가 입만 살아서는.. "

" 자, 이제 그만..  밥알이 코로 들어가겠네.. "

 

" 일찍 나오셨네요.. "

" 응, 오늘 할일이 많지? "

" 네..  봉고차는 오는 중이고여, 순호 친구도 면접보러 온다네요..  이 PD가 연락이 왔었어요, 유정이를 한번 보고 싶다고..

정현석 PD도 로리 자매하고 스케줄을 맞추자네요.. "

" 오늘 바쁘겠네..   미스최~ 조금만 더 고생해..   신입 하나 보충해 줄테니까.. "

" 아직까지는 견딜만 해요.. "

" 아냐, 일이 터지기 시작하면 정신이 없을거야..   미리 뽑아서 교육도 시켜야지.. "

이미 미스최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를만큼 소속사 식구가 늘었음이다.    개그맨들이나 엑스트라 쪽 일거리만 해도

처리할 일이 많다.    

엑스트라를 촬영지마다 배분을 해야 하고, 개그맨들이 업소나 행사장 따위로 팔려가는 것도 챙겨야 할 것이다.

" 네.. "

" 커피나 한잔 줘.. "

" 어머, 내 정신 좀 봐.. "

미스최가 커피를 준비하는 중에 유정이에게 핸폰을 했다.

~ 네, 실장님.. ~~

" 앞으론 삼촌이라고 불러, 이쪽에다 그렇게 소개할테니까..   지금 들어와야겠다.. "

~ 근데, 뭘 입고 가죠? ~~

" 엄마 있니? "

~ 네.. ~~

" 엄마랑 같이 나와..  "

방송국에 처음 얼굴을 내미는 날이다.    첫인상이 먹히게끔 포장이 잘돼야 한다.

 

" 청바지에다 가죽쟈켓이 좋겠다.. "

영등포역 앞에 있는 백화점이다.     유정이한테 어울리는 옷을 몇 벌 사려 한다.

" 애들인데 무슨 가죽점퍼까지.. "

" 앞으로는 옷 입는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해..  상품가치를 높여야지.. "

" 그래도 비쌀텐데.. "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숙녀복이 있는 4층으로 올랐다.     유정이가 신이 나서는 바쁘게 눈이 돌아간다.

" 저리로 들어가자.. "

쟈켓을 몇가지 골라 번갈아 입혀 보며 옷 맵시를 살폈다.     제 엄마보다 큰 키에 얼굴도 작은 편이라 제법 어울린다.

" 어때? "

" 이쁘긴 하네.. "

" 당신보다야 당연히 이쁘지..  한물 간 여자랑 비교하면 되겠어.후후.. "

" 동훈씨~ 다시 한번 말해 봐.. "

" 이 여자 보게, 어디서 목소리를 높힌다니.. "

" 씨 ~ "

" 삼촌 말이 맞지..  노인네가 질투는.. "

" 아니, 근데 이 년이.. "

" 앞으로는 말도 가려서 해, 성격까지 못 생겨 보이잖어..   유정아~ 빨간색하고 연두색이 잘 어울린다.. "

" 네, 호호.. "

" 두벌씩이나? "

" 그것도 임시야..  유정이가 알려지는 만큼  더 필요해.. "

청바지도 3벌을 사서는 즉시 바지단을 수선해 달라고 맡겼고, 쟈켓에 어울리는 쉐타도 2장을 샀다.

" 당신 오늘 스케줄 없지? "

" 저녁에 업소에 나가야지.. "

" 거기도 빨리 그만 둬야 할텐데.. "

" 지금은 안돼,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

뭐라고 대꾸를 해 주려다가 참았다.    지금의 돌아가는 형편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에게는 품위라는게 있기 마련이다.    검소하게 사는게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생긴 미모로 인기 척도가 되는 여자

배우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

"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중엔 시간도 없을거야..   유정이가 앞장 서라.. "

" 네, 삼촌..  불고기 먹어도 돼요? "

" 엄마 닮아서 고기를 좋아하네..   일단 가자, 대신 살찌면 고기는 못 먹는다.. "

" 네.. "

불고기가 먹음직 스럽게 익어간다.     유정이가 어느정도 먹힐지는 모르지만 두 모녀의 생활 방식을 바꿔 줄 생각이다.

" 지금 살고있는 집이 얼마짜리야? "

" 4000..  왜? "

" 조금 있으면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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