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의 말에 따라 다락방으로 올라와야 했다. 어렴풋 그의 속내를 짐작할수 있었다.
날 좋아한다며 이 좁은 공간에서 몇달간을 숨어 지내던 사람이다. 그의 그런 무모한 짓이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내 곁에
머물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이쁘게 보였다. 준호가 있음으로 그저 흐뭇하기만 한 시간이었다.
남편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지켜봤을 터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품안에 있는걸 지켜보면서, 내내
힘들어 했으리란 생각까진 못했었다.
안방 침대에 오르지 못하고 멈칫대는 준호를 보고서야 겨우 깨달을수 있었다. 눈치도 없이, 그의 그런 아픔을 이제서야
헤아리게 된 것이다.
" 미안해, 준호.. 힘들었을텐데.. "
" 아뇨, 괜찮아요.. "
" 내가 분에 넘쳤었나 봐.. 내 곁에 있는걸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으니.. "
어느날 홀연히 다가와 준 준호와의 꿈 같은 시간만이 좋았을 뿐, 그의 속내까지 읽을 틈은 없었음이다.
" 옆에 있고 싶었어요, 그 시간이 너무 좋았구.. "
자신의 옆을 지키고자 했던, 맹목적인 그의 애뜻함에 마냥 행복한 지금이다.
" 나 좀 안아 줘.. "
윗 옷의 단추를 풀어나가는 준호를 올려다 봤다. 한달간이나 보지 못했던 그의 얼굴이 새롭다.
브라를 풀고는 치마까지 벗기고 마지막 남은 팬티마저 내린다. 맨 살을 스치는 그의 손길이 따스하다.
" 오랜만이네요.. "
나에게가 아닌 내 몸에게 말을 거는듯 하다. 잠시후면 내 몸을 달궈줄 것이다. 두 눈을 감고는, 다가올 그의 손길을
기다리기로 했다.
" 정희씨 처음 본 순간을 잊을수가 없어요..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흰색 나시 티에 잛은 치마를 입고 있었어요.. "
그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 듬더니 눈이며 콧날, 입술까지 어루만진다.
" 갑자기 환해 졌어요, 정희씨처럼 이쁜 여자는 처음이었거든요.. "
내 얼굴을 가까이서 내려다 보는듯, 그의 숨결이 느껴져 차마 눈을 뜰수가 없다.
"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는 정희씨를 보고는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요.. "
목덜미며 가슴까지 그의 손이 움직이고 있다. 독백같은 그의 목소리마저 감미롭다.
" 짧은 순간이지만 그때부터 정희씨가 내 안에 들어왔죠.. "
지금이 그때인 양, 눈 앞에서 어린 준호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샌들을 신었는데, 엄지 발톱에는 빨간 메니큐어가 칠해져 있었구여.. "
내 한쪽 발을 들더니, 발가락 하나하나를 입으로 빠는 바람에 참기 힘든 간지러움이 인다.
" 내 옆을 지나치는데 정희씨만의 향기가 났어요"
가랑이 사이에 코를 박았는지 뜨거운 바람을 불어댄다. 꽃잎 사이로 그의 혀가 들어오기도 한다.
" 뒷 모습이 섹시했어요.. 엉덩이를 감싼 치마가 터질듯이 팽팽하게 굴곡이 생겼고, 정희씨의 종아리와 발 뒤꿈치까지
이쁘지 않은곳이 없을만큼.. "
그의 눈에 비쳐 졌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17년 전이면 어느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을만큼 자신이 있던 시절이다.
어쩌다 시내라도 나가게 되면, 뭇 사내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껏 도도해 하던 아가씨였다.
" 어느날 밤, 정희씨네 부엌에 불이 커졌어요.. "
준호가 둔덕위에 손바닥을 얹더니 그곳을 비벼댄다. 어느새 애액이 배어 나왔는지 그곳이 가렵기 시작했다.
" 호기심이 생겨 부엌문 틈새로 안을 들여다 봤더니, 팬티까지 벗은 정희씨가 부엌에 쪼그려 앉아 오줌을 누고 있었어요..
너무 가까워서 오줌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렸구요.. 그때 처음으로 정희씨 속살을 볼수 있었어요.. "
그가 내 은밀한 곳을 지켜 본다는 생각만으로 짜릿한 흥분이 몰려온다.
" 구석구석 온 몸을 씻어나가는 그 움직임을 모두 지켜봤구요.. "
둔덕을 비벼대는 그의 손목을 잡아 가랑이 사이에다 넣고는 허벅지로 죄여야 했다.
준호가 예전을 회상하며 잔잔하게 뱉어내는 말에, 마치 그 날의 그 순간인듯 온 몸이 비비 꼬일만큼 야릇한 기분으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지경이다.
" 찬물로 목욕을 마친 정희씨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어요, 그러더니 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 가더라구여.. 부뚜막
위에 정희씨가 벗어놓은 팬티가 보였어요.. "
그의 손이 가랑이 사이에서 꿈틀거리더니, 손가락 하나가 질벽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 그 팬티를 훔쳐서는 내 방으로 가져왔죠.. 시큼한 정희씨의 냄새가 났어요.. 이미 내 물건은 방망이처럼 불끈 솟구쳐
아프기까지 하더라구요.. 그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정희씨의 알몸을 상상했죠, 처음으로 황홀했어요.. "
" 하 ~~~ 아 ~~ 그 ~만 ~~ 얼 ~른 ~~ "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진작부터 흥건하게 젖어버린 그 곳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견딜수가 없었다.
" 그 정도였어? 내가 그렇게 좋았어? "
여지껏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그저 준호의 애무에 녹아, 그 다음에 가져다 줄 거친 몸짓을 기대했었다.
눈을 감은채 어린 준호를 처음 만났던 그 곳으로 돌아가, 시간 여행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견딜수 없을만큼 달아 올랐다.
준호의 거시기를 품지도 않았는데, 뜨거운 열락에 몸을 떨어야 했다. 예전을 회상하는 준호의 기억속에서였다.
친정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재일 동포였던 선우 아빠를 만나 몸뚱아리를 밑천 삼아야 했다.
그 모든것을 지켜 봤을 준호의 입에서, 천한 년 취급을 받아야 할 내가 한없이 고귀한 여자로 뒤 바뀌어 졌다.
" 좋았어요, 정희씨만 생각했으니까.. "
" 바보.. 그럴 자격이 없는 여자야, 나는.. "
" 바보라도 좋아요.. 정희씨만 볼수 있다면.. "
그가 날 좋아했던 크기를 실감할수 있었다. 헐값도 안되는 돈에 몸과 마음을 팔아버린 나같은 여자를, 해바라기가
되어 오매불망 그리워 했을 그의 애틋한 마음이 읽어졌다.
" 고마워.. 죽어도 잊지 못할거야.. "
여자로 태어나 이렇듯 절절한 사랑을 받아 본다는건 모든 여자의 로망일 것이다.
어렵사리 여고를 졸업했지만, 나름 꿈이 많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친정 식구들을 위해서, 선우
아빠의 노리개가 되어야만 했고, 그 후에 만난 남편도 여자를 아껴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모진 수모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게 나란 여자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감수하던 터다.
제대로 된 젊음을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덧없이 흘러간 청춘이 마냥 아쉬웠던 어느날 홀연히 다가온 준호였다.
어리고 핸썸한 준호를 만나, 오래전에 잊고 살았던 풋풋한 감정마저 되살아 났다. 그를 만난게 행운이라고 생각될 만큼,
불행했던 세월의 보상으로 여기고 달콤한 시간을 즐기기까지 했다.
" 앞으로 어쩔건데요?
" 변호사가 합의를 봐 주겠대.. 정리가 되면 선우랑 둘이서 살아 가야지.. "
" 내가 선우 아빠가 되면 어때요? "
" 그건 아냐.. 준호는 따로 갈 길을 가야지.. "
그럴순 없다. 아무리 준호가 욕심이 난다 한들 앞 길이 창창한 그를 묶어 놓을수는 없는 일이다. 여러 사내를
전전하고, 선우까지 딸린채로 그를 욕심내서는 안될 일이다.
그 역시 제대로 된 짝을 만나, 토끼같은 자식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재미를 붙여야 할 것이다.
" 이유가 뭐죠?
" 뻔뻔한 여자가 되긴 싫어.. "
" 내가 원하는 일인데도? "
" 그만해, 준호가 세상을 몰라서 그래.. 그런 얘기는 그만하고 안아 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