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28

바라쿠다 2012. 10. 25. 09:50

~ 통화하고 싶어.. ~~

어제까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선배에게 전하고는, 하릴없이 사무실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근 한달여 만에 정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오랜만이야.. ~~

" 네.. "

~ 저기, 부탁이 있어서.. ~~

" 무슨.. "

~ 잠깐 와 줄수 있어? ~~

사당 사거리에서 그녀의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에 올랐다.     마트앞에서 내려 꺽어 들어가는 골목이 낯설어 보인다.

처음 그녀를 만나러 왔을때는, 마을 뒤편에 있는 산에 울긋불긋 꽃들이 만발했었다.

어느새 그 풍성했던 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마른 나무가지들만 남아 을씨년스런 느낌이다.

" 어서 와.. "

" .................... "

몇달간 불같은 사랑을 나눴던 그녀가 내 앞에 있다.      그녀만의 독특한 내음이 내 코로 스민다.

선영이와 함께 호텔 커피숍에서 봤던 그 활달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화장기 하나 없는 수척한 얼굴이다.

" 나, 이혼하기로 했어.. "

" .................... "

" 아는 변호사랑 경찰서에 가야 하는데 선우를 봐 줄 사람이 없어..   미안하지만 선우 좀 봐 줬으면 해서.. "

" 그럴께요..   근데, 갑자기.. "

" 일단 다녀올께.. "

약속 시간이 급했는지, 별 치장도 없이 바바리 코트만을 걸치고 집을 나서는 정희다.

 

집안은 예전 그대로였다.

그녀가 혼자서 음악을 듣던 그 공간도 그대로였고, 내가 숨어 살던 다락방도 변한게 없는데 집안 공기만은 무거워 보인다.

숨어 살던 다락방에서 내려와 따뜻한 욕조속에 몸을 담궜다.      지금 이 집안에는 나 혼자뿐이다.

세달 남짓 그녀와 지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 오른다.

여자 경험이라곤 전무했던 나에게 그녀는 내 전부였다.     이성에 눈을 뜨게 해 준 그녀와의 시간은 너무도 황홀했었다.

처음 접한 그녀의 나신에 도취되어, 제대로 된 풀무질도 못한 채 그만 사정을 해 버린 나를 그녀가 따뜻하게 감싸줬다.

하나둘 그녀의 몸에 대해 알아 나갔고, 그런 나를 자상하게 이끌어 준 그녀였다.

비록 나쁜 남편 곁에서 비굴하게 살고자 하는 그녀가 미워서 떠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내 마음속의 여신이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팬티를 훔쳐 냄새를 맡고는, 그 팬티에 수음을 하던 나에게 있어 그녀는 영원한 우상일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어찌 이혼까지 결심을 했는진 모르지만, 다시금 다가올 그녀와의 인연이 궁금해 진다.

" 뚜 ~우.. 뚜 ~우.. "

주방에서 그녀가 내려논 커피를 마시고 있을때 초인종이 울렸다.

" 어?   아저씨.. "

" 그래..  선우는 키가 더 커졌네.. "

" 선영이 누나는 안 왔어요? "

" 응, 아저씨 혼자 왔어..  엄마가 선우랑 같이 밥 먹으라고 하더라.. "

" 아저씨는 누나가 싫어? "

" 아니, 왜? "

" 며칠전에, 누나가 결혼할 사람이라고 데려왔거든..   근데, 키도 작고 배불뚝이야..   난 아저씨가 더 좋은데.. "

" 그랬구나..   나도 선우가 맘에 드는데.후후.. "

선영이가 앞길을 정한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저녁시간이 되어 선우와 피자를 시켜 먹어야 했다.

 

저녁 9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 정희다.

" 미안해, 얘기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

" 괜찮아요, 어차피 바쁜 일도 없는데.. "

" 술 한잔 하자.. "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거실 장식장에서 양주를 꺼내들고는 주방 식탁으로 가 앉는다.

" 이리 와.. "

그녀 앞에 앉아야 했다.     유리컵 두개에 술을 따르더니 하나를 내 앞에 밀어 놓는다.

" 마시기 싫으면 마시지 마.. "

독한 양주를 단숨에 비우더니 얼굴을 찡그린다.     입가를 손으로 훔치고는, 자신의 잔에 술을 또 따른다.

" 아저씨가 이혼을 해 주겠대요? "

" 안 할수가 없지..  지금 유치장에 있거든.. "

" ...................... "

" 미스홍이 그 사람을 고발했어, 혼인 빙자로..   나도, 준호가 원하는대로 이혼을 하기로 했고.. "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양주를 한모금 더 마시고는 나를 건네다 본다.

"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

" 그랬지, 그냥 참고 살려고 한게 맞어..   근데, 자꾸 준호 생각이 나더라..  아직도 저 위에서 나를 지켜 보는것만 같았어..

이층에 올라가서 다락도 몇번씩이나 들여다 봤구..   찬바람만 불더라..   

" ...................... "

" 그러던 차에 미스홍이 배가 불러서 우리집에 왔었어..   안 돼 보이더라구, 예전에 갓난 선우를 데리고 막막했던 시절이

생각이 나데..    미스홍이 애를 낳게 되면, 그 아이도 선우처럼 지 아버지를 모른채 살아 갈게고..   그래서 이혼하기로

한거야.. "

비로서 이혼을 결심하게 된 그녀의 속내를 이해 할수가 있었다.     더불어 줄곧 내 생각을 했었다는 그녀의 말에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 오늘 같이 있어 줘.. "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선희에게 혼자 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오랜만에 그녀를 안을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른다.

대충 몸을 씻고는 거울 앞에 섰다.      여늬때와 마찬가지로, 세탁기 위에 그녀가 벗어놓은 팬티가 눈에 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는 코에 대고 냄새를 맡게 된다.     시큼한 그녀만의 체취가 코로 스민다.

어린시절 그녀를 마음속에 담고서 몰래 훔쳐 봤을때부터, 그 냄새에 중독이 되었지 싶다.

대학을 들어간 뒤 처음으로 미팅이란걸 하게 되고, 그 곳에 나온 이쁜 여대생들의 몸에서 은은한 향수 냄새를 맡았지만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오히려 만원 전철안에서 정희와 같은 느낌의 체취를 풍기는 여자를 보고는, 몇 정거장을 지나친 적도 있을만큼 오랫동안

정희만의 체취를 잊지 못했더랬다.

이 집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안방으로 들어가게 된 준호다.     내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침대에 누워 나를 기다리는 정희의 모습이 낯설어 보인다.      그녀의 남편과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는걸 지켜보면서

많은 시간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 저기..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안될까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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