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25

바라쿠다 2012. 10. 20. 15:33

" 이번주까지만 일하기로 했어.. "

" 써빙하는거..  힘들지 않겠어요? "

한 차례의 몸 싸움이 끝난 뒤, 선희가 침대에 누운채로 담배를 피워 문다.     요즘 들어 그녀의 담배 냄새가 사뭇 구수하다.

" 부딛쳐 봐야지..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

" 하도 작아서 걱정돼요.후후.. "

" 피~ 그래도 내가 얼마나 악착같은데..   준호가 나를 잘 몰라서 그래.. "

" 에고, 행여나..   내가 보기엔 착해 빠졌는데, 맘도 약해 보이고.. "

작고 아담한 그녀에게, 바쁘게 움직여야만 하는 써빙일은 견디기 벅찰것으로 보였다.

" 진짜라니까..   이 담배도 끊을수 있어.. "

" 어~ 담배는 안돼요..   선희씨하고 뽀뽀할때, 그 냄새가 얼마나 좋은데.. "

뭐랄까, 그녀의 입안에 남아있는 니코틴 냄새에 은근하게 중독이 됐지 싶다.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로 느껴지는 것이다.

" 정말?   이리 와, 뽀뽀해 줄께.. "

내 가슴위로 포갠 그녀의 입술이 다가와 닿는다.    혀를 넣어 입 속을 헤집어 옴에, 은은한 담배 냄새가 나를 자극한다.

그녀를 마주 안고 그 냄새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한손이 내 거시기를 쥐어 온다.

한참 분위기를 잡는 중에 그녀의 핸폰이 울렸다.     아쉬운 듯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가 핸폰의 폴더를 연다.

" 미스홍이네..   그래..  괜찮어..  응..  모르지..  응..  그래, 나중에.. "

" 뭐래요? "

" 사장이 와이프한테 얘기를 한다고 했다네, 한번만 더 믿어 달라고..   또 속은거야, 행여나 그 인간이 약속을 지키겠다.. "

" 그러지 말고 그 부인을 만나보라고 해요, 그게 낫지 싶은데.. "

정희 남편이 어찌 하려는지 알순 없지만, 두 여자가 만나면 어떤 해결책이 있지 싶었다.

" 그렇다고 헤어져 주겠어?    핸폰번호도 모를걸, 아마.. " 

" 그런거 아는건 쉬워요..  일단 통화를 해 보면 그 부인이 어찌 나올지 감도 잡히겠죠.. "

" .................... "

 

" 정말 갈거야? "

" 가야죠..   정희씨를 지켜보기가 힘들어요.. "

싸 놨던 옷가방을 들고 다락방에서 내려왔다.   

" 며칠만 더 있어주면 안돼? "

" 갈래요..  이대로 정희씨를 지켜 본다는건 고문이니까.. "

같이 사는 여자를 박대하는 남자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런 남편에게 길 들여져 있는 정희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혹시, 그 여자 연락처를 알수 있을까? "

" .................... "

" 만나봐야 할것 같애.. "

" 만나서 뭐 하시게요?     남편이라도 넘겨 주시게요? "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난다.      온갖 멸시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려는

그녀가 못마땅 했다.

" 그러지 마, 준호가 그러니까 더 속상하잖어.. "

" 그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올거에요..   정희씨 잘못도 없는데 먼저 연락할 일은 아니죠.. "

" 그럴까? "

중간에서 선희와 정희를 부추기는 내 자신이 싫었다.      어찌해서 미스홍을 알게 됐는지 설명할수도 없었다.

" 만나서 어떻게 할건지나 생각해 둬요.. "

" 나, 무서워..  그 사람이 어찌 나올지.. "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이 애처로왔다.     남편의 폭력에 맹목적으로 길 들여져 있지 싶었다.     그랬기에 정당한 처우를

주장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 내가 듣기로는 뱃속에 있는 애기땜에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어요..   남편도 정희씨랑 결론을 짓겠다고 했고요, 

칼자루는 그 쪽이 아니라 정희씨가 쥐고 있어요..    왜 정희씨가 겁을 내냐구요? "

" 나도 잘 모르겠어..  그 사람만 보면 겁이 나.. "

" 내가 시키는대로 할래요? "

" ...................... "

 

일주일만에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 오랜만이다, 월급은 받았지? "

" 아직 찍어보지 않았어요.. "

" 들어 갔을거야..   이번에 한국통신하고 계약을 했어, 우리 시스템이 좋다고 하더라.. "

" 잘 됐네, 선배는 좋겠수.. "

" 아직 그 정도는 아냐, 메리트가 큰 건도 아니고..   뭐 좀 쌈박한게 없을까? "

가입자들이 이용해서 내는 댓가치고는 저렴할수 밖에 없는게 한계점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비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나부터 꺼리게 될 것이다.

" 이건 내 생각인데요..  노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구요.. "

" .................... "

" 프로그램에다 노름을 가미시키면 어떨까 싶더라구요, 물론 실질적인 돈이 거래가 되면 안되겠지만..   왜, 사이버 머니

라는게 있죠?     그걸 활용하면 재미도 있을테고.. "

선희를 만나게 되면서 머리속에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지는줄 뻔히 알면서도 노름을 즐기는

사람이나, 경마장에 달려가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꽤 많은걸 보고는 그걸 응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노름이라.. "

" 난 노름과는 상관이 없으니까 선배가 연구해 봐요.. "

" 기발한 생각이긴 한데.. "

" 예전에 인형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있었잖아요..   밥도 줘야하고, 물도 주는.. "

어떤식으로 프로그램을 꾸미는가에 따라서, 그에 따른 인기도도 틀려질 것이다.     모르긴 해도 오락적인 시스템이 가미가

된다면 그 재미는 한층 더 할것이다.

" 글쎄..  한번 연구해 보자.. "

" 잘만 되면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나지 싶은데.. "

" 요즘에 선영이 만나봤어? "

" 아뇨.. "

느닷없는 선배의 물음에 선영이가 떠 오른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그녀와의 관계도 이젠 끝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정희와 깊은 사이가 되고서도, 그녀를 계속 본다는건 옳지 못한 짓이다. 

" 맞선 보기로 했다더라..   좀 밀어부치지 그랬어?    얼굴도 이쁘고 참하던데.. "

" 잘 됐네요.. " 

한가닥 남아있던 마음의 부담이 없어지는 기분이다.     어차피 인연이 아닌 선영이가 제 갈길을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 니가 그렇게 시큰둥하니까 선영이도 딴 맘을 먹었겠지..   언제까지 총각으로 늙을래? "

" 선배가 한번 알아맞춰 보면 되겠네.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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