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14

바라쿠다 2012. 10. 24. 16:18

" 근데, 정말 총각이세요? "

어느 정도 술잔이 돌고, 은근히 취기가 돌때 쯤 미스박이 묘한 눈빛으로 건네다 본다.

" 그렇긴 하지만, 그게 왜 궁금할까? "

" 그러게나..   니가 왜 실장님한테 관심을 갖는데? "

" 궁금하잖어..  저 인물로 여지껏 총각이라는데.. "

" 이 년이 아주 웃기고 있네..   총각이던 유부남이던 니가 왜 나서? "

" 처녀가 총각한테 관심 좀 가지면 안되냐?   지지배가 별걸 다 시비를 거네.. "

" 뭐야?   이게 정말.. "

" 자, 자..   이제, 그만..   이러다 친구들끼리 싸우겠네.후후.. "

연희의 눈에 불똥이 튀는걸 보고서는 중간에 나서야 했다.    그대로 놔두면 서로 머리 끄댕이까지 잡을 기세다.

" 술이나 한잔 더 하자구.. "

아직도 뾰루퉁하게 삐져있는 그녀들을 달래주기 위해 각자의 잔에 술을 따라 줬다.

" 두 아가씨가 관심을 가져 주는건 고맙지만, 제대로 된 남자를 골라야지..   난, 준비가 안 된 사람이야.. "

" 어머, 실장님이 어때서요?     대학까지 나왔고, 집안도 좋다고 사장님이 그러셨는데.. "

아마도 남선배에게 나에 대한 궁금증까지 물어 본 모양이다.     관심을 가져 주는게 고맙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다.     

능력이 없다고 여자한테 차이고 난 후로는 이성을 보는 시각 자체가 틀려진 때문이다.

" 어머, 진짜니? "

" 근데, 이 지지배가 자꾸.. "

" 또 그런다, 친구라면서.. "

" 그러게 말이죠..  지가 점 찍은것도 아니고.. "

" 너, 정말.. "

" 어허~ 어른 술 마시는데 분위기 깨지게시리.. "

조금 톤을 높이자 그제서야 찔금하는 연희다.     싫으나 좋으나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하는 식구다.

" 난, 말이지..   아까도 얘기했지만 아직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이야..   내가 원하는걸 이루기 전까지는 가정이란걸 꾸릴

생각이 없어..   그때가 되면 내 쪽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겠지.. "

어느 정도는 정리를 해 줘야지 싶었다.     어떤 틈을 보여 사랑놀음 따위에 휘말리다 보면, 같은 식구끼리 뒤죽박죽이 될

공산이 클수밖에 없다.

" 실장님이 원하는게 어느 정돈데요? "

어느새 혀가 꼬이기 시작한 미스박이 고개를 쳐들자 연희의 눈에 힘이 실린다.

 

" 운전은 잘하네.. "

" 다른건 몰라도 운전만큼은 자신 있거든요.. "

연희의 동생인 최순호가 첫 출근을 했다.    그가 운전하는 봉고를 타고 배기태의 집으로 가는중이다.

" 내가 바라는건 운전 실력이 아냐..   항상 조심해, 사고나지 않게..  웬만하면 양보하고.. "

" 네, 알겠습니다.. "

" 저 앞에 세우고 날 따라 와, 배기태 집은 알아둬야지.. "

배기태의 집이 좁은 골목길에 있기에 한가한 도로에 차를 세워야 했다.

샷시로 된 출입구 문에 달려있는 초인종을 누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아들을 들쳐업은 그녀가 나온다.

" 인사들 하지..  앞으로 자주 볼텐데.. "

" 안녕하세요, 최순홉니다.. "

" 잘 부탁드려요.. "

이 곳으로 오기전에 배기태의 와이프에게 미리 연락을 했다.     대학 병원에 있는 친척 형에게 가기로 한 것이다.

아직은 이른 오후라 차가 잘 빠지는 시간이다.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할수 있었다.

" 순호는 여기서 기다려.. "

" 네.. "

진료실의 대기석에 앉아 기다린지 5분도 되지않아 친척 형님의 방에 들어갈수 있었다.

" 바쁘시죠? "

" 그럭저럭..  이 애기로구만, 이쪽으로 앉으세요.. "

" 처음 뵙겠습니다.. "

제 엄마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두 눈을 꼭 감고는 엄마 품속으로 파고 든다.

" 애가 경계심이 많아 보이네..   얘가 좋아하는게 뭐죠? "

" 그림책 보는걸 좋아해요, 특히 강아지 사진을 보면 옹아리도 하고.. "

" 흠~ 강아지를 하나 사 주세요..   얘한테 도움이 많이 될겁니다, 일단 애가 마음을 열어야 치료하기도 쉬울테고.. "

" 강아지를요? "

" 발달 장애라는게 금새 치료가 되는건 아니거든요, 병원비를 많이 낸다고 고칠수도 없는게고..  애기 엄마가 힘들겠지만

애한테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해요, 애한테 관심을 쏟으세요.. "

" 네.. "

" 치료비는 기본 진료비만 받을께요, 꾸준히 애한테 정성을 쏟다보면 일반인들과 비슷해 질수도 있어요.. "

많은 얘기를 들을수 있었다.     처음 들어 본 발달 장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기본 지식도 얻은 셈이다.

 

" 실장님 ~  박PD 라는데요.. "

" 전화 바꿨습니다.. "

~ 접니다, 선배님.. ~~

철호의 소개로 알게 된 후배 박태수였다.

" 바쁘실텐데 전화를 다 주고, 그래 무슨일로.. "

~ 다름이 아니고 혹시 그 사무실에 40 전후로 얼굴 좀 받쳐주는 여자 없어요? ~~

" 40 전후라..  왜 그러는데? "

~ 학교 동기가 타 방송사 연출로 있어요..  어제 만났는데 대하 사극이 들어간다네요, 새로운 얼굴을 찾는다길래.. ~~

" 고마워, 신경 써 줘서..  찾아보고 연락줄께.. "

사극이라면 인원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기껏 좋은 정보를 알려준 폭인데 박태수를 실망시켜서는 곤란하다.

~ 이왕이면 엑스트라도 겸해 보세요..   사람이 많아야 팔리죠.. ~~

" 알았네, 고마워..  언제 한잔 하세나.. "

그의 말이 맞지 싶다.     얼굴이 알려진 스타가 돈을 벌어주기는 하지만 엑스트라들도 구비가 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무슨 일이래요? "

" 응, 박PD가 일거리를 소개시켜 주네.. "

" 어머, 직접 전화까지 주고..   앞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

" 그러니까 미스최가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해.. "

" 걱정마시라니까여~  날 그렇게나 못 믿나 몰라, 아유~ 얄미워.. "

하여간에 여자들의 기분은 조석으로 바뀐다더니, 금방 샐쭉해지는 연희다.

바지 주머니 속에서 핸폰이 떨어댄다.       엄미리에게서 온 메시지다.

~ 시간되면 연락주세요.. ~~

'사는게 장난이 아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게 장난이 아냐 16  (0) 2012.10.26
사는게 장난이 아냐 15  (0) 2012.10.25
사는게 장난이 아냐 13  (0) 2012.10.23
사는게 장난이 아냐 12  (0) 2012.10.21
사는게 장난이 아냐 11  (0) 201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