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10

바라쿠다 2012. 10. 19. 12:29

" 실장님, 솔직하게 얘기해 봐요..  여자 많죠? "

" 여자?   없는데.. "

" 거짓말..   딱 보니까 바람둥이구만.. "

" 아니라니까, 내가 연희한테 거짓말해서 뭐하게.. "

" 아니면 여자한테 지독하게 데인적이 있거나.. "

연희가 제대로 본 셈이다.      20대 시절에는 나름 주변에 여자들이 꼬이긴 했다.

그 시절에는 번듯한 직장도 있었고, 지금보다는 훨씬 즉흥적으로 여자를 쫒아 다녔다.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났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을만큼 한눈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결혼까지 생각하고는 2년여를 불같은 연애를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변심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집안에서 소개를 한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마음이 변했던 것이다.

그 후로도 그녀를 잊기위해 수많은 여자를 거쳤다.      그저 봐 줄만 하게 보이기만 해도 닥치는대로 몸을 섞었다.

" 그리고 보니 우리 선배가 신통력 하나는 있나 봐.후후.. "

" 어머, 진짜요?    그 얘기 좀 해 줘요.호호.. "

" 이런..  남의 사생활은 보호를 해 줘야지, 연희 파파라치야? "

얼추 술기운이 올랐는지, 뺨이 불그스레 물 들고선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바지 주머니에서 핸폰의 진동이 왔다.

~ 지금 좀 볼수 있어요? ~~

" 잠시만.. "

술집 안쪽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엄미리였다.     잠시 어째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 어디신데요? "

~ 잠원동.. ~~

" 어쩌지..   친구가 급히 찾네.. "

" 여자는 아니구여? "

연희의 입꼬리가 올라 간다.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뒤에서 대기중인 택시에 올랐다.

 

그녀가 알려준대로 백화점 뒤편에 작은 카페가 있었다.

10여평쯤 되는 아담한 카페로 들어서니 안쪽에 있던 그녀가 손을 든다.

" 바쁜 사람을 보자고 한건 아닌지 모르겠네.. "

" 그런건 아니지만..  무슨일로.. "

" 우선 술이나 한잔해요, 무슨 술로 드릴까.. "

" 같은걸로 하죠.. "

" 여기 진토닉 하나 주세요.. "

서민 취향인지라 소주가 제일 만만하지만서도, 티 내기가 그래서 그냥 칵테일을 마시기로 했다. 

" 집이 이 근처신가 봐요.. "

"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   가끔 여기서 마셔요, 가깝기도 하지만 이제는 번거롭게 하는 팬들도 없구.호호.. "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이 입고 다니는 츄리닝이다.    다만 옷 태가 나는것이 백화점 물건으로 보인다.

" 왜요..  아직도 아름다우신데.. "

" 정말?   아니겠지..   얼굴에 씌어있어, 나 바람둥입니다.호호.. "

" 아닌데, 바람둥이..   이래봐도 순정으로 똘똘 뭉쳤거든요.후후.. "

" 그렇다고 치자구,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

" 근데, 무슨일로.. "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지는 알아봐야 했다.      어렵사리 부탁까지 해서 얻은 기회다.

" 그냥 술이나 한잔하고 싶었어, 한물 간 나를 불러준 것도 고맙고 해서.. "

" 당연히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인데요,뭐.. "

" 다 알어, 나보다 괜찮은 탈렌트가 얼마나 많은데..   연기가 되나, 어리기를 하나.. "

세월이 가는걸 막지 못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아둥바둥 시간을 붙잡고 싶겠지만, 그나마 엄미리 정도의 나이가 되게

되면 포기를 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주연이 혼자 다 할수는 없잖아요, 엄미리씨처럼 경험 많은 분이 감초 역할도 해야 할테고.. "

" 김실장은 참 따뜻해 보여, 같은 말이라도 맘 상하지 않게 조리가 있고.. "

"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후후.. "

" 진짜로 애인 없어? "

" ..... 네, 웬만해선 거짓말은 안해요.. "

" 내가 소개해 줄까? "

" 별 볼일 없는 놈이에요, 능력도 안되고.. "

" 능력은, 무슨..   살아 보니까, 그런거 말짱 소용없더라..   남자는 그저 여자랑 같은 꿈만 꾸면 돼.. "

" ....................... "

 

" 미안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술이 약해지네.. "

" 아직도 이뻐요.. "

한잔두잔 칵테일 시키는 횟수가 늘다 보니, 카페에서 나올때 쯤 그녀가 어지럽다며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한다.

족히 40여평은 됨직한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단다.     그녀가 손짓으로 가리킨 쇼파에 엉덩이를 걸쳤다.

" 젊음이 좋긴하네, 김실장은 말짱해 보이니.. "

" 얼마 마시지도 않았잖아요.. "

" 한잔 더 해, 좋은 술 있어.. "

거실 벽에 서 있는 장식장에서 양주를 꺼내더니, 냉장고에서 치즈와 아몬드를 꺼내 온다.

" 잠깐 마시고 있어..   술 좀 깨게끔, 씻고 나서 친구해 줄께.. "

욕실에서 샤워를 끝낸 그녀가,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걸 보고서야 속셈을 눈치 챌수 있었다.

분명히 의도된 옷차림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집안에 격식을 갖춰야 할 남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무릎께까지

내려오는 슬립 차림일순 없다.    

비록 가벼운 쉐타를 겉에 걸쳤다고는 하지만 다분히 유혹하는 냄새가 풍긴다.

더군다나 모서리에 있는 보조 쇼파에 앉으며, 일부러 다리를 포개 내 눈을 어지럽힐 심산이다.

" 이제야 조금 술이 깨네..   자, 한잔 더 하자구.. "

몸을 숙여 잔을 부디쳐 오는 바람에, 열려진 쉐타 사이로 뽀얀 가슴골까지 보인다.

무려 열세살이나 차이가 나는 그녀다.    아무리 연예계 생활로 잔뼈가 굵었다지만, 그녀의 대쉬가 난감하기만 하다.

" 옷이 좀 야해 보이네요.후후.. "

" 맘에 들어? "

확인차 찔러보자, 당연하다는 듯 입가에 미소까지 맴돈다.

" 너무 솔직하신거 아닙니까?    내가 다 당황스러운데.. "

" 너무 재면서 살면 재미없잖어, 그저 본능이 시키는대로 할 뿐이야.. "

대 놓고 작업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주는 떡을 마다해 본적은 없지만, 나이 차이때문에 조심스럽긴 하다.

" 왜 혼자 사세요?     옆에 누가 있으면 좋을텐데.. "

" 모두가 내 주머니만 노리더라, 혼자 사는게 더 편해..    김실장한테 미안하지 않아도 되지? "

" 글쎄요..  내가 이래도 되는지 좀 헷갈리네요.. "

" 이래봐도 입은 무거워, 걍 흉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

" 일단 저질러보죠,뭐..   설마 누님한테 지기야 하겠어요? "

" 역시..  내 눈이 정확하다니까.호호.. "

'사는게 장난이 아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게 장난이 아냐 12  (0) 2012.10.21
사는게 장난이 아냐 11  (0) 2012.10.20
사는게 장난이 아냐 9  (0) 2012.10.18
사는게 장난이 아냐 8  (0) 2012.10.17
사는게 장난이 아냐 7  (0)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