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7

바라쿠다 2012. 10. 16. 10:11

" 반갑습니다.. "

"네, 저두요..  미스최한테 얘기 들었어요, 실장님이 새로 오셨다구.. "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TV에 얼굴을 비치는 고태산과 마주했다.     비록 가끔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프라임의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세요.. "

" 에이~ 한물 간지가 언젠데..  오히려 실장님이 날 도와 주셔야지.. "

나이가 44라고 했지만, 연예계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내 또래로 보일 뿐이다.

" 일이 있으면야 당연히 도와 드려야겠지만, 제가 워낙 경험이 없는지라.. "

" 근데, 배기태라고 알죠?   왜 '웃는세상'에 나오는 개그맨.. "

" 알죠..  요즘 한창 뜨는 친군데.. "

" 사실 그 친구가 매니저가 없거든..  얼마나 지독한지 몰라요, 그렇게 잘 나가는데 후배들한테 술 한잔 안 산다고 소문이

난 정도니까.. "

" 그런데요? "

" 얼마전에 행사장에서 만났는데, 혼자서는 힘에 부친다면서 우리 사무실 계약조건이 어찌 되냐고 묻더라구.. "

" 그 친구가 원하는게 있을텐데요.. "

" 그게 좀..   10%만 내겠다네, 계약기간도 2년짜리 단발로 하고.. "

" 한번 만나보죠, 뭐.. "

" 사장님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어요? "

" 내가 책임질께요.. "

이런 기회도 없지 싶었다.     조건이 다소 어이가 없긴 했지만, 회사의 이미지가 바뀔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배기태를 통해서, 현재 방송국에 출연하는 인기있는 친구를 섭외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 웬일이냐,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해도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

" 니 소원 들어주려고 왔다, 왜.. "

스포츠 신문이 나오는 신문사 기자로 있는 황철호다.      중학교 다닐때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놀기만 좋아했던 놈인데

부모를 잘 만난 덕에 신문사에 취직까지 한 놈이다.

어릴때부터 친하긴 했지만,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에 그동안 만나는걸 자제해 왔었다.

" 짜 ~식..   그래도 내가 보고싶긴 했나보다.. "

" 솔직이 니가 보고싶은 얼굴은 아니지, 너랑 술 마시다 보면 금방 질리니까.. "

" 그래..  보자마자 씹어대는데 이따 두고보자, 오늘도 밤새 괴롭혀 줄테니까.후후.. "

" 좋다, 오늘은 갈때까지 한번 가 보자.. "

다니는 대학은 서로 틀렸어도, 워낙 친했기에 시내에서 만나 자주 어울리곤 했다.

옛날에 다니던 술집에 가 보자며 의기가 투합되어, 명동에 있는 잡탕 집에 마주 앉았다.

돈이 귀하던 학창시절에, 오천원짜리 잡탕 하나를 놓고 소주를 10병씩이나 비운 기억도 있다.

" 그러니까 니가 연예 매니저먼트를 한단 말이지.. "

" 그렇게 됐다..  며칠 안 됐지만 의욕도 생기고.. "

" 진작에 얘기하지, 더 큰 곳으로 알아 봤을텐데.. "

내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던 친구다.      자존심이 허락칠 않아, 놈과의 만남을 피했을 뿐이다.

" 난 여기가 더 맘에 들어, 꼴리는대로 운신하기도 좋고.. "

" 좋다~ 하나뿐인 친구놈이 한다는데, 확실하게 떠밀어 주마.. "

" 고맙다, 친구야.. "

한잔두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소주병이 5개나 비워졌다.     어릴때부터 술도 세지만, 한번 술이 들어가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 동훈아..  이제 물 좋은 강남으로 옮기자.. "

" 거기 말고 갈데가 있어.. "

둘이 어울리다 보면, 마지막 코스는 항시 여자들이 있는 룸싸롱이다.      되지도 않는 호기를 부리며, 젊은 호스티스를

끼고 시건방을 떨곤 했다.      대부분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놈이 총대를 짊어졌다.

" 어딘데? "

" 가보면 알아, 따라와.. "

미리 미경이와 통화를 했었다.     쌍동이 자매인 로리와 엘리야를 일찍 들여 보내라고 했던 것이다.

 

" 어~ 웬일이야? "

숙소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더니 미경이가 현관문을 열어준다.     

" 치사하게 나만 빼 놓고 마시려고 하다니.. "

미경이가 하얗게 눈을 흘긴다.      기자 생활을 하는 철호에게 앞으로도 도움 받을 일이 많으리란 예상을 했다.

룸싸롱에 가서 비싼 돈을 쓰느니, 로리와 엘리야를 데리고 양주를 마신다면 술값도 절약이 될테고 룸싸롱보다는 분위기

역시 더 편안하지 싶어, 양주를 셋팅하게끔 미경이에게 일러 두었던 것이다.      

" 접대 차원에서 온거야..   연예부 기자거든.. "

" 그러니까 나도 있어야지.. "

여자가 나이를 먹으면 뻔뻔해 진다더니 딱 그짝이다.     

사무실의 메니저먼트를 위해 친구놈을 구워 삶으려는 자리를, 자신이 데뷔할수도 있는 기회로 삼자는 수작이다.

" 실장님 반가여.. "

그나마 주방 식탁에 양주와 안주를 셋팅한 로리와 엘리야가 인사를 한다.

" 자, 이쪽으로 앉자.. "

" 진짜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가네..   넌 좋겠다, 이런 미녀들과.후후.. "

철호와 택시를 타고 오면서, 대충 쌍동이 댄서들에 대해 얘기를 해 준 것이다.     남미 여자들이 이쁘다며 침까지 흘린

놈이다.

" 아냐, 임마..  우리 사무실 소속인데 내가 그러면 쓰겠냐? "

" 나보러 그 말을 믿으라구?   고양이가 생선을 싫어한다면 몰라도.후후.. "

" 나도 그 말에 한표.호호.. "

내 속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치없이 끼여드는 미경이다.     그만큼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그럴수록

그녀와의 하룻밤이 후회가 된다

" 서로 인사나 해라..   여기 백미경씨..  니가 좋아하는 김수희 노래만큼은 기가 막히게 부르니까.. "

" 그래?   언제 한번 들어봐야겠네.. "

이런 경험이 여러번 있었는지, 제법 로리와 엘리야가 언더락스 잔에 양주를 따르고 얼음을 넣어 구색을 맞춘다.

" 나중에 기회가 많어..   오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건 그게 아냐.. "

" 빨리 얘기 해 봐, 술 맛 떨어지기 전에.. "

" 방송국 PD 좀 연결해 주라, 연출쪽이면 더 좋고..  우리 사무실에 탈렌트가 하나 있거든.. "

사실 철호를 만나기 전에 사무실 소속인 엄미리를 먼저 만나려 했었다.     나이가 50이 넘은 그녀가 집에서 쉬고 있다며

선배인 남사장이 안타까워 했었기 때문이다.      해서 철호를 먼저 만나, 그 부탁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 그거야 일도 아니지.. "

" ....................... "

" 너도 참 답답하다..   그러니까 동창회에 자주 나왔어야지, 우리 후배중에 PD가 있잖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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