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4

바라쿠다 2012. 10. 10. 13:00

"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어릴때부터 상필이 형과는 같이 자랐거든요.. "

" 그래도, 그러면 쓰나..   이제 처음 만난 자리에서.. " 

아닌척 하면서도 이미 반 하대를 쓰는 지배인 이득천이다.    

" 그래야 저도 편하죠"

" 그럴까, 그럼.후후..   참, 니네들도 이쪽으로 와서 인사해라.. "

한 쪽에 물러 서있던 덩치들을 부른다.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며 건달 냄새를 풍긴다.

" 니들도 알지, 내 친구 프라임 남사장..  새로오신 실장이시란다..  잘 해 드려.. "

" 네, 형님.. "

" 이쪽은 날 도와주는 부장하고 그 친구..  내가 없을땐 이 동생들하고 얘기해도 되니까.. "

" 반갑습니다.. "

"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

아무래도 업소이다 보니 여러가지 이권이 있을것이다.    이곳을 무대로 힘 좀 쓰는 건달들이 꼬이는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그래, 특별한 볼일이 있는건 아니구? "

" 네, 형님한테 인사도 드리고, 우리 소속사 식구들도 볼겸.. "

" 아, 그렇구만..  저기..  박부장이 김실장한테 룸하나 내 줘..  식구들하고 가볍게 한잔 하라구.. "

자신의 책상으로 옮겨 앉으면서, 어디론가 통화를 하려는지 핸폰을 꺼내 든다.

" 아뇨,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

" 어허.. 괜찮어, 내가 남사장한테 신세지는게 얼만데..  그 정도는 내가 해야지, 부담갖지 말게.. "

" 네..  그럼, 신세 지겠습니다.

그의 호의를 받아 들이는게 옳치 싶었다.     저 쪽에서 친근감을 표시하는데 굳이 거절할 명분도 없다.

어차피 사는 방식은 틀릴지 몰라도 소속사 식구들과 연계가 되는 곳이다.     얼굴을 익혀 둬서 나쁜일은 없을 것이다.

 

박부장이 안내해 준 룸에서 맥주를 축내고 있을때, 백미경과 댄서들이 들어온다.

" 어머~ 실장님이구나..  난, 또.. "

" 왜요..  실망하셨나 보다.후후.. "

" 안녕하죠.. "

" ..................... "

백미경의 뒤에 따라 들어온 여자들이 고개를 숙이는데, 인형보다 더 이쁘게 생긴 얼굴들이다. 

" 우리 말이 서툴러요, 콜롬비아.. "

" 아~ 네.. "

미리 미스최에게 들어 알고는 있었다.     외국에서 온 쌍동이 자매라고 했다.

진짜 댄서 출신인지는 몰라도, 몸매 역시 기가 막힐 정도로 늘씬한게 여느 모델 못지 않다.

" 이리들 앉어..  그래도 웬만한 말은 다 알아들어요, 특히 욕 하는건 귀신같이 안다니까.호호.. "

" 별다른 건 아니고, 이런일이 처음이라 분위기라도 익혀야겠기에.. "

백미경과 콜롬비아 댄서들에게 맥주 한잔씩을 따라 줬다.     쌍동이 중의 하나가 내 잔에 술까지 따른다.

" 어쩐지 그래 보이더라..  나이는 어떻게.. "

" 37입니다, 해 놓은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죠.. "

" 이제 한참 좋을 나인데, 뭐..   에휴~ 부럽다.. "

" 백미경씨는.. "

" 난 벌써 40줄에 왔어요.. "

" 에게~ 겨우 3살 차인데, 벌써 세상을 다 산 것처럼.. "

" 모르는 소리 하시네,호호..   여자의 세월은 남자랑 틀려요.. "

어제처럼 어딘가 모르게 그늘 져 보이는 백미경이다.     이름없는 가수로서 겪는 생활고가 만만치 않겠다 싶다.

" 근데, 이 친구들은 어떻게 우리 사무실 소속이.. "

" 요즘엔 외국에서 연예인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도 합법적으로.. "

" 아, 네..  그럼,숙식은 누가.. "

" 숙소는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7층에 있어요..  식사는 그 근처에서 사 먹기도 하고.. "

그 때 웨이터 하나가 들어와, 그녀들에게 무대에 오를 시간이 됐다고 알려 왔다.

" 1시간이면 끝나는데..   기다려요, 내가 한잔 살테니까.호호.. "

 

" 조금 어수선 해도, 난 여기가 편하더라.. "

카바레 뒷골목 시장터에 가볍게 마실수 있는 실내 포장마차다.      일을 마친 백미경이 이 곳으로 안내를 했다.

무대복을 입었던 그녀와는 전혀 딴 판이다.     청바지에 젊은 아가씨처럼 빨간색 점퍼를 걸친 그녀가, 좁은 시장 골목을

앞서 걷는데, 자꾸 눈길이 머물만큼 엉덩이의 볼륨이 빵빵하다.

" 이모~ 머리고기하고 보약 하나.. "

" 에그~ 보약 좀 그만 먹어..  그러다 그 이쁜 얼굴 다 상할라.. "

자주 오는 단골집인듯 했다.     주인 여자가 백미경을 곰살맞게 챙긴다.

술이 제법 센 듯 싶다.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 끝에 벌써 소주 두 병이 비워진다.

" 그래..  애기는 몇살이래? "

" 아직..  총각이라.. "

" 어머, 웬일이래..  김실장도 눈이 높은 편이구나..  여자 별거 없는데..   벗겨 놓으면 다 거기서 거기고, 정 붙이고 살면

그게 내 여자야.. "

" 나도 그러고 싶은데, 여자들은 내가 싫다네요.후후.. "

" 아무리..  이렇게 핸썸한 남자를 그냥 놔 둘리가 있나, 김실장이 여자 욕심이 많은거겠지.. "

" 어.. 진짠데.. "

" 됐어..  너무 재지마요, 그러다 좋은세월 다 가고 후회한다구.. "

" 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

" 오늘 김실장이나 꼬셔 볼까? "

" ..................... "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술잔을 가져간 그녀의 입술이 유난히 붉어 보인다.

" 그렇다고 쫄기는.호호.. "

" 쫄긴 누가..  내가 꼬신다면 몰라도.. "

어느정도 취기가 오르자, 그녀와의 장난스런 겨루기에서 지기 싫은 승부욕이 생긴다. 

" 정말? "

" 정말이지, 그럼..   남자를 무시해도 정도껏 하셔야지.후후.. "

짖궃은 그녀의 농담에 맞장구를 치는것도 재미가 있다.     빨간 점퍼사이로 그녀의 앞가슴이 숨을 쉰다.

" 좋았어, 콜~~ "

" ...................... "

" 이미 끝났어, 후회해도 늦었다구.호호.. "

" 그만 놀려요..   그러다 진짜 덤벼들면 어쩌려구.. "

" 오늘 김실장 내꼬야..   따라 와.. "

술기운이 오르는 듯 혀까지 꼬부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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