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어릴때부터 상필이 형과는 같이 자랐거든요.. "
" 그래도, 그러면 쓰나.. 이제 처음 만난 자리에서.. "
아닌척 하면서도 이미 반 하대를 쓰는 지배인 이득천이다.
" 그래야 저도 편하죠"
" 그럴까, 그럼.후후.. 참, 니네들도 이쪽으로 와서 인사해라.. "
한 쪽에 물러 서있던 덩치들을 부른다.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며 건달 냄새를 풍긴다.
" 니들도 알지, 내 친구 프라임 남사장.. 새로오신 실장이시란다.. 잘 해 드려.. "
" 네, 형님.. "
" 이쪽은 날 도와주는 부장하고 그 친구.. 내가 없을땐 이 동생들하고 얘기해도 되니까.. "
" 반갑습니다.. "
"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
아무래도 업소이다 보니 여러가지 이권이 있을것이다. 이곳을 무대로 힘 좀 쓰는 건달들이 꼬이는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그래, 특별한 볼일이 있는건 아니구? "
" 네, 형님한테 인사도 드리고, 우리 소속사 식구들도 볼겸.. "
" 아, 그렇구만.. 저기.. 박부장이 김실장한테 룸하나 내 줘.. 식구들하고 가볍게 한잔 하라구.. "
자신의 책상으로 옮겨 앉으면서, 어디론가 통화를 하려는지 핸폰을 꺼내 든다.
" 아뇨, 그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
" 어허.. 괜찮어, 내가 남사장한테 신세지는게 얼만데.. 그 정도는 내가 해야지, 부담갖지 말게.. "
" 네.. 그럼, 신세 지겠습니다.
그의 호의를 받아 들이는게 옳치 싶었다. 저 쪽에서 친근감을 표시하는데 굳이 거절할 명분도 없다.
어차피 사는 방식은 틀릴지 몰라도 소속사 식구들과 연계가 되는 곳이다. 얼굴을 익혀 둬서 나쁜일은 없을 것이다.
박부장이 안내해 준 룸에서 맥주를 축내고 있을때, 백미경과 댄서들이 들어온다.
" 어머~ 실장님이구나.. 난, 또.. "
" 왜요.. 실망하셨나 보다.후후.. "
" 안녕하죠.. "
" ..................... "
백미경의 뒤에 따라 들어온 여자들이 고개를 숙이는데, 인형보다 더 이쁘게 생긴 얼굴들이다.
" 우리 말이 서툴러요, 콜롬비아.. "
" 아~ 네.. "
미리 미스최에게 들어 알고는 있었다. 외국에서 온 쌍동이 자매라고 했다.
진짜 댄서 출신인지는 몰라도, 몸매 역시 기가 막힐 정도로 늘씬한게 여느 모델 못지 않다.
" 이리들 앉어.. 그래도 웬만한 말은 다 알아들어요, 특히 욕 하는건 귀신같이 안다니까.호호.. "
" 별다른 건 아니고, 이런일이 처음이라 분위기라도 익혀야겠기에.. "
백미경과 콜롬비아 댄서들에게 맥주 한잔씩을 따라 줬다. 쌍동이 중의 하나가 내 잔에 술까지 따른다.
" 어쩐지 그래 보이더라.. 나이는 어떻게.. "
" 37입니다, 해 놓은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죠.. "
" 이제 한참 좋을 나인데, 뭐.. 에휴~ 부럽다.. "
" 백미경씨는.. "
" 난 벌써 40줄에 왔어요.. "
" 에게~ 겨우 3살 차인데, 벌써 세상을 다 산 것처럼.. "
" 모르는 소리 하시네,호호.. 여자의 세월은 남자랑 틀려요.. "
어제처럼 어딘가 모르게 그늘 져 보이는 백미경이다. 이름없는 가수로서 겪는 생활고가 만만치 않겠다 싶다.
" 근데, 이 친구들은 어떻게 우리 사무실 소속이.. "
" 요즘엔 외국에서 연예인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도 합법적으로.. "
" 아, 네.. 그럼,숙식은 누가.. "
" 숙소는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7층에 있어요.. 식사는 그 근처에서 사 먹기도 하고.. "
그 때 웨이터 하나가 들어와, 그녀들에게 무대에 오를 시간이 됐다고 알려 왔다.
" 1시간이면 끝나는데.. 기다려요, 내가 한잔 살테니까.호호.. "
" 조금 어수선 해도, 난 여기가 편하더라.. "
카바레 뒷골목 시장터에 가볍게 마실수 있는 실내 포장마차다. 일을 마친 백미경이 이 곳으로 안내를 했다.
무대복을 입었던 그녀와는 전혀 딴 판이다. 청바지에 젊은 아가씨처럼 빨간색 점퍼를 걸친 그녀가, 좁은 시장 골목을
앞서 걷는데, 자꾸 눈길이 머물만큼 엉덩이의 볼륨이 빵빵하다.
" 이모~ 머리고기하고 보약 하나.. "
" 에그~ 보약 좀 그만 먹어.. 그러다 그 이쁜 얼굴 다 상할라.. "
자주 오는 단골집인듯 했다. 주인 여자가 백미경을 곰살맞게 챙긴다.
술이 제법 센 듯 싶다.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 끝에 벌써 소주 두 병이 비워진다.
" 그래.. 애기는 몇살이래? "
" 아직.. 총각이라.. "
" 어머, 웬일이래.. 김실장도 눈이 높은 편이구나.. 여자 별거 없는데.. 벗겨 놓으면 다 거기서 거기고, 정 붙이고 살면
그게 내 여자야.. "
" 나도 그러고 싶은데, 여자들은 내가 싫다네요.후후.. "
" 아무리.. 이렇게 핸썸한 남자를 그냥 놔 둘리가 있나, 김실장이 여자 욕심이 많은거겠지.. "
" 어.. 진짠데.. "
" 됐어.. 너무 재지마요, 그러다 좋은세월 다 가고 후회한다구.. "
" 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
" 오늘 김실장이나 꼬셔 볼까? "
" ..................... "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술잔을 가져간 그녀의 입술이 유난히 붉어 보인다.
" 그렇다고 쫄기는.호호.. "
" 쫄긴 누가.. 내가 꼬신다면 몰라도.. "
어느정도 취기가 오르자, 그녀와의 장난스런 겨루기에서 지기 싫은 승부욕이 생긴다.
" 정말? "
" 정말이지, 그럼.. 남자를 무시해도 정도껏 하셔야지.후후.. "
짖궃은 그녀의 농담에 맞장구를 치는것도 재미가 있다. 빨간 점퍼사이로 그녀의 앞가슴이 숨을 쉰다.
" 좋았어, 콜~~ "
" ...................... "
" 이미 끝났어, 후회해도 늦었다구.호호.. "
" 그만 놀려요.. 그러다 진짜 덤벼들면 어쩌려구.. "
" 오늘 김실장 내꼬야.. 따라 와.. "
술기운이 오르는 듯 혀까지 꼬부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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