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3

바라쿠다 2012. 10. 8. 20:06

" 좋은 아침.. "

" 어머..  웬일이래요, 이렇게 일찍.. "

오전 10시경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미스최가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저녁에 약속이라도 있는지 산뜻한 정장

차림이다.

" 미스최 얼굴이 보고 싶어서.후후.. "

" 솔직하게 말해 봐요, 선수 출신이죠? "

책상에 걸레질을 하던 미스최가 커피 포트의 전원을 켠다.

" 섭한 소리..   진심을 왜곡이나 하고.. "

" 됐네요.호호..   일찍 나오지 않아도 돼요, 웬만한 일은 전날 저녁에 미리 스케줄을 짜거든여..   우리 활동시간은 주로

밤이니까.. "

"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야행성이 돼야 한다.. "

커피를 따라 온 미스최가 어제와 마찬가지로 쇼파 귀퉁이에 엉덩이를 걸친다.

" 네, 맞아요..  야행성 동물.호호.. "

" 소속 가수들이 뛰는 무대를 보고 싶은데.. "

어제 저녁 집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상념으로 늦게까지 뒤척여야 했다.     

남사장한테 할 일을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 궁금한 점들을 파악하고 싶었다.     그 중 한가지가 사무실 소속 식구들의

근황이다.

" 몇 명 되지도 않아요..   몇년전에는 많았다던데.. "

" 모두 몇 사람이나? "

" 가수가 네명이고, 댄서가 둘, 행사전문 개그맨도 하나 있어요..   참, 탈렌트도 한사람 있긴 한데 요즘엔 통 활동이

없어서.. "

 

먼저 미사리부터 들려야 했다.      그나마 라이브 카페가 일찍 영업을 시작하기에, 소속 가수인 이성철부터 만나기로 한

것이다.

올해 나이가 52이라는 그는, 한때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많은 여자팬들이 있었고 큰 음반 수입을 냈던 가수였단다.

어느 누구도 세월의 흐름은 되 돌릴수 없는 법이고, 그를 따르는 수많은 여성팬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가정에서 안주하고

있을 나이들이다.

초저녁의 카페에는 벌써 드문드문 손님들이 앉아, 이성철의 노래를 감상하며 제법 한가한 망중한을 즐기고들 있다.

일단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그의 노래를 들어 보기로 했다.      제법 흥에 겨워 키타를 손수 쳐 가며 열심히 노래를

불러 제끼는 그의 노래에 빠져, 두 눈을 감고 노래가사를 따라 읆조리는 중년여자의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한 스테이지가 끝난 그를 보기위해 일어 서려는데, 무대를 내려온 그가 손님이 있는 테이블에 합석을 한다.

어째야 할지 망설이다가 그 쪽 테이블로 가기로 했다.     다른 곳도 둘러 보려면 시간도 촉박할 뿐더러, 그네들의 얘기가

길어질 듯 싶어서다.

" 실례합니다.. "

" ... 아~ 아까 전화했던 김실장.. "

" 네, 맞습니다..  결례인줄 알지만 제가 시간이 없어서.. "

" 그냥, 이쪽으로 앉아요..  나랑 편한 사이니까 괜찮아.. "

" 누구신데? "

이성철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던 여자가 끼여든다.     한 눈에 보기에도 팔자가 늘어진 유한마담 이상은 아니다.

" 아..  우리 사무실에 새로 오신 실장이래, 얼굴이나 익히러 오신거야.. "

" 금방 일어설 겁니다, 방해해서 죄송하네요.. "

" 저도 죄송한데요, 되도록 빨리 끝내주세요..   우리 자기 오랜만에 만난건데.. "

자존심이 상했다.    이성철을 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까지 왔건만, 되지도 못한 사랑타령에 낀 불청객이 되어 버렸다.

" 그러죠.. "

" 미안해, 김실장..  팬 관리를 소홀하게 할수도 없어, 그래도 우리 가게 단골인데.. "

딴에는 자리를 비켜준다고, 여자가 건너편 테이블로 가 앉자 이성철이 미안해 한다.      왕년에 날리던 스타가 중년 여자의

주머니에 연연하는걸 보니 씁쓸해 진다.

" 그럴수도 있죠,뭐..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건데 좋게 생각해야죠.. "

" 이해해 줘서 고마워.. "

 

어느새 올림픽 도로가 퇴근시간으로 엉망이다.      시간에 맞춰 영등포로 가려던 것이 차질을 빚게 생겼다.

핸폰을 고정판에 장착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뚜 ~~ 뚜 ~~

~ 네, 프라임 기획입니다.. ~~

" 나야, 미스최.. "

~ 네, 실장님.. ~~

" 영등포로 가는데 차가 많이 막히네..  미안한데 미스최가 대신 백미경씨한테 전화 좀 해 줘..   약속을 못 지키겠다고.. "

~ 알았어요, 그 대신 나한테 뭐 해주실건데요.호호.. ~~

"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나?    뭐든지 말만 해.. "

~ 농담이예요..  운전이나 조심하세요.. ~~

" 그래, 고마워.. "

영등포 입구에 도착 했을때는 이미 약속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있었다.

어차피 늦은 지라 사무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근처 식당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카바레의 지배인이 남사장과 친구사이라고 했으니 그도 만나봐야 할 것이다.     카바레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온갖 네온이 불을 밝히는, 영등포의 밤은 나름대로 정겨운 맛이 있다.     강남쪽의 번화가와는 비교가 어렵겠지만,

나이가 든 중년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술이나 음식값도 그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3층 카바레로 올라가는 계단이 넓어,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쳐도 충분히 피할 여유가 된다.

카바레 입구에 다다르자 보조 웨이터가 반기며 호들갑을 떤다.

" 지배인 좀 만나뵈러 왔는데.. "

" 어디서 오셨죠? "

" 프라임이라고 기획사 실장입니다, 인사 드리러 왔죠.. "

" 이리 따라 오시죠.. "

출입문을 열자 안 그래도 복도까지 들리던 음악소리가 쿵쿵 울리는 바람에 혼이 빠질 지경이다.

~ 비 오는 골목길에 ~~ 두 손을 마주 잡고 ~~

그녀였다.     백미경이 무대위에서 그 큰 엉덩이를 흔들어 가며, 요염한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배인의 사무실은, 무대 뒤쪽으로 나 있는 복도 끝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곳까지 안내한 웨이터가 손으로 출입문을 가리키고 돌아선다.    그에게 가벼운 목례를 건넸다.

방 안에는 지배인으로 보이는 친구가 책상뒤 회전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쇼파에는 두 남자가 더 있다.

" 처음 뵙겠습니다.. "

" 누구신지.. "

" 프라임에 새로 온 김동훈입니다.. "

명함을 꺼내 두 손으로 그에게 내밀었다.     약간은 살이 쪘지만 다부져 보이는게 건달 냄새가 난다.

" 반갑네요..  이리 앉으세요.. "

그가 손으로 쇼파를 가리키자, 그곳에 앉아있던 사내 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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