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아침 ~ "
" 점심시간 다 됐어요.호호.. "
미경이에게 된 통 당하고, 머쓱한 심정이 되어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 미스최는 오늘 약속있나 봐.. "
" .....없는데요.. "
" 옷차림이 그런데, 데이트가 있는 사람처럼.. "
" 놀리지 말고 커피나 드세요.. "
금새 얼굴 표정이 샐쭉하게 변하는걸 보고서야 눈치를 챌수 있었다. 처음 만난날, 청바지에 쉐타 차림으로 편안하게
근무를 하던 그녀였다.
내가 출근하는 날에 맞춰 옷차림이 빠뀐건 이유가 있지 싶다.
젊은 애들 말처럼, 나에게 필이 꽂힌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호감을 가진걸로 보여진다.
" 엄미리씨한테 연락해서 좀 나오시라고 하지.. 혹시, 예전에 찍은 드라마 테잎 있으면 가져오라 하고.. "
" 어머.. 어디 뽑혔어요? "
" 아직.. 하지만 금방 연락 올거야.. "
연기를 했던 모습이라도 봐 둬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아무리 PD가 후배라지만, 무턱대고 조르는 모양새가 돼서는
곤란하지 싶다.
엄미리가 맡은 배역을 무난히 소화해야, 다음에도 부탁을 하기가 쉬울것이다.
" 그리고, 고태산씨한테 연락해서 배기태하고 약속 좀 잡아 줘.. "
" 개그맨 배기태요? 그 사람이 우리랑 계약한대요? "
" 아직은 모르지만 그렇게 하게끔 해야지.. "
" 참, 사장님이 오후에 들리신대요.. "
" 그래? 오랜만이네.. "
" 오늘 저녁에 스케줄 있어요? "
" 아직은 없는데, 왜?
" 아뇨.. 괜히 술이 고프네요.호호.. "
" 우리 미스최, 혹시 술꾼 아냐? "
" 치~ 사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시집도 안 간 처녀를 술꾼으로 모냐, 치사하게.. "
자꾸만 사적인 술자리를 핑계 삼는것만 보더라도 내 짐작이 맞는걸로 보인다.
" 반가워요.. "
" 네, 반갑습니다.. 여전히 이쁘시네요.. "
한껏 치장을 하고 나온 엄미리다. 뷰티 샵이라도 다녀 왔는지 얼굴이 반지르하고, 입술에는 곱디 고운 루즈까지
칠해져 있다.
나이는 50이라지만 아직도 남자들의 눈길을 끌만큼 매력적이다. 젊었을적엔 많은 인기를 끌던 미모다.
" 우리 실장님, 보는 눈이 높으시네.호호.. "
" 예, 제가 좀 그런 편이죠.후후.. 미스 최~ 이것 좀 보자구.. "
엄미리가 가져온 usb를 미스최에게 건넸다. usb를 자신의 책상에 있는 PC에 꽂고는, 모니터를 우리가 앉아있는 곳으로
돌려 준다.
" 저건 5년전에 찍은 작품이죠, 저때만 해도 군살이 없었는데.. "
" 그러네요, 몸매도 좋으시고.. 아,지금도 훌륭합니다.후후.. "
유달리 세월이 감을 아쉬워 하는 인상을 받았다. 젊게 보이기 위해 입고 온 옷이나, 말하는 중간중간 그런 느낌을 여러번
느꼈다.
가지고 온 작품속의 배역도, 연기력을 볼수 있는 장면이 아닌 자신의 미모를 돋보이는 화면뿐이다.
" 누구 작품이에요? "
" 아직 작가는 모르고, 연출이 박주성이라고 학교 후배거든요.. "
" 아~ 박주성 PD.. 요즘 잘 나가던데.. "
" 조만간 연락이 올겁니다.. "
" 어머~ 사장님.. "
" 그래, 미스최.. 엄미리씨도 오셨네요.. "
" 반가워요, 남사장.. "
모니터 화면을 보며 얘기하던 중에 남사장이 들어섰다.
" 하던 얘기들 마저 하세요.. 미스최~ 나, 커피.. "
바쁜일이 있는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미스최가 내린 커피를 들고 뒤를 따른다.
" 근데, 우리 김실장 핸썸하시다.. 결혼 했죠? "
" 미혼입니다, 날 쓰겠다는 여자가 아직 없네요.후후.. "
" 눈이 높으시네.. 그렇게 생겼어, 고집도 세 보이고.호호.. "
" 벌써 입질이 오는거야? "
" 아직 몰라요.. 좀 더 두고 봐야지.. "
엄미리가 돌아가고 남상필의 방에 둘이 앉았다. 바쁜일이 있었는지 며칠만에 사무실에 얼굴을 내민 것이다.
" 열심히 해 봐.. 먼저도 얘기했지만, 이 곳 생리가 너한테는 딱이지 싶다.. "
" 저기, 배기태라고 개그맨이 있는데.. 계약 조건이 좀 불리해요.. "
" 나도 알지, 요즘 뜨는 애잖어.. 걔가 요구하는게 뭔데.. "
" 수익금의 10%만 내겠다네, 2년 단발에.. "
" 흠~ 니 생각은 어때? "
" 난 괜찮치 싶어.. 일단 내 사람부터 만들면 부수적인 것도 생길것 같고.. "
" 니 소신껏 해 봐.. 그럴려고 널 데려 온거니까.. "
오너인 남선배에게 미리 보고를 하는게 맞지 싶다. 차후로도 내 결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뒷말이라도 생기게 되면
운신하기가 불편해 질지 모른다.
" 그리고, 저.. 어쩌다 보니 백미경이하고 그렇게 됐어.. "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옳다고 생각했다. 행여 다른 사람을 통해 남선배가 알게된다면 면이 서지 않는 일이다.
" .....하하하.. 빠르기도 하다, 그나저나 너랑 동서가 됐네.하하.. "
" 형도, 그럼.. "
" 그래, 임마.. 잘해 줘, 불쌍한 여자야.. 쌍동이 자매도 마찬가지지만, 걔네들이 버는 돈은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
" 사실 이번 일도 로리하고 엘리야 덕을 본거야.. "
" 잘했어, 걔네들한테 들어간 경비는 미스최한테 청구해.. 아니다, 미스최가 이상하게 볼수도 있으니까, 나한테 직접
가져가는게 낫겠다.. "
남선배와 뜻이 통해서 다행이지 싶다. 오너와 손발이 맞지 않는다면, 내 성격상 견디지 못할 것이다.
" 술꾼 맞네, 뭐.. "
" 실장님 ~ "
하얗게 눈을 흘기는 미스최의 모습이 귀엽다. 술이 마시고 싶다던 미스최와 같이 퇴근을 했다.
사무실에서 영등포 번화가까지 걸어서 왔다. 팔짱만 끼지 않았을 뿐이지, 옆구리에 바짝 붙어 따라오던 미스최다.
곱창을 좋아한다고 하길래 양곱창과 소주를 시켰다. 안주가 익기도 전에 원샷으로 소주를 들이키길래,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 그렇게 술을 좋아하니, 누가 미스최를 데려갈지 심히 걱정일세.후후.. "
" 에고~ 됐네요, 걱정도 팔짜야.. 나, 연희에요.. 회사 밖에서도 미스최가 뭐래, 흥 ~ "
" 얼굴에 비해서 이름은 이쁘다.후후.. "
" 실장님 ~ 아주 못됐어.. 그렇게 안 봤는데, 자꾸 놀리기나 하고.. "
나에게 호감을 가졌는지 떠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몇마디 놀려 줬더니 진짜로 토라진듯 안색마저 굳어진다.
" 알았어, 연희가 받아 주니까 재밌어서 그런거야.. 그런다고 진짜 삐지냐, 사람 무안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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