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14

바라쿠다 2012. 9. 26. 20:58

대책없이 한심한 놈이란 생각뿐이다.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 성희의 친구 여진이와 이렇게까지 될줄은 몰랐다.      엊저녁 곱게 차려입고 나선 여진이의 옷들이

호텔방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다.      중간중간 끊어진 필름이 돌아간다.

안 그래도 술에 취하지 않으려고 그토록 조심했건만, 노래방에서 급작스럽게 허리를 감아오며 키스를 해오는 여진이의

살 냄새에 불끈 욕정이 살아났다.      

그 후로는 스스로를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성희에게 내쳐 졌다는 배신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를 마주 껴안고 입술을 부딛쳤고, 웃옷 속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쥐어 갔다.

분기 탱천한 물건을 그녀가 바지위로 매 만지자, 결국은 참지 못하고 쇼파 위로 그녀를 쓰러뜨렸던 것이다.

이성을 잃은것과 진배없이, 그녀의 치마속에서 팬티까지 끌어 내릴만큼 급박한 심정이 됐다.

" 아 ~ 우리 딴데로 가자, 응? "

이미 이성을 잃은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는 며칠전 성희와 잠을 잤던 호텔로 왔다.

호텔방 안에 들어서서는 한마리 짐승이 돼 버렸다.     그녀의 앞섬을 열고 젖가슴부터 파고 들었다.

" 아이..  먼저 씻고, 응..  철호씨.. "

그녀의 말조차 무시를 해 버렸다.       겉에 걸치고 있던 쉐타를 벗겨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가슴골이 깊게 파인 티마저 그녀의 몸에서 떼어버렸고, 나풀거리던 그녀의 치마 역시 하나의 천 조각이 되었을 뿐이다.

발가 벗겨진 그녀를 거칠게 침대 위로 밀었다.      한마리의 암컷이 늘씬한 자태를 뽐내며 암내를 풍기는 중이다.

 

" 벌써 일어났어?  "

" ................. "

몸을 일으킨 여진이의 상체가 드러나자 어제밤 기억이 새삼스럽다.      티셔츠 속으로 깊게 파인 가슴골이 보일만큼

봉긋 솟아오른 그녀의 젖가슴이 눈 앞에서 유혹을 한다.

" 속 쓰려..  우리 해장국이라도 먹자.. "

시트를 걷어 치우고는 욕실 쪽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뒤태에서 또 다시 어제의 향연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성희와는 달리 유난히 착착 감기던 여진이였다.     성희가 자신의 감흥을 위해 맞부디치며 능동적으로 정점을 향해 가는

스타일이라면, 여진이는 남자가 짓쳐가는 몸짓에 따라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며 매달리는 여자였다.

 

호텔 뒤쪽 골목길에 복어집이 있길래 복지리를 시켰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제법 큰 식당에 손님이 여진이와 나 뿐이다.

" 왜 말이 없어?   아직도 어색한가 봐, 남자가.. "

앞 접시에 지리를 담아 내 앞에 놔 주고는, 자신은 국자째 국물을 마시는 여진이다.     

"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안해, 여진씨.. "

" .................. "

" 처음부터 그러려는건 아니었는데, 술이 많이 취했었나 봐.. "

" 그 말 조금 기분 나빠지려고 한다, 내가 맘에 들어서가 아니고 술김에 저질렀다는 말이잖어.. "

여진이의 말대로 성희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다고도 할수있다.      술에 취해 여진이의 살 냄새를 맡다 보니, 이성을 잃고

그녀의 몸에다 모든걸 쏟아 부은 것이다.

" 그것보다..   성희씨 친구니까.. "

" 성희는 이미 철수씨한테 맘이 없다고 했잖아.. "

" 나도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나까지 금방 여진씨랑 그런다는게, 좀.. "

성희에 대한 진심만은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었다.   단순히 그녀의 육체만을 탐 했던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와 인연이

되고자 했던 소중한 마음까지 퇴색이 되는건 싫었다.

" 아직도 성희를 포기 못하는건 아니고? "

" 포기하기로 했지..   그렇다고 나까지 가볍게 한다는건.. "

" 이제부터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 되지.. "

" 아직까진 그럴 생각이 없어, 미안해 여진씨.. "

" .................... "

 

" 이렇게 고마울데가.흐흐..   고맙습니다, 계장님.. "

토요일 저녁, 성희와 함께 최대표를 만났다.      느물거리는 최대표에게서 다시금 반감이 생기는 중이다.

" 아직 다 된건 아니니까 너무 반가워 할 필요는 없으시고..  내가 생각할땐 최대표께서 우리 박과장에게 큰 실수를 하신것

같던데.. "

" 실수라니? "

" 처음엔 박과장도 최대표의 허가 신청서에 싸인을 하라고 했던 사람인데, 뭐 땜에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

" ................... "

어찌 대응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것이다.     자신이 꾸민 모략을 내가 어찌 알았는지도 궁금할 것이다.

" 그렇게 모르쇠로 나가시다니 과연 최대표답습니다, 그려..   여기있는 성희씨도 사촌 동생이라며 거짓말까지 한 분이..

그런 식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최대표께서 박과장한테도 똑같은 방법을 썼더군요.. "

" ................... "

끝까지 사태를 지켜보며 기회만을 엿보려는 최대표의 낯짝에 술이라도 끼얹고 싶은 심정이다.

" 박과장에게 애인이 있다는걸 어찌 알고는, 그녀의 남편을 이용해서 돈을 뜯게끔 했더군요..   그 남편된 사람이 합의금

조로 박과장을 닥달하게끔 시켰고, 또 그 돈을 국장을 통해서 빌려 줬던게고..  이래도 모른척 하실거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

"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서류에 싸인하고 싶진 않았지만, 성희씨와의 약속땜에 싸인을 한 겝니다..    모쪼록 성희씨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 주세요..    만에 하나 최대표께서 약속을 어긴다면, 내 목을 걸고서라도 감사반에 자진

출두할테니까.. "

반 강제로 최대표의 확답을 받고서야 그와의 얘기를 끝낼수 있었다.      더 이상 앉아 있기가 민망했던 최대표가 서둘러

일식집을 빠져 나갔다.

" 나중에 최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한테 얘기를 해 줘.. "

" ....술이나 한잔 해.. "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안색이 어두워 진 성희다.

" 아냐..  성희랑 이렇게 앉아 있으니까 내 결심이 흔들려서 안되겠어..  그보다 이거 받아.. "

" 이게 뭐야? "

방 두칸짜리 아파트에 사는걸 유난히 못 견뎌 했던 성희였다.     다시는 보지 못 할 그녀지만, 마지막 선물을 하기로

며칠전부터 마음을 먹었었다.    

" 마지막 선물..   성희씨 집 앞 5동에 있는 아파트 전세 계약서.. "

" ................... "

" 그 전부터 해주고 싶었던거야..    능력이 되면 하나 사 줄까도 했지만, 알다시피 공무원이 그럴 능력은 안되잖어..

성희씨가 살고있는 집 보증금이 5천이라며..   그거랑 합치니까 계산이 맞아 떨어지더라구.. "

" 이걸 왜..   나한테.. "

" 부담갖지 말라니까, 다시는 만나 달라고 조르지도 않을게고..   나 먼저 일어날께.. "

사랑하고자 했던 여자와의 이별이었지만 속만큼은 후련하다.      졸지에 꿈꾸던 이상형이 다가와, 잠깐이지만 장미빛

꿈을 꿨더랬다.    

바보처럼 모든걸 걸만큼 그녀에게 기울던 마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도 덜도 아닌,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인계라는걸 알고서는 그녀를 그렇고 그런 여자로 취급하려 했지만 그마저

내 의지로는 불가항력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향했던 나만의 소중했던 마음까지 변색이 되는건 죽기보다 싫다.

그녀가 자신을 어찌 생각하던 간에 마지막으로 선물까지 전했으니, 다시금 마음을 다 잡고 열심히 살아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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