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12

바라쿠다 2012. 9. 23. 17:13

" 나사가 빠진 사람이야, 당신은..   그건 알지? "

이왕지사 치사했던 내 속셈이 드러 난 마당에, 철수에게 구차한 변명까지 한다는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해서 방귀 뀐 년이 성을 낸다고, 철수의 약점이라도 들 쑤셔 이 시간을 모면하고 싶다.

" 맞아..  아무생각 없어, 당신 밖에는.. "

" ...................... "

또 다시 예상을 깨고 있다.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노여움을 타지 않는다.     

" 나한테 부담 갖지마..   당신한테 책임없어,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짓이니까.. "

연애라는 감정을 담보로 철수를 속이면서까지 이익을 챙기고, 본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나에게 오히려 위안을 주고자 한다.

" 나랑 섹스하니까 그렇게 좋디?     이리와, 한번 더 대 줄께.. "

어떠한 질책도, 저를 무시하는 언행도 그에게는 통하지가 않는다.     막 나가는 말투로 그를 자극하고 싶다.

" 싫어.. "

" 싫어?  "

" ....응.. "

도무지 감을 잡을수 없는 그의 내면속에는, 무엇이 있는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한다.

" 근데, 왜 찰거머리처럼 따라 다녀.. "

" 당신이 좋아서.. "

" 그러니까 한번 더 준다잖어.. "

" 당신의 몸을 좋아하는게 아냐, 그냥 당신을 보고 있으면 좋아서 그래..   앞으로 안 만나줘도 괜찮어, 그냥 내 머리속에

넣고 있기만 할께.. "

" 진짜 바보네, 멍청한 놈이라구.. "

" 알아, 난 바보야.. "

갑자기 궁금해 진다.     도대체 저 만큼이나 나를 좋아하는 그를, 나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를 파 헤쳐보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 벗어.. "

" ........................ "

" 내 말 안들려?  벗으라니까.. "

아무것도 정립이 되질 않아 답답하던 참에 그와 섹스라도 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냥 대책이 없는 지금,

이 순간을 견뎌 낼 자신마저 없다.

바지를 벗는 그에게 다가가 팬티까지 벗겨 내렸다.    남들과 다름없이 그 물건은 제자리에서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 이 놈만 정상이네.. "

눈을 내리깔고 소심하게 서 있는 그의 물건을 손바닥 위에 올렸다.      그것이 손바닥 위에서 딱딱해 지는 중이다.

" 벗겨.. "

" ..................... "

" 왜 이렇게 답답해..  내 옷 좀 벗기라니까.. "

 

"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결재를 하지 말랬잖어.. "

이튿날 시청으로 출근한 철수는 최대표의 허가 신청서에 싸인을 해서 박과장의 책상에 올려 놨다.

나중에 그 서류를 본 박과장이 시청 옥상으로 불렀다.      와이셔츠 소매까지 걷어 올린 그 모습에서, 박과장이 많이 흥분

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 그냥 해 줍시다, 우리가 버틴다고 될 일도 아니고.. "

오랜 기간을 같이 근무했던 터라 사석에서는 형님처럼 친근한 사이다.      설사 나중에 일이 꼬여 내 위치가 잘못 된다

할지언정, 박과장을 구슬려 이 일을 빨리 매듭짓고 싶은 마음뿐이다.

" 뭐야, 임마..    너도 돈 먹었냐, 내가 그렇게 얘길했는데..   그 놈한테 끌려가면 안된다고 했잖어.. "

" 국장까지 나서서 통과시키려고 하는걸 무슨 수로 막아요, 과장님도 결재하라고 하구선.. "

" 그때는 그때고..   내가 설명했잖어, 그 놈이 나를 엮어서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했다고.. "

" 대충 넘어가요, 우리가 무슨 청백리도 아니고.. "

" 난 못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놈이 잘되는 꼴은 못 봐.. "

길길이 뛰는 박과장이 변수로 떠 올랐다.     처음엔 박과장이 먼저 나서서 나를 회유하려 했었다.     이제사 입장이 뒤바뀐

셈이지만, 되도록 설득을 해서 성희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 형님..  그만 합시다, 나도 이젠 공무원 생활이 지긋지긋해요..   대충 떡고물이나 챙겨서 새롭게 살고 싶어요.. "

박과장이 결재를 하게끔 해야 한다.      어차피 국장이 벌린 일이니까, 박과장만 넘어가면 모든게 끝날것이다.

" 이 자식이 근데..   안돼, 절대 안돼.. "

 

" 뭔 일이야, 또..    다신 보지 말자며?  "

철수가 출근을 해야 한다며 호텔방을 나가고도, 한참을 그 곳에서 뒹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수선한 집안을 청소도 하고, 빨래를 돌리는 중에 여진이가 찾아온 것이다.

" 술이 취했는데도 밤새 잠을 못 잤어, 나랑 얘기 좀 하자.. "

" 일단 들어와.. "

냉장고에서 오렌지 쥬스를 꺼내 놓았다.     방에 앉지도 않고 두리번 거린다.

" 웬일이냐, 니 방이 깨끗할때도 있네..

" 근데, 이 지지배가..   염장을 지를거면 뭐하러 왔어? "

" 됐어, 이년아..   우리가 언제 그런거 따졌다구, 지가 예민해 진거지.. "

하기사 여진이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들어 내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도 맘대로 되지를 않는다.

"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

" 내가 오죽하면 옛날일까지 떠 올리며 생각을 해 봤어, 넌 의리도 있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지지배였다구..  뭐가

너를 바꿔 놨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아니지 싶더라.. "

" 너도 굶어 봐, 이년아..   옛말에 사흘 굶으면 다 도둑년이 된다고 했어, 나보러 어쩌라구.. "

친구라고는 유일하게 저 하나뿐인데 친구의 약점만 들춰 내는게 괘씸하다.     철수에게 미안한 감정이야 왜 없겠냐마는,

그럴수밖에 없는 사정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여진이가 못내 서운한 성희다.

" 차라리 철수씨랑 새로 시작하면 어떻겠니?  "

" ...................... "

" 그렇잖어..   공무원이면 안정된 직업인데다 너라면 껌뻑 죽는사람인데, 고생은 안 시킬거 아냐.. "

" 얘가,지금..   그까짓 봉급이 얼마나 된다고.. "

아닌게 아니라 지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민을 주길래, 안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다.     다만 한가지, 그를

만나게 된 경위가 얄팍한 속셈을 지니고 만났기에, 양심상 그를 꺼리게 되고 엉뚱한 말만 흘러 나오게 되는 것이다.

" 미친년..  야, 이년아~  공무원 봉급이면 부러울게 없는 세상이야, 지가 대책없이 써 대는건 모르고.. "

" 그렇게 맘에 들면 니가 갖던가.. "

가뜩이나 골치가 아픈데, 자꾸만 나를 가르치려는 여진이가 귀찮아 진다.

" 정말이야?    너 나중에 뒷말하기 없기다.. "

" .................... "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질 않는다.      아무리 내가 철수한테 관심을 두지 않기로, 친구란 년이 가로챌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게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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