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10

바라쿠다 2012. 9. 20. 15:27

" 어쩐일로.. "

" 왜, 내가 찾아오면 안 되나요? 호호.. "

성희의 친구 여진이에게서 핸폰이 왔다.      중요한 일이 없으면 할 말도 있고 하니,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만난 것이다.

회를 좋아한다고 해서 박과장과 자주 다니던 일식집으로 왔다.     수석 주방장이 방으로 찾아와 싱싱한 서비스를 내 민다.

" 그런건 아니지만.. "

친구가 사귀는 남자를 찾아 온다는게 흔한 일은 아닐것이다.      통념상으로 볼때 어색할수 있는 사이라고도 할수 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인다고 할수도 있지만, 남녀간을 이성만으로 봤을때는 서로가 조심해야 할 의무란게 있지 싶다.

" 너무 겁 먹지 말아요..   친구 애인인데 유혹이야 할까.호호.. "

과민하게 반응하는걸 눈치 챘는지, 정곡을 찌르는 폼이 통이 크고 시원한 성격인듯 싶다.

" 여진씨가 오니까 반가워서.. "

" 어머~ 그 거짓말 참말일까..   솔직이 말해봐요, 내가 이쁘긴 해요?  "

" 당연하죠, 보기 힘든 미인인데.. "

처음 그녀들을 만났을때 이미 성희한테 반해 버린 터이지만, 여진이 역시 떨어지지 않는 미모다.     성희보다도 큰 키가

늘씬해 보기 좋았고, 오똑한 콧날의 균형 잡힌 얼굴도 미인형에 속한다.    

" 그럼, 내가 꼬시면 넘어 올래나? " 

" ..................... "

친구라서 그런지 자신있어 하는 행동이 비슷하다.      술잔을 비우고 정면으로 직시하는 눈빛까지 닮았다.

" 놀래긴..  술이나 한잔 해요, 오늘은 철수씨하고 솔직한 얘기가 하고 싶어 온거니까 한번 취해 보자구요.. "

작정을 하고 왔는지 술 마시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소주 한병이 가볍게 비워졌다.

 

" 성희하고는 여고시절부터 친했어요.. "

" 네에.. "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이건 아니지 싶다.     성희가 원래 이런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 결혼을 하겠다며 남편감을

데려 왔을때부터 이건 아니지 싶었다.      그저 즉흥적이고 매사에 진실이 없어 보였다.

친구한테 할말은 아니지만,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라고 충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성희는 자신이 고집하던대로 밀고

나갔고, 결국엔 이혼이라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종내에는 이혼한 남편이 남겨놓은 빚까지 짊어져야 했고, 그것이 아직도 성희를 힘들게 한다.

" 무엇보다 죽이 잘 맞아서 같이 다녔죠.. "

" 두사람 다 얼굴도 이쁘니까.. "

" 에그~ 성희 말이 맞네.. "

" ...................... "

" 철수씨가 은근히 편하게 해 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같이 낚시하러 가게 됐다구.. "

비록 허황된 욕심을 부려 평탄치 못한 생활고를 겪긴 하지만, 남에게 못되게 굴면서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파렴치는

아니었다.     

그러던 성희가 최대표가 던진 낚시를 물었다.       자신에게 빠져있는 철수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 성희씨 얘기 좀 해 줄래요? "

" 왜요, 성희랑 결혼이라도 하게요?  "

" 성희씨만 허락한다면.. "

진심으로 성희를 좋아하는걸 알수 있었다.     낚시를 가면서 내내 성희를 바라보는 철수의 눈을 보고서, 그의 마음을 읽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수가 성희를 아껴주는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이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친구만 아니라면 철수를 꼬셔 보고도 싶었다.

밖으로 나돌며 가정을 등한시 하는 남편과는 달리, 철수에게는 믿음이 갔고 그런 남자의 애뜻한 사랑을 한번쯤은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기가 좀 그래서.. "

" 편히 얘기해요, 성희씨에 대해 알고 싶어요.. "

작심을 하고 철수를 만나긴 했지만 막상 모든걸 얘기하자니 목이 탄다.      앞에 놓여진 소주를 마셔야 했다.

" 아까도 말했지만 난 성희와 둘도 없는 친구예요.. "

" ..................... "

내 입으로 성희의 허물을 끄집어 내려니 망설여 진다.      하지만 성희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철수다.

그런 따뜻한 심성을 지닌 철수가 잘못 될지도 모르는데 그냥 두고 볼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 오해하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성희는 최대표의 사촌 동생이 아니예요, 다만 얼마간의 사례를 받기로 하고 철수씨에게

접근을 한거죠.. "

" ...알고 있었어요.. "

" .................... "

" 왜 나에게 접근했는지도.. "

기가 막힐 일이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성희의 말을 따르겠다는 말로 들린다.

" 그런데도 허가를 내 준다고 했어요?  "

" .....네.. "

" 뭣 때문에..   그렇게까지.. "

" ...성희씨가 나한테 부탁을 했으니까.. "

" 잘못되면 옷을 벗어야 한다면서.. "

" 의미가 없어요..   나에겐 성희씨가 더 중요하니까.. "

자꾸만 철수에게 욕심이 난다.      이렇듯 자신을 애지중지 하는 남자를 성희는 그저 이용만 하고 차 버리려고 한다.

여진이 입장에서 보면, 다시는 만나기 힘든 썩 괜찮은 남자에 속한다.      그런 성희에게 질투심마저 생긴다.

" 그 정도로 성희가 이뻐요?  "

" 할수없죠..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라면.. "

" 갑자기 술이 땡기네요.. "

도대체가 벽창호같은 철수와는 어떤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비어있는 잔에 자작을 해서 단숨에 들이켰다.     

그래도 갈증은 쉽게 가시지가 않는다.     보편적인 사고 방식으론, 도저히 철수의 맹목적인 해바라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술이 쎄네요.. "

" 지금 성희한테 갈건데, 같이 갈래요?  "

 

" 웬일들이야? "

더 이상 같이 앉아 대작을 하기가 싫을만큼 철수가 다른 세상의 사람인 듯 보인다.      스스로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성희에게 올인 하려는 철수의 정서가 이해가 안 된다.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가 작용을 했다.

철수의 마음을 몰라주는 성희에게 그의 진심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과, 철수에게 성희의 속마음을 알게끔 해서 그의 눈에

씌워 진 콩깍지를 벗겨주고 싶은 이중적인 잣대가 그것이다.

" 철수씨랑 한잔했어..   철수씨, 이리 앉아요.."

성희랑 자주 만나는 호프집이다.      맥주 몇병을 시켰을 뿐이다.

" 니가 왜.. "

" 너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 "

" 별일이네.. "

가뜩이나 어제 일로 심란하던 참이다.     최대표에게 몸을 팔았다는 자괴감이 들어 이틀동안 집에서 꼼짝도 않던 성희다.

느닷없이 철수와 같이 온 여진이도 이해가 안 될 뿐더러, 같이 술을 마신 철수 역시 못마땅하다.

" 철수씨가 최대표와 우리 사이의 계약을 미리 알고 있더라..   그래서 같이 왔어.. "

" ................... "

" 그런데도 철수씨는 너를 위해 결재를 하겠다네..   어때, 감동적이지 않니?  "

" 그게 무슨 소리야.. "

" 너를 앞세워 미인계를 썼다는걸 철수씨는 이미 알고 있었대..   공무원으로서 적절치 못한 짓인데도 너를 위해 위험을

불사 한다는거지.. "

" 그걸 왜 니가 전하느냔 말이야, 내 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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