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치 제법이던데.호호.. "
" 지지배가 쓸데없이.. "
낚시를 끝내고 철수가 우리를 시흥 사거리에 내려주고 갔다. 서로의 집이 가까운지라 시흥 사거리 호프집에 마주
앉았다. 서로간에 나눌 얘기가 있었던 것이다.
" 니 생각은 어때, 조금 고지식한 것 같은데 허가를 내 주겠어? "
" 싸인 하도록 해야지.. 그래야 떡고물이라도 생길거 아니니.. "
최대표가 성희와 나를 앞세워 철수한테 미인계를 쓰기로 했다. 우연을 가장해 우리를 선 보인 자리에서 철수가
성희한테 꽂혔던 것이다.
건설 시행사를 경영하는 최대표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인이다.
처음 오빠의 소개로 최대표를 만났고, 간혹 분위기 메이커로 술자리에 참석을 하게 되면 얼마간의 용돈을 건네 받았다.
내 손에 쥐어지는 돈에 비해 하는 일이 별반 어렵지 않았기에 친구인 성희까지 끌어 들였고, 성희의 성이 최씨인 관계로
이번 일처럼 그의 사촌 동생 행세를 하곤 했다.
잘은 모르지만 프로젝트란 말이 오가는 걸로 봐서는, 이번 건이 최대표에게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 싶다.
목표물인 철수의 결재만 떨어지게 해 준다면, 성희와 내게 각각 천만원씩을 주마고 약속까지 했던 최대표다.
해서 생활이 어려운 성희로서는, 자신의 몸을 미끼로 쓸 생각까지 한 것이다.
" 좀 그렇더라, 그날 음식점에선 허가를 내 주지 못하겠다고 했잖어.. "
" 내가 지금 남의 사정 봐 주게 생겼니.. 생활비가 다 떨어진게 언젠데.. "
" 그래도 공무원인데.. 잘못되면 징계를 받을수도 있고.. "
성희를 최대표의 사촌 동생으로 알고있는 철수가, 성희를 바라보는 눈길을 봤을때 진심이 담겨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모르긴 해도 성희 때문에 해서는 안 될 결재를 해 주기가 쉬워 보인다.
" 근데,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런다니.. 그 사람이 짤리던 말든 니가 왜 나서? "
" 안됐잖어, 그 사람은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던데.. "
" 내가 미쳤니? 그까짓 공무원까지 챙기게.. "
처녀 시절부터 유달리 씀씀이가 컸던 성희였다. 이혼한 남편과 만나게 된것도,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에 마음이
끌렸던 모양이다.
겉만 화려했지, 실속없는 남편의 무능력을 탓하면서 결혼한지 1년도 안돼 이혼을 했다.
" 유정미씨~ 미안해, 일요일까지 나오라고 해서.. "
" 그대신 보너스나 두둑이 주세요.. "
잘 지어진 빌라지만 분양이 제대로 되질 않아, 윗선으로부터 닥달을 당하는 눈치를 보였던 소장이다.
오늘은 윤식이 오빠와 야외로 바람을 쐬러가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지키지 못하게 됐다.
" 잠깐 요 앞에 좀 다녀올께.. "
오전내내 모델하우스에서 신문을 뒤적이던 소장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소장이 어질러 놓은 테이블과 거실 바닥을 정리하는 중에 소장의 핸폰이 울어댄다.
잠시 망설이다 소장의 핸폰을 열어 액정을 보게 됐다. 대빵이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뜬다.
계속 울어대는 핸폰을 그 자리에 다시 놓아 뒀다. 아무도 없을때 윤식이 오빠에게 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로 한다.
~ 오빠, 미안.. 갑자기 출근했어, 바람쐬러 담에 가자.. 사랑해.. ~~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핸폰이 울린다. 윤식이 오빠다.
" 응.. "
~ 갑자기 왜.. ~~
" 몰라, 짜증 나.. 분양이 안 되는게 내 책임인가.. "
~ 에이.. 우리 정미 맛있는거 먹일려고 했는데.. ~~
" 맛있는게 뭔데 ?.. "
~ 정미 좋아하는 오리고기.. ~~
" 정말? 아이, 속상해.. "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을 위주로 맘 써 주는 오빠다. 항시 만날때마다 포근히 감싸주는 사람인 것이다.
~ 할수없지, 뭐.. 다음 일요일에나 가자구.. ~~
" 알았어.. 근데, 오빠.. 대빵이 뭐야? "
~ 대빵? ~~
" 응.. 조금전에 소장 핸폰을 봤는데, 대빵이라고 찍혀 있던데.. "
~ 그 전화번호 좀 알수 없을까.. ~~
" 잠깐만~ 소장이 핸폰을 놔두고 나갔거든.. "
" 오늘 퇴근하고 한잔하자.. "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박과장이 다가왔다.
" 오늘이요? 약속이 있어서 곤란한데.. "
성희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내 쪽에서 연락을 하려 했건만, 그녀가 먼저 선수를 쳐 준것이 고맙기까지
하다.
" 나부터 먼저 만나, 중요한 일이야.. "
결국 성희와의 약속시간을 늦추고, 박과장이 잘 다니는 회집의 구석방에 마주 앉았다.
" 아무래도 그 놈이 위험 인물이야.. "
" ....누구.. "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서두르는 박과장이다. 평소에 한없이 느긋했던 사람이 무엇에 놀랬는지 초조한 기색이다.
" 최대표 말이야.. 나 얼마전에 돈 뜯긴거 알지.. "
" .................... "
" 그게 모두 그 놈이 꾸민 일이더라구.. 혹시 자네한테도 무슨 수작질을 한건 아니겠지.. "
" 글쎄요.. "
" 이 사람아~ 지금 그렇게 느긋할 때가 아냐.. 먼저번에 최대표를 국장하고 같이 만났는데, 국장도 이미 그 놈한테 넘어
간 눈치야.. "
이미 국장이 나서서 최대표와의 만남을 종용 했을때부터 얼추 감을 잡았던 일이다.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해야 할일과 하지 말아야 할일을 구분하는 소신은 지켜 왔었다.
" 국장님도 매수를 당했다는 말이네요? "
" 바로 그거야, 지금 자네가 결재를 하면 국장은 곧바로 사업 승인을 해 줄 기세더라니까.. "
" 그럼, 어떻게.. "
" 일단 시간을 끌어야지.. 잘못했다간 우리 모두 모가지가 날라가게 생겼어, 내가 그 까짓게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니라
우리를 이용해서 엉뚱한 놈이 사리사욕을 챙기는건 막아야지.. 우리 모가지까지 걸려 있는데.. "
" 언제까지 버텨요, 국장이 계속 쪼는데.. "
" 야, 임마.. 니가 언제부터 국장을 무서워 했냐? 잘못되기라도 하면 우리만 하루 아침에 비 맞은 생쥐꼴이 된다구.. "
하기야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표했던건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바뀐 것이다.
성희를 만나고부터 모든것이 흔들리게 됐다. 공무원의 신분을 걸고서라도 그녀의 사촌 오빠인 최대표를 돕고 싶을만큼,
이미 성희에게 흠뻑 빠져버린 자신이다.
" 과장님이 나한테 대충 넘어가라고 했잖아요.. "
"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 그 놈은 흉악한 놈이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