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8

바라쿠다 2012. 9. 16. 23:29

" 미안, 사무실에 일이 좀 있어서.. "

약속 장소인 시흥 사거리에 위치한 호프집으로 들어섰을때, 이미 성희가 기다리고 있다.

" 벌써부터 이런식으로 늦을거야? "

짐짓 토라진듯 고개를 외로 꼬며 눈을 흘기는 성희다.    내가 과연 저 여자와 합궁을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다시금 봐도 

눈부시기 그지없다.

" 미안하다니까..   다음부터는 이런일 없을거야, 그만 화 풀어.. "

" 치이~ 또 그랬단 봐라, 국물도 없어.. "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길게 연기를 내 뿜는다.      유난스레 줄 담배를 피워대는 그녀다.

" 그래, 이번만 용서해 줘..    우리 뭐 먹을까? "

" 여기 뭐 특별난게 있으려구, 그냥 맥주나 마셔.. "

박과장의 얘기를 듣기 전에, 그러니까 성희를 두번째 만날때부터 어쩌면 미인계가 아닐까 의심까지 했던 철수다.

이렇듯 아름다운 여인과 만난다는 사실이 좋기는 했지만, 그런 행운이 나에게까지 돌아온게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과장의 얘기를 듣고는, 성희가 일부러 나한테 접근했다는 확신이 든다.

" 오빠는 담배를 안 피네.. "

" 몇년전에 끊었어.. "

" 순해 보이는데 독한 구석이 있나 봐..  이걸 어떻게 끊어.. "

" 입에서 냄새가 나는게 싫더라구.. "

15년 가까이 피던 담배를 끊어 버렸다.      잠시나마 사귀던 여자가 싫어했기 때문이다.

" 나랑 키스할때 냄새 안 나? "

" 성희한테서 나는 냄새는 좋아.. "

" 피~ 듣기 좋은 소리만..   내 부탁도 안 들어 줄거면서.. "

" 부탁?  무슨 부탁..   성희 말이라면 다 들어 줘야지.. "

이제서야 본론이 나오지 싶다.      그녀가 꺼낼 얘기라면 한가지 뿐일 것이다.

 

" 이리 들어와.. "

같이 술을 마시던 철수를 집으로 데려 온 성희다.

되도록 빨리 결말을 짓고 싶었다.      철수가 결재를 하게 되면 최대표가 천만원을 준다고 했다.

가뜩이나 생활비가 없어 궁핍한 참이다.      오늘 철수한테 확답을 받기 위해 집까지 데려온 것이다.

" 집이 아담하네.. "

방이 2개뿐인 17평짜리 서민 아파트다.      그나마 보증금 5천에 월 30을 내고 있다.

" 속상해 죽겠어..   그 전에 살던 집은 방이 4개였는데.. "

" 혼자 있는데 집만 크면 뭐 해..   청소하기도 만만치 않을텐데.. "

" 오빠는..   일단 집이 커야지, 남들이 볼때 얼마나 무시하겠어.. "

" ......................... "

" 우리 맥주나 한잔 더 하자.. "

안방은 약간 큰 편이고 현관 입구에 있는 방은 작기 때문에 쓸모가 적어, 창고 대용으로 잡다한 살림살이와 장롱에 넣지

못한 옷들로 꽉 차 있다.

거실이라고 할수도 없는 복도는 별 쓰임새가 못 된다.      냉장고에서 수입산 맥주를 두병 꺼내 안방으로 들어갔다.

" 오빠, 잠깐만.. "

외출복을 갈아입기 위해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모두 벗고 맨 몸에 통이 넓은 치마와 어깨를 끈으로 마무리 하는

티를 걸쳤다.

전신 거울에 비쳐보니 내가 보기에도 좀 야하기는 하다.      젖가슴이 가뜩이나 꽉 끼는 티가 잔뜩 부풀어 올라, 유두마저

도드라 져 보인다. 

무슨일이 있어도 철수를 사로잡아야 한다.       그가 현 직책에서 짤릴지언정 결재는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 먼저 마시지 그랬어.. "

안방으로 들어서는 성희를 본 철수는, 티 위로 불거진 유두 자욱 때문에 눈을 뗄수가 없다.

" 응..  아니, 같이 마셔야지.. "

그다지 큰 가슴은 아니지만, 홑 겹인 티가 보듬어 안기에는 너무 위태로워 보인다.      가슴골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작은 티는 그녀의 윤곽을 그대로 보여준다.      

" 뭘 그렇게 봐..    처음 보는것도 아닌데.. "

" 응..  워낙 성희가 이쁘잖어.. "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까지 삼키게 되는 철수다.      낚시터에서 그녀와 정신없이 섹스할 때가 떠 올라, 아랫도리가 묵직해

진다.

" 자..  한잔 하자구.. "

또 다시 멍해 지는 철수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마주앉은 그녀의 치마속으로, 고스란히 속살이 보였기 때문이다.

" 응..  어, 그래.. "

" 또 그런다.호호..    솔직히 말해 봐, 진짜로 내가 이뻐? "

" 말이라고..   성희처럼 이쁜 여자는 본적이 없어.. "

" 제법이네.호호..   여자한테 듣기 좋은말도 할줄 알고.. "

" 사실인걸 어쩌라구.. "

" 그렇게 좋으면, 내 부탁은 들어주겠지.. "

맥주병을 들어 입가로 가져간 그녀의 눈빛이 강렬하다.    처음 그녀를 본 날도 눈도 마주치지 못할만큼 주눅이 들었었다.

" 뭔데.. "

뻔히 짐작은 하지만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고자 했다.     

" 내가 그랬잖어, 오빠한테 용돈을 받아쓴다구..   듣자니까 철수씨가 결재를 미루고 있다며..   왜 그래, 얼른 해 주지.. "  

" 성희한테 한가지만 물어볼께.. "

" 뭘.. "

" 내 의미가 어디까진지 궁금해..    결혼상대로 생각은 하는거야? "

성희의 속내가 궁금하다.      그녀를 위해 모든걸 다 내 줄망정, 나를 어찌 생각하는지는 알고 싶다.

" 그거야..   아직 모르잖어, 이제 사귀는 중인데.. "

" 사실, 사촌 오빠가 내민 허가신청은 상당히 위험 요소가 많어..   잘못하면 내가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

" 내가 이쁘다며, 그 까짓게 나보다 더 중요해?  "

" ...................... "

" 그렇찮어, 날 좋아한다면 그 정도는 해 줘야지.. "

" 그렇지만.. "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을성 싶다.     허가 문제가 어떤 파장이 될지는 상관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욕심만 내 세운다.

" 됐어, 변명은 듣기 싫어..   이 자리에서 분명히 얘기해, 난 날 믿어주는 사람이 좋아.. "

" ..................... "

" 빨리 결정해, 싫으면 나랑 헤어지든가.. "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미 그녀의 매력에 빠져 형편없는 불나방이 되어버린 처지다.

" 성희씨 말대로 할께.. "

" 똑바로 해..  내 말 어기면 두번다시 안 볼테니까.. "

" ....알았어.. "

" 진작에 그럴것이지, 이리와..   나 좀 안아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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