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11

바라쿠다 2012. 9. 22. 06:37

여진이가 중간에 끼여 든 자체가 맘에 안드는 성희다.    

철수에게 피해가 가던 말던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여진이가 떠 벌리는 것도 그렇고, 당사자 간의 얘기를 철수앞에서

꺼내는 의도도 이해가 안 간다.      

최대표와의 밀약을 철수가 알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여진이가 잘난척 나설일이 아닌것이다.

" 니가 말려야 하지 않겠니? "

" 무슨 소리야? "

" 그렇잖어..   철수씨야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니까, 그게 잘못인줄 알면서도 십자가를 짊어 지는거잖어..   그런 철수씨를

돈 몇푼 받자고 구렁텅이로 밀어넣을순 없잖니.. "

지가 무슨 정의의 기사라도 되는 양 거들먹 거리는게 꼴보기 싫다.

" 철수씨는 나랑 약속했어, 니가 상관할 일이 아냐.. "

" 어머~ 얘 좀 봐..   그게 너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할 짓이니?  "

목소리가 커지는 여진이다.      둘이서 얼마나 찧고 까불면서 술들을 쳐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들 사이에 내가 도마위에

올랐다는게 더 기분이 나쁘다.

" 두 사람 진정해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

" 철수씨~ 그 입 다물어.. "

가뜩이나 여진이 년 땜에 속상해 죽겠는데, 철수까지 나서서 끼여들자 그에게마저 반감이 고개를 쳐 든다.

" ............... "

" 다시는 여진이와 나 사이에 끼여들지 말란 말이야.. "

" ....알았어.. "

" 그리고, 너..   이 사람이 나한테 빠져서 뭔 짓을 하건 말건 니가 나설일이 아냐, 자기가 좋아서 알아서 한다잖어..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왜 니가 흥분을 하고 난리야.. "

" 어머, 이 기집애가..   너 원래 이러지 않았잖어, 왜 이렇게 못되게 변했다니.. "

" 나 원래부터 이런년이야, 남이 잘못되던 말던 나만 잘 살면 되는 년이라구.. "

" 그래, 알았다..   나쁜년..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

한참을 독기어린 눈으로 쏘아 보던 여진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호프집을 나간다.

 

" 뭐해, 철수씨는 집에 안 가?  "

" .................. "

마지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난 철수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다.

뒤늦게나마 철수가 측은하긴 하다.       정작 당사자이면서도 여진이와의 말다툼을 지켜만 봐야 했고, 내 서슬에 한마디

말도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그 다.

가뜩이나 모든게 뒤죽박죽인데 여진이로 하여금 혼란만 더 한다.     휘적휘적 집으로 가는데 문득 인기척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니 서너발자욱 떨어진 곳에서, 철수가 따라오다가 멈칫거리고는 그 자리에 선다. 

무슨 죄라도 저지른 양, 조심스러운 철수의 태도에 처음으로 연민이 생긴다.

따지고 보면, 봐 줄거라고는 알량한 미모밖에 없는 자신을 좋아해서 이런 황당한 사태까지 겪는 그 다.

" 같이 있고 싶어? "

발끝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 따라와.. "

때가 묻을대로 묻은 몸뚱아리가 아까울리도 없다.       우직하리만치 진심을 보여준 철수에게 몸 보시라도 해 주고 싶다.

현관문을 열고 철수와 함께 주방의 식탁에 앉았다.      냉장고를 여니 마실거라곤 맥주뿐이다.

" 맥주 줄까?  "

" 이제 그만 마시지, 아까 많이 마신것 같은데.. "

" 누가 그런것까지 간섭하래, 중뿔나게 참견은.. "

" .................. "

나도 모르게 말이 거칠어진다.      안방문을 열고 불을 켜니, 침대며 방바닥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 우리 모텔로 가자.. "

최대표와의 굴욕적인 섹스가 떠 올랐고, 그 침대에서 철수와 같이 뒹군다는 것이 내키질 않는다.

" 성희씨는 작은 집이 그렇게나 싫어?  "

현관에서 벗어놓은 신발을 다시 신으며 철수가 묻는다.

 

"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그러니까 성희와 같이.. "

사촌 오빠에게서 핸폰이 왔다.     최대표와 한잔 하는중이니 나오라는 것이다.

이미 어느정도 술을 마신 상태라 쉬고 싶었지만, 일의 진척상황이 궁금했던지라 그네들의 술자리까지 끼게 된 여진이다.

어릴적부터 친구였다는 그네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얘기는 항상 뻔했다.      

자신들과 잠자리를 같이 한 여자들의 얘기를 무슨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는데, 술이 취한 최대표의 입에서 느닷없이

성희의 얘기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 고것이 얼마나 꼬리를 치던지,흐흐..   몸매가 아주 죽이더라니까.. "

이미 술에 취한 최대표는 그날의 섹스가 떠 오르는지,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되었고 입맛까지 다시고 있다.

성희에 대해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만큼은 이해가 되질 않는 여진이다.

배가 남산만하고 머리숱이 없는 최대표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유난히 여자를 밝혀 여염집 가정주부를 탈선으로 이끌어

가정을 등지게 하고서도 전혀 죄의식이 없는, 그의 행실을 낱낱이 알고있는 성희는 그런 최대표를 멸시까지 했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렵기로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친구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이쁘고 명랑하기도 했지만, 남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희였다.     

어쩌다 허세가 심한 남편을 만나 인생이 꼬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망가질줄은 몰랐다.

허가껀을 성사 시키기 위해, 부적절한 유혹으로 철수를 꾀어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하는걸 보면, 15년 이상을 친구로

지내온 여진이로서도 성희의 본 모습이 어떤것인지 헷갈리는 중이다.

 

" 알면서도 왜 말을 안했어?  "

" ...................... "

집에서 가까운 독산동에 있는 호텔의 룸 하나를 얻었다.      여진이가 떠들던 얘기가 궁금했다.

" 누가 알려줬냐니까.. "

" 박과장이.. "

" 뭐라고 했는데.. "

" 최대표가 자기 여자친구를 이용하는 바람에 자기도 당했다면서.. "

" 근데..  다 알았으면서 왜 결재를 하는건데.. "

" .....당신이 원하니까.. "

" 그것 땜에 짤릴수도 있다며.. "

" .....응.. "

" 당신 바보지, 머리가 좀 모자른 사람이지.. "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한다.    보통의 상식이라면 있을수 없는 일인데도, 예상을 뒤엎는 그의 답변이 달갑지 않은

까닭이다.

" ..................... "

" 내가 그렇게 좋아?  "

" ..................... "

" 꿀먹은 벙어리니, 왜 말을 못하는데.. "

" .....좋아.. "

" ..................... "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어디서 저런 인간이 나타나서 속을 긁어대는지 모르겠다.      그저 쉽게만 생각했다.

일만 끝나면 두번 다시 만날일이 없으리라 생각했고, 그와 섹스를 하게 된것도 최대표에게서 받는 사례금 대신이라고

스스로가 위안을 했었다.

그랬던 그가 태클을 걸어온다.     자신을 망치겠다는 나를 좋아 한다며, 인연의 끈으로 얽어 매려고 덤벼든다.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이유다.      원치 않는 한번의 실패도 모자라, 필이 통하지 않는 남자가 다가오려 한다.

그래서 일부러 그를 무시하려 애를 썼고, 나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함부로 대하며 하인 부리듯이 했다.

그런데도 그는 물러설 줄을 모른다.      무식한게 장점이라도 되는 양, 눈치없이 들이대고 있다.

 

 

'연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 13  (0) 2012.09.25
연애 12  (0) 2012.09.23
연애 10  (0) 2012.09.20
연애 9  (0) 2012.09.18
연애 8  (0) 201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