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초지대교를 지나 강화도로 들어섰다.
호텔에서 늦잠을 잔 정미와 룸 서비스로 정식을 시켜 먹었다. 침대위에 받침대를 놓고, 벌거벗은채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시트로 알몸을 감싸고는, 연신 수저위에 반찬을 올려 주려는 정미의 움직임에 시트가 흘러내려 알몸이 되곤 했다.
젖가슴 위를, 다시금 시트로 몸을 동여 감싸는 그녀의 움직임이 귀엽기까지 하다.
정오가 다 되어 호텔을 나서서는, 승용차에 오른 정미가 더 같이 있자고 조르는 바람에 강화도까지 온 것이다.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경치는 한가롭기 그지없다. 가끔씩 보이는 해안가에서는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뻘 속을 뒤지기도 하고, 철책이 쳐 져 있는 군부대 안 마당에서는 반바지 차림의 군인들이 족구를 하고 있다.
CD를 튼 정미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정미가 스스로 기기를 만질만큼 함께 한 시간이 많았음이다.
조금전 호텔에서 밥을 먹을때 벗은 몸으로 반찬까지 챙겨 주려는 모습이나, 평상시에도 곁에 빠짝 붙어 애교를 떠는
그녀에게 새록새록 정이 생기는 까닭이기도 하다.
" 어머~ 저 배 엄청 크다, 오빠.. "
외포리라는 선착장까지 왔을때 쯤, 커다란 배에 줄지어 승용차들이 실리고 있었다.
" 우리도 가 볼까? "
" 정말? 나야 좋지.호호.. "
유난히 밖으로 나가는걸 좋아하는 그녀다. 급하게 표를 끊어, 막 출발하려는 배를 놓치지 않고 탈수 있었다.
" 어디 가는 배야? "
" 석모도를 간다네.. 가만있어 보자.. "
차안에 부착해 놓은 네비를 켜고 석모도를 검색했다. 꾸불꾸불 석모도의 지도가 나타난다.
" 어디가 좋은지 내가 찾아볼께.. "
핸폰을 꺼내들고는 석모도를 검색하는 재미에 빠진 정미다. 그런 천진스런 표정마저 사뭇 사랑스럽다.
" 저것 좀 봐, 오빠.. 갈매기가 엄청 많어.. "
차에서 내려 배 구경을 하고자 했다. 갑판 옆 통로 주변으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물기위해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배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오는 중이다.
" 정미도 한번 해 봐.. "
" 싫어.. 무서워.. "
" 무섭긴.. "
갑판에 기대어 매점에서 산 과자를 내밀자, 갈매기가 정확하게 날아와서는 과자만을 채간다.
" 어머.. 신기하다.. "
" 자기도 해 보라니까.. "
그녀의 손 끝에 과자를 쥐어주고 그녀의 팔을 난간 밖으로 내 밀었다.
" 꺄 ~악.. 어머.. 호호.. "
순식간에 날아온 갈매기가 과자를 채 가자, 깜짝 놀래며 내 가슴에 안긴 그녀가 재밌다는 듯이 파안대소를 한다.
과자봉지를 뺏어 든 채 마냥 신이 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같이 젊어진 기분이다.
배가 도착한 선착장에서 차를 끌고 이정표를 따라 보문사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얕으막한 경사를 따라 절로 오르는 길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수목들이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듯
하늘 높이 뻗어 제 키를 자랑한다.
보문사의 입구라는 일주문을 지나 절내로 들어설수 있었다. 우리네처럼 구경을 온 관람객들의 행렬을 따랐다.
" 꼭 우리 고향같네.. "
" 고향? 어딘데.. "
" 문막, 강원도.. 시골이야.. "
그리고 보니 정미에 대해 모르는 점이 꽤나 많다. 서로가 첫눈에 끌려, 사랑 놀음에만 빠졌으니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알 겨를이 없었음이다.
" 형제가 어찌 되는데.. "
" 위로 오빠가 있는데 시골에서 엄마 모시고 농사 져.. "
" 그렇구나.. 거기도 이렇게 공기가 좋겠지? "
" 그러엄~ 조용하고 경치도 좋아.. "
" 언제 한번 놀러가고 싶다.. 니가 태어난 곳이 궁금해.. "
" 정말? 엄마하고 오빠가 좋아할거야.. 특히 오빠는 애 아빠한테 이를 갈았거든.. "
" ................... "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낙가산에 올랐다. 암벽으로 된 절벽에 부처님의 형상을 조각한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합장을
한 채 소원들을 비는중이다.
가까이서 목을 젖혀야만 볼수 있을 정도인 거대한 부처님 상은, 마주하는 것만으로 경외심이 인다.
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절을 올렸다. 이런 곳에 올때마다 느끼는 게지만, 아둥바둥 살아온 지난날이 덧없기만 하다.
" 오빠랑 같이 있을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어.. "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결심이라도 한 양 굳은 얼굴이다. 경내로 움직이면서도 정미의 말이 계속 뇌리에 맴 돈다.
느닷없는 최대표의 연락이다.
정미와 석모도를 나와 승용차로 이동중에 그에게서 핸폰이 온 것이다.
" 글쎄요.. 별로 만날 일 없을텐데.. "
~ 과장님도 참.. 글쎄 일단 나오세요, 좋은일이 있으니까.. ~~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최대표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던 중이었다.
정미의 남편을 부추켜 돈을 뜯게끔 했을때는,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갈 지경이었다. 국장이 어찌 알고는 합의금을
대신 물어주고, 최대표의 일에 동참을 하자고 회유를 했다.
그 모든것이 최대표가 꾸민 짓이란걸 알게 된 지금, 그들의 뜻대로 허가를 내 준다는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어쩌다 김계장이 싸인을 해 줄 결심까지 했는진 모르지만, 혼자서라도 그들의 야욕을 부숴 버리기 위해 일전을 불사할
각오까지 한 요즘이다.
" 술 끊었소, 그리고 이미 물 건너 갔어요.. 당신과는 더 이상 마주하기 싫으니까.. "
비싼 민어를 시켜놓고 일식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대표지만, 그 와는 한잔 술도 하기 싫은 윤식이다.
" 그만 좀 풀어요, 그래도 우린 한때 친하게 지냈잖소.. "
" 친해서 그렇게 못된 짓을 꾸몄소? 감히 누굴 우롱하려고.. "
멀쩡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고도 아무런 꺼리낌이 없었던 인간이다. 그의 계락에 놀아나게 됐을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 허 참, 실수라니까.. 박과장님을 내 편으로 끌어 들이려고 했던게 좀 지나친 모양이요, 너그럽게 한번 봐 주시죠.. "
" 국장하고 김계장을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모르지만 난 절대 안 될거요.. 그런줄 알고 그만 포기해요.. "
"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특별히 과장님께는 5천을 더 드리리다.. "
" .................... "
" 내가 실수한걸 사과도 할겸 해서 과장님한테만 특별 대우를 하는겁니다.. "
얼마전 국장에게서도 비슷한 언질을 받은적이 있지만, 최대표의 리베이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수는 없다.
국장도 이들에게 넘어간게 확실한만큼, 그 떡고물의 크기 정도는 알고싶은 마음이 생긴다.
" 하나만 물어 봅시다, 우리 국장하고 김계장은 어떻게 끌어 들였소? "
" 에이~ 그냥 모른척 하세요.. 어차피 한배를 탄 마당에 그 사람들 사정을 알아서 뭐 하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