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통령

소통령 26

바라쿠다 2012. 9. 24. 09:49

" 그만하고 나와..   그나마 억울한게 알려 졌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당신 편을 들고 있잖나, 이 사람아.. "

" 송경장..   당신 같았으면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되겠어? "

" 그래..    당신 심정이야 모두 다 때려 죽이고 싶겠지, 그렇지만 나 하고 싶은대로 다 할수있는 세상도 아니잖어..

당장에 자네 여자는 누가 돌봐 주겠나..   그만 이쯤에서 내려 놔, 복수가 전부는 아닌거야.. "

" ................... "

송경장의 설득에 못 이겨 경찰청장을 만나 보기로 했다.      또 어찌 보면 송경장의 말이 구구절절이 옳을수도 있다.

비록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지냈을 뿐이지만, 여러가지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복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나 역시 편한 심정은 아니었다.      남는게 있다면 그저 내 울분이  어느정도 식었다는 것 뿐이다.

이번에는 청장과 마주앉아야 했다.      서장을 비롯한 나머지 간부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청장의 뒤 쪽에 기립해 있다.

" 김영훈씨..   일단 사과부터 드리죠, 부하들을 단속 못한 제 잘못이 많습니다.. "

" 고발자 명단을 빼 간 놈은 누굽니까?  "

" 그 점도 곧 바로 조치가 될겁니다.    홍경장의 친형이라고 하더군요, 경찰 출신이긴 하지만 청화대에서 경호를 맡고

있습니다. "

홍경장에게서 직접 들은적도 있었다.     관내에서 근무를 하면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다닌 놈이, 감사의 표적이

될 때마다 친형의 비호를 받고 빠져 나갔다고 들었다.

" 그 조치가 된걸 보고 나가겠습니다.    그 전엔 안 나가요.. "

" 김영훈씨 심정이야 백번 이해를 하지만, 저희를 좀 도와주시죠.. "

" ...................... "

" 이번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바람에 밖이 보통 시끄러운게 아닙니다.    관할 경찰서도 그렇지만 검찰청까지

업무에 지장이 많아요..   홍경장의 형이란 친구도 조만간에 조치가 될테니까, 이만 나가시는게 어떻겠소? "

" 그렇게 합시다..   경찰 생활 수십년만에 유치장에서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요.. "

간곡하게 얘기하는 청장의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     내 고집만 내 세워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 것이, 내내 편치

않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뒤이어 나가 주기를 종용하는 서장의 목소리에 반감이 생긴다.

" 나가고 싶어도, 저 잘난 서장 때문에 못 나가겠소.. "

" 그게 무슨.. "

" 아니, 내가 왜.. "

어제 나를 윽박지르던 서장이 곱게 보일턱이 없다.      저런 인간들 때문에 힘없는 사람들이,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도

경찰들의 눈치를 보고 사는지도 모른다.

" 시끄러운 것만 피하자는 사람이잖어, 당신은..   서장으로서 부하들이 주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하기는 했는지

모르겠네.. "

그저 자기 자리만 지키기 급급한 공무원이어선 곤란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경찰이던, 구청 직원이던간에 주민들과

진심으로 친해지려 했다면 홍경장같은 인간은 발 붙일데가 없었을 것이다.

" 이 봐 ~   당신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거야? "

어제 처음 본 느낌부터 즉흥적이고, 제 안위만을 챙기려는 느낌을 받았었다.

" 별수 없는 사람이구만 당신, 어제도 나한테 겁을 주더니..    나하고 맞짱 한번 뜰까?    당신은 한주먹 거리도 안돼.. "

아직도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저런 인간이 고위직 경찰 공무원이라는게 화가 치밀었다.

" 뭐야?    어디서 저런게 나타나서는.. "

" 이 봐, 최서장..   당신 정말 이 따위로 행동할거야? "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청장이 나서서는 서장에게 호된 질타를 한다.

" 영훈이, 자네는 왜 그래..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야? "

기라성 같은 고위직들 앞에서 마음을 졸였을 송경장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 자네는 빠져, 저런 인간땜에 내가 모진 짓을 한거야..    공부만 잘 했으면 뭐하냐, 힘 없는 사람들이 아픈건 나 몰라라

하는 인간인데.. "

망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누가 시비를 걸어 줬으면 하던 참이다.

" 내가 대신 사과드리리다, 김영훈씨도 그만 진정하시죠.. "

청장이 나서서 화해를 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 주었기에, 화를 삭혀야 했지만 할 말 만큼은 하고 싶었다.

" 내가 비록 못 배웠지만, 경우없는 짓은 싫어하는 인간이유..   생사람 귀를 짤라놓고 뭔 할말이 있느냐고 하겠지만,

만약에 서장 와이프가 그런 못된 짓을 당했다면 당신은 참을수 있었겠소?     내가 무식하고 정신이 나간 놈이라서

일을 벌린게 아니란 말이요..   불난 집에다가 기름을 붓는 당신이, 나보다 나은 점이 뭐요? "

나 때문에 곤란을 겪어야 하는 대다수의 경찰들에게는 미안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서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서장의 태도가 못마땅한 까닭이다.

" ...................... "

서장 역시 제 분을 못 이기는 표정이지만, 청장을 위시한 직속상관들 앞이라 억지로 참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서장과 잘잘못을 따진다는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고 난 천성은 어쩔수 없는지 모른다.

그저 자신의 몫만이 아까운 사람은, 남의 아픔 따위는 무시를 하고 살아간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찌 평가를 받을지 조심스러워 하는 나같은 사람과는 별개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 이만 나가겠습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했습니다.. "

" 나가시더라도 기소는 될 겝니다..   김영훈씨가 현행범이지만 국민들의 정서도 있고,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석방한다는 뜻이죠.. "

" 그 정도는 압니다.. "

악수를 청하는 청장과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마주쳤다.     진심이 읽혀지는 따뜻한 눈빛이다.

경찰서를 들어 올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찰서 현관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몰려든 사진 기자들이 전경들의 보호막을 뚫고, 연신 후레쉬를 터뜨리는 바람에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 김영훈씨 풀려난 소감이 어떻습니까.. "

" 약혼자는 얼마나 다쳤나요.. "

청장과 악수를 하고는 옆에서 지켜보던 송경장과 계단을 내려오면서 문득 허탈감이 몰려온다.

그네들의 궁금증을 위해 입을 열기는 싫다.      송경장과 몇사람이 기자들의 틈새를 비집고 승용차에 나를 실었다.

 

일단 가게가 궁금하기에 송경장에게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 오빠 ~ .. "

장사 준비를 하던 미희가 송경장과 가게로 들어서는 날 보더니 눈물을 글썽인다.

" 그래..  너도 마음 고생이 많았지?   고맙다.. "

" 오빠, 나올줄 알았어..   봐..  지금도 자막으로 나오잖어.. "

TV 에는 '동물의 왕국'이 방송되는 중이었고, 그 하단에 ' 김영훈씨 경찰서에서 석방' 이라는 자막이 지나가고 있다.

그제서야 경찰에서 내 보내 줄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컸다는걸 실감했다.     경찰서 안에서는 의도적인진 몰라도 뉴스를

접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영식이하고 혜영이한테 핸폰 좀 해줄래 ? .. "

경찰서에 자수를 하러 가느라고 핸폰을 미진이 집에 두고 갔었다.

조금후에 영식이와 혜영이가 차례로 들어섰다.      그네들의 호들갑스런 반김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오늘 장사는 쉴테니까 미희는 정육점에 가서 좋은 고기 좀 사 오너라..   영식이는 그날 수고했던 동생들을 부르고,

혜영이는 미진이 좀 데리고 와..   내 핸폰도 같이 가져오고.. "

얼추 일단락이 된 마당에 나를 위해, 기꺼이 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그들에게 술이라도 대접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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