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통령

소통령 28

바라쿠다 2012. 10. 9. 19:00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서는 안방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의 발을 담궜다.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발이다.     미진이가 린치를 당하고 병원에 누워 있을때부터 씻어 주던 발이다.

유난히 자신의 발을 씻어 주는것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듯 보이던 미진이다.     퇴원해서 집에 있을때는 스스로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내 앞에 내밀기도 했었다.      복숭아 뼈 밑에 점이 있는것도 알았고, 새끼 발가락의 굳은살도 그때 보았다. 

발가락 사이사이 꼼꼼히 씻어갔다.     발바닥이며 뒷꿈치까지 정성을 들여 주물렀다.

" 고마워, 오빠..   귀찮아 하지 않아서.. "

편안하게 시중을 맡기고 있는 미진이의 말투에서 정감이 묻어난다.

" 귀찮긴..   우리 미진이 발이 얼마나 이쁜데.. "

발을 씻어주는 동안 그녀의 온기가 나에게 전해지는 듯 했고, 더불어 어떤 교감이 통하는것 같아 내내 흡족한 기분이었다.

" 병원에 갔었어.. "

" .................. "

" 조금만 참어..   며칠만 지나면 오빠랑 해도 된대.. "

" 그렇구나..  우리 미진이를 안을수 있겠네.. "

미진이가 그토록 모진 일을 당하고, 한달 하고도 열흘이 넘은 시점이다.     

언감생심 미진이를 안고 싶다는 욕심은 부려보지 않았다.     아니, 그녀의 눈치를 보며 정상으로 돌아와 주기만을 빌었다.

그녀 스스로가 나와의 섹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 싶다.     나에게 있어 섹스란게 그닥 중요한 건 아니다.

그저 내 옆에서 웃고 떠드는 그녀만 있어주면 그것으로 족했다.     다행히 예전의 그녀처럼 잔소리가 많아진 것에도, 많이

감사하는 중이다.

" 바람피지 마.. "

" 내가 그럴리가 있냐, 너처럼 이쁜 색시가 있는데.후후.. "

아마도 불안한 어떤 조바심이 있는듯 싶다.      그녀의 그런 조바심마저 아껴주고 싶다.

" 다른 여자들한테는 눈길도 주지 마.. "

"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께.. "

그녀가 온전한 안정을 찾아 주기만을 바랬다.     행여 놓치기 쉬운 실수라도 생겨, 그녀가 불안에 떠는 일이 없게끔 내심

빌고 또 비는 중이다.

물기 젖은 발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춰 뽀뽀를 했다.     그녀를 향한 진심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 오빠..  고마워.. "

" 고맙긴..  뻘쭘하게.. "

" 오빠한테 시집오길 잘한거 같애.. "

" 무슨..  아직 결혼식도 못 올렸는데.. "

 

장사하러 나가기 위해 미진이와 준비를 하던중에 핸폰이 울렸다.

" 여보세요.. "

~ 김영훈씨? ~~

" 그렇소..  누구신가? "

~ 대통령 비서실입니다.. ~~

" .................... "

~ 포장마차를 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오늘도 가게문을 여시는지.. ~~

" 지금 나가려던 참인데.. "

~ 대통령께서 그 곳에서 한잔 하시겠답니다..   그래도 괜찮겠는지 여쭤보라고 하셔서.. ~~

" ..바쁘신 분이..  저야 괜찮습니다만.. "

~ 부인도 같이 만나 봤으면 좋으시겠다고.. ~~

" 안 그래도 같이 나갈겁니다.. "

~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

잠시 혼란스러웠다.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 대긴 했어도, 대통령이 직접 온다는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 무슨 일이야, 오빠.. "

옆에서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미진이가 불안해 한다.

" 미진아..  대통령이 오신단다.. "

" ................... "

 

영식이와 미희를 불러 대통령이 온다는 얘기를 전하고, 일절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게끔 했다.

" 어머 ~ 그분이 직접 여기까지.. "

미희도 당황스러운지 어쩔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거린다.

" 좋은 징조아닌가?    그나저나 대통령하고 소통령이 만나는거네.. "

내 별명이 소통령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까마득한 예전일이 되었지만, 건달들 사이의 이권 문제로 다툼이라도

생기게 되면 중재를 했었고, 따르지 않고 버티는 놈한테는 힘으로 누르던 시절이 있었다.

" 글쎄다..   비서실 얘기론 나랑 한잔 하시겠다고 했다더라.. "

" 이 기회에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해요..   형님이 쫄리는 없겠지만.. "

영식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연히 주눅이 든다.    겉으로야 대범한 척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많은 걱정이 있다.

미희가 주방을 들락거리며 안주를 들춰보고 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무리의 경호원들이 들어섰다.

" 김영훈씨.. "

" 네.. "

대장격인 듯, 풍채가 좋은 친구가 앞으로 나선다.

" 저희들은 밖에서 있을겁니다, 그냥 안전 차원에서..   여기 이 분들은.. "

" 둘 다 동생들입니다, 여기 일을 도와주는.. "

" 아, 네..   대통령께서 되도록 장사하는데 방해되지 않게끔 하라고 하셔서.. "

" 도착하셨습니다.. "

뒤에 서있던 경호원 하나가 말을 전한다.     가게 안에 있던 경호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빠져 나간다.

"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

책임자 역시 가게를 빠져 나간 후, 몇대의 검은 승용차가 가게 앞에 서더니 경호원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내린다.

 

" 어서 오십시요.. "

가게 문에서 대통령을 맞이했다.     

" 반갑습니다, 김영훈씨.. "

대통령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길래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의외로 갸냘픈 손에 따스함이 전해진다.

안 쪽으로 들어선 대통령이 가게 안을 한번 훓어보더니 중앙에 있는 테이블로 가 앉는다.

미진이와 미희, 영식이는 멀찌감치 떨어져 이 쪽을 지켜보는 중에, 아까 들어왔던 경호실 책임자와 방송용 카메라를 어깨에

맨 사람 하나가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 가만 보자, 술은 막걸리가 좋겠고..  무슨 안주가 맛이 있을까.. "

벽에 붙어있는 안주판을 보는 대통령이다.      경호실 책임자는 두어발 떨어진 곳에 시립해 있고, 카메라 맨이 그 모습을

찍고 있다.

" 저희집 두부가 맛있습니다, 근처에서 직접 두부를 만드는 아주머니가 가져옵니다.. "

" 그게 좋겠군..  생두부를 김치에 싸 먹는것도 일품이죠, 같이 한잔 하십시다.. "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고 양은으로 된 잔과 김치를 가져와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 저 분이 부인이신가요? "

" 네..  이리와, 인사드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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