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통령

소통령 29

바라쿠다 2012. 10. 11. 15:58

미희가 두부를 내 왔고 옆에서 지켜보던 영식이가 내 뒤에 와서 선다.

" 많이 놀라셨죠? "

" .................... "

대통령이 내 옆에 앉은 미진이를 건네다 본다.

"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

말을 마친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진이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대통령의 뒤에 있던 경호원도 놀라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직접 머리까지 숙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 그만 자리에 앉으시죠, 저희가 불편합니다.. "

사과를 한답시고 고개까지 숙인 대통령이, 미안한 눈빛까지 담은채 여전히 그렇게 서 있기에, 불편스러움을 느낀 나와

미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 그럽시다, 앉아서 술이나 마십시다.. "

웬지 대통령의 말 속에 슬픔이 묻어난다.     막걸리를 단숨에 비워버린 대통령의 잔에 막걸리를 따랐다.

" 부인께 한잔 따라 드리고 싶은데.. "

내 쪽으로 시선을 준 대통령이 미진이에게 술을 따르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 그러시죠..  뭐 해?   얼른 받지 않고.. "

대통령이 따르는 술을 두손으로 받는 미진이다.    

" 자, 한잔씩들 하십시다..   앞으로는 두분에게 좋은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

스스로 막걸리 잔을 들어 우리들 잔에 부디치는 대통령이다.

" 감사합니다, 대통령께서도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

진심으로 우리네를 걱정해 주는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     어느새 눈이 녹듯 얼어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다.

"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

" 아뇨..  그런건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

" 말씀해 보세요, 뭐든지.. "

" 대통령께서 진심을 보여주셔서 이 사람도 많이 위로가 됐을겁니다..   외람되지만 이 사람한테 고개를 숙였던 것처럼

공무원들한테도 한번 더 고개를 숙이시면 안 될런지요.. "

" 공무원이라..  그 뜻을 물어봐도 되겠어요? "

" 우리도 이렇게 대통령님의 진심이 고마운데, 공무원들도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들에게도 진심이 전해진다면 지금보다

주민들한테 더 친절할테고.. "

" 그러네요.허허..   그 사람들이 받아 들일지는 모르겠지만.. "

" 죄송합니다, 염치없는 말씀을 드려서.. "

평소에 품었던 생각을 뱉어내니 속이 후련하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친절해 진 공무원들이지만. 아직도 승용차나 가전

제품을 파는 대기업의 친절과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그들은 자 회사의 물건을 팔아야 하니까, 친절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크나 큰 오산일수 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국가에서 녹을 받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대기업의 직원들보다는 더 앞서 나가야겠다는 소신 정도는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도 그들을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되리라 본다. 

" 아닙니다..   공무원들이 김영훈씨만 같아도 살기좋은 나라가 될텐데.. "

"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 한번 생각해 보죠..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사람한테 연락을 주세요, 성심껏 도와드릴 겝니다.. "

경호원 옆에 같이 시립해 있던 친구를 손으로 가리킨다.     안경을 쓰고 있는데, 비서실 사람으로 보인다.

그가 안쪽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네 준다.     예상대로 대통령의 문양이 박힌 명함이다.

 

" 어머나..  진짜로 대통령이 머리까지 숙였단 말이니? "

미진이의 손등까지 쓸어 주며 위로를 마친 대통령이 가게를 나간후, 소문을 들은 주위 상인들이 몰려 들었다.

" 그랬다니까..   전부들 얼마나 놀랬는지.. "

미희가 자신이 직접 본 대로 신이 나서 설명을 했고, 혜영이와 '모래시계' 연숙이는 연이은 감탄사를 섞어가며 부러운 듯

경청을 하고 있다.

그들 뿐 아니라, 장사는 뒷전이 된 다른 업소의 사장들까지 몰려들어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그만큼 대통령의 출현은, 그 후로도 한참동안 동네의 얘기거리가 됐다.      그야말로 포장마차가 온 동네의 명소가 돼

버린 것이다.

다음날도 신문과 방송에 대통령이 가게를 다녀간 뉴스로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 대통령, 양심에 머리숙여 사과하다 ! ~

~ 직접 피해자를 찾아 위로한 대통령.. ~

굵직한 머리 기사가 신문마다 도배를 했고, 대통령이 미진이에게 고개를 숙인 사진까지 실렸다.

미희와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신기한 듯 신문에서 눈들을 떼지 못했고, 뉴스 시간마다 TV를 쳐다 보느라 어수선 했던

하루였다.

다행히 미진이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해 준게 고마웠다.

이례적인 대통령의 행보에 신문과 방송마다 나름대로의 사설들이 꼬리를 물었다.

어떤 대학 교수는 대통령의 인간적인 행보가 참 된 군주의 모습을 보여 줬다고 칭찬을 했으며, 또 다른 정치 기자는

이제서야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는 성정을 펼쳤다며 대통령을 추켜 세웠다.

단 한가지 구청장을 위시한 관내의 공무원들이 뒤늦게 포장마차로 찾아와, 매상을 올려 준다며 격려차 수십명이 몰려

왔을때는 찜찜한 기분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나마 미진이의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자니, 모든 일이 마무리 된것 같아 저으기 맘이 편한 며칠간이었다. 

 

일상 생활에 적응이 되기까지 며칠이 지났을 터이다.

청송 스님이 길일을 다시 한번 잡아 주었기에 미진이와의 결혼 날짜를 잡았다.

서로 한번의 경험이 있었기에 조촐하게 주변 사람들만 부르기로 하고는, 결혼식 준비를 해야 했다.

굳이 청송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절에서 식을 하자는 미진이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하객을 줄인다고 나름 추리고 추렸지만,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이 300명을 넘어섰다.

그도 그럴것이 친족과 주변 이웃들의 인원이래야 불과 100여명 남짓이었지만, 초대도 하지 않은 관공서의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축하를 한다고 찾아 오는 바람에, 준비한 음식이 터무니 없이 모자라 황당스러웠다.

사모관대를 쓰고 옛날식으로 혼례를 치루면서, 연지곤지까지 찍은 미진이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 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새 짝을 맞이하는 모습을 본 모친께서 남몰래 눈물을 찍느라 연신 손수건을 적셨고, 미진이의 모친과

초희 역시 흥겨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그마한 절이 하루종일 하객들로 인해 시끌벅적하게 몸살을 겪어 미안하기도 했다.

미진이와의 신혼밤을 위해 제주도라도 가고 싶었지만, 청송스님과 미진이의 의견대로 액땜을 겸해 속리산을 신혼

여행지로 삼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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