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통령

소통령 22

바라쿠다 2012. 9. 7. 15:44

" 저러다 누구 하나 죽어 나오는건 아닐까.. "

창고 안에서 단발마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자 춘식이가 걱정을 하는 얼굴이다.

" 글쎄, 두고 봅시다..    나도 형님 입장이라면 못 참았을거요.. "

" 그렇긴 하지만..    워낙에 형님이 살기가 등등하니.. "

평소에는 파리 한마리도 죽이지 못할만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선배다.       어려서부터 마음속으로 존경을 해 오던 사람이다.

의리로 똘똘 뭉친 선배를 보고는, 그 멋스러움에 반해 건달 흉내를 내며 살아온 지난날이다.

힘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양아치들을 혼내주는게 사나이의 덕목인줄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아무리 죽을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칼로 상하게 하는건 법이 용납치 않을것이다.

" 나도 걱정이유..    저러다 큰 일 나지 싶은게.. "

" 말려야 되지 싶은데.. "

" 우리 형님 성격을 몰라서 그러시나 본데, 지금 말렸다간 더 험한 꼴이 될수도 있어요.. "

" 어떡한다..    그냥 지켜보자니 애가 타 죽겠구만.. "

춘식이를 비롯해 동생들까지 모두가 초조한 기색이다.      잘못되면 애궂은 후배들까지 집단 폭행범으로 몰려 처벌을

받을수도 있을것이다.      

창고안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핸폰이 울린다.

" 여보세요.. "

~ 오빠..  나, 미희.. ~~

" 어쩐일이냐.. "

~ 혜영이 언니 봉고차를 빌려갔다며..    무슨 일이야, 걱정돼 죽겠어.. ~~

" 미진씨를 유괴했던 놈들을 잡았어, 자세한건 이따 가서 얘기해 줄테니까 장사나 잘하고 있어.. "

걱정을 하는 미희에게 대강 얘기를 해 줘야 했다.      영훈이 형이 개인적인 복수를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

역시 미진이가 당한일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치를 떨었던 것이다.

영훈이 선배에게 적의를 품었다 할지라도,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른 홍경장에게 모두가 공분을 하던 참이다.

 

" 하나만 묻자, 투서를 한 사람이 나라는건 어찌 알았냐.. "

" 그 까짓꺼 알아내는게 대수냐, 청와대에서 직통전화가 오는데 지들이 안 불고 배길거 같애..    너도 괜히 다치기 전에, 빨리

이거나 풀어.. "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뉘우침이 없는 홍경장이다.       경찰 공무원이라는 신분도 모자라, 청와대에 있는 제 형의 위세를

믿고 온갖 못된 짓을 하고 다녔을 터이다.     

남의 아픔은 나 몰라라 하고, 자신이 경찰복을 벗게 된 것만 아퍼하는 놈이다.

" 니 놈이 해꼬지를 한 여자가 임신중인줄은 몰랐겠지.. "

" .......................... "

" 니 놈 때문에 사산을 했어.. "

" .......................... "

" 그래서 니 놈이 더 용서가 안되는거야.. "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칼로 홍경장의 귀를 도려냈다.

" 아 ~~~ 악 ~~ "

등뒤로 손이 결박당한 홍경장이 앞으로 고꾸라져 몸을 뒹군다.

" 생각 같아선 너를 죽여버리고 싶지만, 이쯤에서 끝내는걸 감사해라.. "

널브러져 뒹구는 놈들이 흘린 피로 창고 바닥이 흥건하다.      놈들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간 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 형님.. "

밖에서 기다리던 영식이와 춘식이가 앞으로 나선다.

" 춘식이는 여기 없던걸로 하자..    그리고 아우들은 당분간 피해있어, 며칠이면 될거야.. "

선배랍시고 의리를 쫒아 나서 준 동생들에게 피해가 가면 곤란하다.     모든걸 혼자 뒤집어 쓰리라 진작부터 작정한 일이다.

" 형님.. "

" 영식이가 119에 신고해라..   저 놈들도 살아야지.. "

너무 많은 피를 흘리기 전에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 것이다.     직접 데려다 주기는 싫었음이다.

모두의 시선이 제각각이다.      자신의 발 끝을 내려다 보기도 하고, 먼 허공을 올려다 보는 동생도 있다.

미진이의 복수를 했다지만, 나를 따르는 동생들도 칼로 사람을 상하게 한 것은 마음이 편할리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결말을 질수 밖에 없었던 내 마음과 다를바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영식이가 봉고차의 운전대를 잡았다.

" 어디로 갈까요.. "

" 일단 가게로 가자, 혜영이한테 차를 돌려줘야지.. "

차가 자유로로 접어 들었다.      피가 묻어있는 손을 헝겊으로 닦아내고 핸폰을 꺼내 들었다.

~ 어쩐 일이야, 몸은 좀 어때.. ~~

" 홍경장의 귀를 짤랐어.. "

~ 그게 무슨말이야, 귀를 짤랐다니.. ~~

말을 잇지 못하는 송경장이다.      어차피 119가 오면 송경장도 알게 될 일이기에, 그에게 미리 귀뜸을 해 줘야 했다.

" 그놈 짓이야, 미진이를 납치한게.. "

~ 그래서.. ~~

" 내일 아침에 경찰서로 갈께.. "

~ 자수를 하겠단거야? ~~

" 그래..   이만 끊자.. "

벌려놓은 일을 수습해야 했다.      경찰서 출입기자인 박치영에게 핸폰을 했다.

~ 오랜만이네요.. ~~

" 심심할텐데 기사거리 하나 주지.. "

 

" 어머 ~ 오빠.. "

가게에 들어서는 나를 본 미희와 혜영이가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거울을 보니, 옷에 놈들의 피가 잔뜩 묻어 보기에 흉하다.

" 미희야, 손님들한테 사정얘기를 하고 가게문 좀 닫아야겠다..    그리고 혜영이는 미진이 좀 데리고 와.. "

미희가 부산을 떨며 가게를 정리하는 사이에, 주방에서 몸에 묻은 피를 대충이라도 씻어내야 했다.

얼굴과 몸에 묻은 피를 보면 미진이가 많이 놀랠것이다.     

내일 아침에 경찰서로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기약도 할수 없으니만큼, 오늘은 미진이와 같이 있어줘야 한다.

손님들을 내 보내고 가게를 정리하는 중에, 미진이가 혜영이와 같이 들어온다.

집에서 입던 그대로 반팔 티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면바지 차림이다.      생머리를 뒤로 동여 맨 모습이 오늘따라 더 야위어

보인다.

나를 보더니 옆으로 다가와서 가만히 팔짱을 낀다.       가게 안쪽에 있는 테이블에 미진이를 앉혔다.

영식이와 혜영이, 미희까지 힘이 없어 보이는 미진이를 안타깝게 바라만 보고 있다.

" 그만들 가서 볼일들 봐야지..   미진이랑 둘이 있을란다.. "

지금쯤 홍경장 일당들의 귀를 잘라낸 일로 경찰서가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이다.     

내일 아침에 자수를 하겠다고 했지만, 가게에 불이 커져 있으면 경찰이 들이 닥칠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들 나간 뒤에 간판불과 가게 조명을 전부 끄고 작은 등 하나만 켜 놓았다.

냉장고를 뒤져 소주병과 김치를 가져왔다.     후라이팬과 부루스타도 테이블 위에 올려 놨다.

"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

미진이와 내 잔에 소주를 따랐다.      스스로 자작을 하며 술을 마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진이가 내 손을 감싸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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