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놈들 뿐이네요.. "
순대국 집 안을 살펴본 영식이의 말이다.
" 잘 됐구나, 일단 들어가서 한방씩 먹여.. 정신이 들기 전에 끝내버리자.. "
" 걱정마세요, 저런 잔챙이들 쯤이야.. "
" 그래도 방심하면 안돼, 여차하다 놓치면 다신 못 잡아.. "
" 알았수 ~ 확실하게 조져 버리지, 뭐.. 자, 들어들 가자.. "
영식이가 문을 옆으로 열고 들어가자, 동생들이 뒤를 따르고 내가 맨 나중에 들어서며 문을 닫았다.
" 아악 ~~ .. 우당탕 ~ .. "
앞에 선 영식이가 한 놈의 가슴팍에 발길질을 해 대자,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벌렁 넘어간다.
" 뭐야, 너희들.. "
" 염라대왕이다, 개자식아.. "
" 우 ~ 욱 ~~ "
옆에서 몸을 일으키던 녀석의 어깨에, 영식이가 들고있던 쇠절구 방망이가 꽂힌다. 어깨를 한팔로 움켜 쥐며 바닥으로
꼬꾸라 진다.
순식간에 당한 녀석들이 정신이 나갔는지 놀란 눈으로 영식이를 올려다 본다.
" 어떻게 생긴 놈인지 얼굴 좀 보자.. "
녀석들을 둘러 싼 동생들의 몸에 가려져 놈들의 모습이 언뜻 보였을 뿐이다. 동생들이 양쪽으로 몸을 비키자 그제서야
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아니, 너는.. "
그때까지 테이블에 앉아,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어쩔줄 몰라하는 그 인간은 바로 홍경장이었다.
" 그랬구나.. 내가 짐작은 했지.. "
경찰 공무원으로 온갖 못된 짓을 일삼던 놈이다. 투서로 인해 어떤 조치가 내려졌을 놈이, 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섰음이 틀림없다.
" 그게, 아니고.. 저.. "
얼마나 놀랬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손을 흔들어 댈 뿐이다.
" 얘들아, 저 놈도 손 좀 봐줘라.. "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경장의 머리에 소주병이 떨어진다. 머리를 감싸안은 홍경장의 몸에도 발길질과 주먹이 날라간다.
" 아이쿠 ~ 읔 ~ "
졸지에 뭇매를 맞으며 온 몸을 웅크리고 있는 홍경장을 바라보다 주방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까지 주방 안에서 놀란 눈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가 눈에 띈다.
" 금방 끝나요, 이걸로 부서진거나 고치세요.. "
뒷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십만원짜리 수표 몇장을 할머니에 손에 쥐어 줬다. 그제서야 할머니의 눈이 안정을 찾는다.
" 이제 그만하고 끌고 나가자.. "
" 네, 형님.. "
동생들이 세 놈에게 둘러붙어, 죄인을 포승하듯이 몸을 묶어 나갔다. 잛은 시간이었지만, 벌써 녀석들의 얼굴과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
" 니들, 내가 누군줄 알고.. 감히.. "
" 이 자식봐라, 니가 누군데.. "
몸이 묶이면서도 제법 악다구니를 지르는 홍경장의 턱에 영식이의 발길질이 나른다.
" 악 ~~ "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간 홍경장은 손이 결박된 채, 아픈곳을 어루만지지도 못하고 고통스럽다는 듯 얼굴만 찡그릴 뿐이다.
" 그만하고 가자.. "
몸이 묶여진 세 놈을 봉고차에 실을때까지 주위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 봤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다.
" 언니가 웬일이야.. "
미진이의 가게로 들어서자 미희가 반긴다.
봉고차를 영훈이 오빠에게 빌려 줬기에 아가씨들을 대기시킬 장소가 없어 포장마차로 온 것이다.
영훈이 오빠가 오늘 하루만 아가씨들과 함께 가게에서 영업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 오빠가 차를 빌려갔어, 오늘 하루만 신세 좀 질께.. 니들은 저쪽에 앉아.. "
되도록 하루쯤 쉬고 싶었지만, 돈이 아쉬운 아가씨들 땜에 그럴수도 없었다.
" 오빠가.. 무슨 일이래.. "
" 글쎄.. 영식씨랑 볼일이 있다고 하더라구.. "
" 무슨 일인지 한번 물어보지 그랬어.. "
" 오빠 얼굴이 워낙 심각하더라구.. "
" 영식이 오빠한테 한번 물어볼까? "
" 그럴래? 뭔 일이지 불안해 죽겠네.. 미진이가 말을 못하니 답답해서.. "
미진이가 린치를 당했던 일산의 한적한 창고 안에, 녀석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이미 두 녀석은 혼이 반쯤 나가있고, 홍경장만이 두 눈알을 부지런히 굴리며 이 사태를 주시하는 중이다.
" 니가 광호라는 놈이냐, 홍경장하고는 무슨 사이냐.. "
동생들이 가져온 의자에 앉아 녀석들을 마주했다. 제 이름이 불리우자 광호란 놈이 설핏 놀라더니 머리를 땅에 쳐 박는다.
" 죄송합니다, 그냥 예전에 알던 경찰이라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
"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았더냐.. "
" 모릅니다, 그저 홍경장이 납치를 해 오면 돈을 준다고 하길래.. "
" 내 마누라다, 아직도 살고 싶으냐.. "
" 몰랐습니다.. 한번만, 제발.. 한번만 살려주십시요.. "
고개를 들어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한번 쳐다 보더니, 도저히 빠져 나갈수가 없음을 느꼈는지 연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려 댄다.
" 그 여자도 지금 니 놈과 같은 심정이었을게다.. "
" 홍경장한테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
" 그 날 노래방에서 여자를 납치해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빼지말고 읊어 봐.. "
놈들이랑 말을 섞는다는게 싫었다.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질러 놓고 희희낙낙했던 놈들이다.
하지만 그 날의 경위만은 알고 싶었다. 미진이가 놈들에게 어찌 당했는지 알아야 했다.
" 네, 그게 그러니까.. "
광호란 놈의 입에서 그날 미진이가 겪었던 얘기가 술술 흘러 나온다. 홍경장을 시작으로 세놈이 돌아가며 미진이를
상대로 윤간을 했단 얘기가 나올때 쯤 꼭지가 돌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홍경장이 미진이의 사타구니에 야구 방망이를
꺼꾸로 박아 쑤셔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온 몸의 피가 끓어 올라 참을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이 곳에서, 인간같지 못한 놈들에게 가녀린 희망마저 철저하게 유린을 당했다.
" 니들은 밖에 나가 있어라, 나혼자 있을란다.. "
수산시장에서 사 온 회칼을 꺼내 들었다. 생각 같아선 놈들을 모두 난자해 버리고 싶었다.
영식이와 곁에 서서 지켜보던 동생들을 먼저 밖으로 내 보내고자 했다. 나중에 죄값을 받더라도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한다.
" 형님.. "
품속에서 꺼내 든 회 칼을 본 영식이도 섬뜩했는지 내 눈치를 살핀다. 잠시 날 쳐다보던 영식이가 말릴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동생들과 함께 창고 밖으로 나간다.
" 지금부터 니 놈들에게 벌을 주겠다, 미진이의 얼굴에 주먹질을 한 너부터 하자.. "
" 아 ~ 악 ~~ "
눈치만 살피던 녀석의 한쪽 귀를 회 칼로 잘라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 너 나를 잘못봤어, 우리 형님이 니놈을 가만히 둘줄 아냐.. "
" 니 형이 누군데, 자꾸 들먹여.. "
" 청와대에 있다, 이 놈아.. 니 놈 하나 죽이는건 일도 아냐, 개새끼야.. "
" 그래.. 니 형도 참 불쌍하다, 어쩌다가 너같은 놈을 동생으로 뒀는지.. 이번엔 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