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을 관리해 주는 부부가 저녁을 차리는 동안 네사람은 한강변으로 나왔다.
강폭이 넓어서 별장지까지 굽이쳐 들어온 강물은 흐르는건지, 머무는건지 모를만큼 잔잔한 물결이 평화로워 보인다.
땅과 맞닿은 강변 가까운 쪽에는 수초들이 드넓게 자라고 있어 제법 운치마저 있다.
보트가 정박해 있는 강가에는 잘생긴 목재들로 꾸며진 그럴듯한 선창이, 강물과 어울려 그림 엽서처럼 아담하니 이쁘다.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숙희는 이곳이 마치 고향같은 푸근함이 인다. 각박한 서울생활이 싫은 까닭일수도 있겠다.
" 모처럼 바깥 바람이 쐬고 싶었어.. "
선창이 가까운 잔디위에 놓여진 벤치에서 진희가 말을 꺼낸다.
" 우리 '진숙농산'이 어느정도는 자리를 잡은것 같기도 하고.. "
" 무슨.. 며칠전만 해도 이제 시작이라면서.. "
진희의 심경에 무슨 변화라도 있을까 싶어 태호가 촉각을 세운다.
" 내가 나이를 먹나 봐. 호호.. 자꾸 시들해지네.. "
하기사 여자나이 40이면 적은 나이는 아니다.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맘에 들지 않을 나이인 것이다.
" 별소릴 다하네, 자기보다 두살이나 많은 나는 어쩌라구.. "
" 내말이.. 진짜 나이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놀린다고 화 내겠네. 후후.. "
" 그러게 말입니다.. 뭐하는 겁니까, 우리 숙희씨도 있는데.후후.. "
" 아 ~ 미안. 호호.. 그런 뜻이 아니고. 호호.. "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어줍잖은 신세한탄을 탓하자 뒤로 한발 물러서는 진희다.
" 천하의 마님께서 감상에 젖은 모양일세, 별일이야.. "
" 그럴지도 모르지, 나도 그전과는 다르다고 느끼니까.. "
문득 처연해 보이는 진희의 모습에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여전사처럼 당당했던
진희였다.
" 저 강물 좀 봐.. "
" ........................... "
" 옛날부터 변함없이 흘러만 가잖어.. "
" ........................... "
" 뭣 땜에 악다구니를 쓰며 살았는지 몰라.. "
" 왜 그러니, 나까지 이상하게.. "
분명한건 진희의 심경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지 싶다. 저렇듯 감상에 빠질 진희가 아니었다.
" 재윤씨 ~ 내가 밉죠.. "
" 그럴리가 있나요, 우리의 여왕벌이신데. 후후.. "
느닷없이 재윤이에게로 화살이 돌아간다. 이곳 별장까지 오자고 한 진희의 속내가 궁금하던 참이다.
" 거짓말, 남자가 치사하게 발뺌은.. 억지로 나한테 몸이 묶여서 자유롭지도 못할텐데.. "
" ..... 처음엔 그랬죠.. 지금은 아닙니다, 그 대신 숙희씨를 만났으니까.. "
" 내가 좋은일을 한 셈이네. 호호.. 당연히 숙희에 대한 감정은 진심이겠죠.. "
" 물론이죠.. "
여지껏 재윤이의 맘을 받아 들여야 할지 고민하던 나를 두고 두사람이 저울질을 하고 있다.
" 재윤씨를 한번 더 믿어보죠.. 보사부에 다녀와요, 내가 두사람한테 좋은 선물을 줄테니까.. "
옆에서 태호가 미소를 띠며 지켜보는 중이다. 어느덧 해가 산너머로 기울면서 붉은 노을이 강물위를 물들이기
시작한다.
" 너 땜에 미치겠다, 자꾸 찾아오면 어떡해.. "
" 피 ~ 디지게 비싸게 구네.. "
정숙이의 딸 미정이가 쉬는 날이라고 집앞까지 찾아온 것이다. 붙임성이 있어 귀엽긴 해도 오래 사귈 인연도
아닐뿐더러, 미정이 엄마인 정숙이와도 육체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터라 양심상 미정이를 만난다는게 꺼려진다.
" 이제 그만 찾아와, 나도 먹고 살아야지.. "
오늘만 하더라도 강쇠와 같이 만나자는 정숙이를, 바쁘다는 핑계로 따 돌리고 미정이를 만나는 중인 것이다.
" 남자가 쫀쫀하게 돈 타령은.. 싫으면 관둬, 나도 치사하게 매달리지 않을테니까.. "
" 그렇다고 일어나면 어떡하니, 말이 그렇다는거지.. "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미정이를 말려야 했다. 아직까지 진희에게 보고를 못했기 때문이다.
정숙이와 미정이의 움직임을 진희에게 알리는건 물론이고, 두 모녀를 만나는것 역시 그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 넌 내가 그렇게 좋냐.. "
" 피 ~ 좋긴.. 그냥 만나 주는거지.. "
직업과 관계없이 만났다면 자신의 여자친구로 부족함이 없을 미정이다.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몸매는 탱탱하다
못해, 유혹적인 성감마저 몸 곳곳에 숨어 있다. 그야말로 건들면 터질듯 한 늘씬한 알몸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나 견디기 힘들 정도다. 거기에다 열정에 들떠 착착 감기듯이 사지를 뒤틀며 자신만의 흥분된
나래짓을 펼칠때면, 경험이 많은 자신도 견디기 힘들만큼 관능을 뿜어내는 것이다.
그런 느낌을 가진 미정이는, 육체를 미끼삼아 뭇 여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자신에게는 과분할수도 있다.
하지만 미정이의 모친인 정숙이와 섹스 파트너로 만났기에, 양심상 미정이와 거리를 두려 할 뿐이다.
" 아직 공부할 나이잖어, 대학은 가야지.. "
" 고리타분하기는.. 이럴때 보면 꼭 노인네 같애, 난 진작에 포기했어.. 그까짓 대학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래.. "
" 요즘에 대학도 안 나오면 뭘 할건데.. "
" 그냥 일찍 결혼해서 오빠하고 장사나 하지, 뭐. 호호.. "
웃고있는 모습이 어린 숙녀의 그것이 아니다. 남자를 겪은 여자로서의 성적 매력이 물씬 풍겨 나온다.
" 미정이가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뒹굴어 볼까나. 후후.. "
" 진작 그럴것이지, 남자가 떠 보기는.. "
집에 정숙이가 오기로 했기 때문에, 근처 모텔로 미정이를 이끌었다.
" 제임스는 무슨일로 바쁜거야.. "
" 애인 생겼다니까, 누나는.. "
오늘만큼은 제임스와 강쇠를 만나 걸쭉한 파티를 하고자 마음 먹었던 정숙이다.
" 나하고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뭐야.. "
" 누나도 좀 심한거 아냐, 우리도 사생활이 있는데.. 욕심은 왜 그리 많대, 막말로 누나가 우리 둘을 다 책임질거야.. "
" 나도 책임지고 싶지, 오늘도 그래서 온거고.. "
" 에이 ~ 무슨.. 누나가 무슨 능력이 된다고, 우리를 둘씩이나.. "
두 녀석을 붙잡아 두고 싶어 은행에서 추가 대출까지 받았다. 돈의 힘을 빌려서라도 녀석들과의 향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 어차피 니네들도 돈 벌려고 장사하는 거잖어.. "
" 그래서, 누나가 얼마나 챙겨줄건데.. "
" 매일 만나자는 것도 아니잖어, 한달에 4번만 만나고 각자에게 천만원씩 주면 안될까.. "
대출을 2억이나 더 받았으니 앞으로도 1년 동안은 녀석들과 만나 즐길수 있다는 계산이다.
" 흠 ~ 그 정도면 괜찮긴 하네, 제임스가 어찌 나올지는 모르지만.. "
" 니가 잘 설명을 해 줘야지.. "
제임스가 자신의 딸인 미정이와 뒹굴고 있는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는 정숙이다.
" 오늘은 나 혼자 누나를 홍콩으로 데려다 줘야겠네. 흐흐.. 이리와라 정숙아.. "
강쇠가 앉아있는 쇼파에 다가가 그의 무릎위에 올라 앉았다.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스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