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여왕벌 66

바라쿠다 2012. 8. 18. 14:17

보사부에서 대표이사를 호출 했다는 미스김의 얘기를 전해 듣고 진희에게 연락을 했다.

무슨 하자가 있는진 모르지만, 관공서의 호출이라면 실소유자인 진희와 의논을 해야 했다.

" 글쎄..   어차피 출두는 해야지, 피할수는 없으니까.. "

" 내가 올바로 대처할수 있을까.. "

" 조금 있으면 태호씨하고 정사장도 온다고 했으니까 그들 말을 들어보자구..   아무래도 이런 일에는 남자들이 나서야

일처리가 되는 법이야.. "

검찰쪽에서 온 출두명령이 아닌지라, 진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듯 했다.

" 그건 그렇고 고태산이는 반응이 어때.. "

" 앞으론 잘하겠다고 자기한테 기회를 달라는데 믿을수가 있어야지.. "

" 몸이 달긴 달은 모양이네..   이젠 숙희가 주도권을 잡은거나 마찬가지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해야지.. "

" 태호씨도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구..   그치만 이제 고태산이 한테는 별로 흥미가 안 생기네.. "

" 그래도 가끔씩은 만나야지..   혹시 알어, 숙희한테 빠져서 창고를 공짜로 빌려줄지. 호호.. "

" 에그 ~ 그 짠돌이가 행여나.. "

오후 늦어서야 태호와 재윤이가 엇비슷하게 오피스텔로 들어섰다.

" 내가 나서면 어떨래나, 경험도 없는 숙희씨보다는 그게 낫지 싶은데.. "

전후 사정을 들은 재윤이가 자신이 총대를 매겠다고 한다.       재윤이도 이사중의 한명이라 무리한 의견은 아니지 싶다.

" 큰 잘못은 없지만 검찰에까지 불려갈수도 있어.. "

태호는 진희가 수감됐던 예전일이 생각 나서인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자 한다.

" 그래서 내가 나설려고 하는거죠..  혹시 그런일이 있더라도 내가 들어가서 해명하는게 낫지, 숙희씨는 경험도 없는데.. "

큰 일이야 없을지라도 대신 짐을 짊어지려는 재윤이의 마음씀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선다. 

" 정사장 말도 일리는 있네, 숙희씨보다 대처도 잘 할테고.. "

태호가 동조를 한다는 듯 진희를 쳐다보자, 잠시 생각을 굴리던 진희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터져 나온다.

" 여름도 다 지나가는데 우리도 바람이나 쐬러 갈까.. "

" 지금..   어디로.. "

" 청평에 당신 별장 있잖어..   가서 머리나 식히고 오자구.. "

 

은행에서 1억을 추가로 대출받은 정숙이다.      5천을 대출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추가대출을 하자

지점장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정숙이는 그런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남편인 재윤과의 무료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젊고 힘이 넘쳐나는 녀석들과의 만남으로 짜릿한 쾌감을 만끽하며 지냈다. 

요즘 들어 자신을 피하려는 강쇠와 제임스의 행동으로 볼때, 떡밥의 약효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 왜 이제 오는거야.. "

집에 들어오니 딸 미정이가 볼멘 소리를 해 댄다.

" 오늘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나간다는 애가 웬일이래.. "

" 돈이 하나도 없잖어, 나도 카드를 하나 만들어 주던가.. "

재수를 한다고 했을때부터 탐탁치 않았지만, 그나마 삐뚤게 나가지 않는것에 감사하고 있는 중이다.

" 공부하는 애가 무슨 카드가 필요하니..    대학 들어가면 어련히 안 해줄까.. "

" 빨리 용돈이나 줘, 늦었단 말이야.. "

" 얼마나.. "

대학 입시를 볼때까진 딸아이의 기분을 맞춰 줄 생각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제임스와 강쇠를 만나러 가야 하기에

쓸데없는 실갱이를 하기도 싫다.

" 50만원.. "

" 어머 ~ 얘가 미쳤어..   친구 만난다면서 그렇게 큰 돈이 왜 필요해.. "

" 다른데 쓸데가 있단 말이야.. "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 서 있는 마당이다.      제임스와 강쇠를 만나러 가는데 기분이 상할까 봐, 꾹 참고 미정이에게 돈을

건네주는 정숙이다. 

 

모처럼 날씨가 맑은 토요일이다.

청평에 있는 태호의 별장으로 가는 중이다.        진희의 벤츠를 재윤이가 운전대를 잡고 숙희는 조수석에 앉았다.

강변길을 달리던 차가 다리를 건너 별장들이 많은 곳으로 들어선다.       얕은 산 밑으로 조성된 택지에 듬성듬성

자리잡은 별장들은 유럽의 주택처럼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 너무 이쁘다, 언제 이런곳에서 살아보나. 호호.. "

" 숙희씨가 감상적이네, 난 이곳이 답답하던데.. "

진희와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태호의 말이다.       서울 사람들이야 가끔씩 바람쐬러 오는것은 몰라도 시골의 정감을

모른다.

어릴적 시골에서 자란 숙희는 고향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각박한 도시생활은 옆집에 사는 이웃조차 모르고 살아야

했고, 쪼들린 생활고는 비참한 굴욕을 강요하기 일쑤였다.

" 저쪽에 있는 비닐하우스는 뭐래요.. "

" 이마 상추를 키운다지, 한강이 바로 옆이니까 물을 대기가 좋다고 하더라고.. "

" 잠깐 구경 좀 하고 가면 안될까.. "

" 너도 참 별나다, 꽃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도 아닌데.. " 

진희 역시 시골의 따뜻한 정감은 모를것이다.       그저 피터지게 경쟁을 하듯 살아가고 있을 터이다.

한쪽켠에 차를 세우고 비닐하우스를 둘러봤다.       제법 많은 양의 상추를 키우는 하우스가 여러 동이다.

" 내가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농산물을 직거래 하면 어떨까 싶어.. "

" 그게 얼마나 힘든데..    말이야 쉽지만, 농사도 지어야지, 판매도 해야지..    누가 그런일에 매달리겠어.. "

" 웬만한 식당에서 상추와 양파는 꼭 써야 하거든..   물론, 처음엔 별다른 수익이 나오기가 힘들거야.. "

" 그러니까, 그런 일을 왜 하냐구..   괜히 골치만 아프지.. "  

" 아니지..   우리 '진숙농산'에서 고기를 가져가는 영업집이 50군데가 넘어..    양파하고 상추는 날씨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야..   한 일년 정도만 꾸준히 가격을 맞춰 준다면 그 집들은 우리를 신뢰할거고, 다른 농산물도 늘려 나갈수가

있어..   대파도 그런 종류고, 다른 품목도 자꾸 늘어갈걸..    모르긴해도 소문이 꼬리를 물거구.. "

처음에 진희의 말에 따라 '진숙농산'에 발을 들여 놨을때만 해도, 그저 태산이게서 독립을 한다는 그 한가지 뿐이었다.

의외로 매출 금액이 크고 거래처가 많은걸 알고부터는, 고기집에 야채를 섞어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츰 거래처의 신뢰만 쌓는다면, 명실상부 농산회사로서의 면목도 갖출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기집에서 야채를 구입하는 경로가, 도매시장이나 작은 트럭을 몰고 다니는 소규모 장사꾼일 것이다.

그들보다 저렴하고 확실한 야채를 제공한다면 거래처는 '진숙농산'을 신뢰할 것이고, 더불어 수입고기의 거래처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 가능성이 있겠는데.. "

" 글쎄..    사람이 많이 필요할텐데, 골치 아프지 않겠어.. "

재윤이가 반색을 하자 진희가 확신이 없는지 난색을 표한다.

" 그렇지 않을거야,  처음엔 수확한 상추와 양파를 수매해서 거래처에 납품하는 식으로 가야하니까, 배달하는 사람

하나만 충원해도 되지 싶은데..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직접 농사를 짓게 될지도 모르지만.. " 

" 숙희씨 말대로 된다면 대박이겠는데..    진짜 농산물 회사가 될수도 있겠어.. "

같이 비닐하우스를 둘러보던 태호도 호감을 보인다.       모두의 시선이 진희에게로 몰렸다.

" 좋은 얘기같긴 한데..   어째 난 자신이 없네.. "   

" 일단 비닐하우스 주인을 만나보자구, 내 땅을 빌려 준거니까 자세한 얘기를 들을수 있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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