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58

바라쿠다 2012. 7. 17. 17:36

" 얼굴이 그전보다 못쓰게 됐구나..  밥은 잘 챙겨 먹는거냐.. "

" 뭐하러 오셨어요, 나중에 연락을 드린다니까.. "

시아버지와 호프집 근처 커피숍에 앉아있는 소연이다.     아직까진 식구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을 애지중지 해

주던 시아버지가 미진이 언니 집까지 찾았다는 말에, 소식이나 전할 요량으로 있는곳을 가르쳐 드렸던 것이다.

" 널 보고 싶었단다, 할 얘기도 있고.. "

느닷없이 근처에 왔다는 핸폰을 받고 나와보지 않을수는 없었다.     연락처를 가르쳐 준걸 후회하는 중이다.

" 아직은 식구들 만날 자신이 없어요..   ...아버님이 절 이뻐해 주신걸 아니까 궁금 하실까 봐... "

" 그건 상관없어..  말 한마디 못하고 널 떠나보낸게 내내 맘에 걸리더라.. "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들이키는 시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띄게 수척해 보인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시아버지에게까지

걱정을 끼친 것이기에 송구스러울 뿐이다.

" 생각을 많이 해 봤단다, 너희들 눈엔 한물간 늙은이로 보이는게 당연 하겠지만 나름 너를 이해하려고 무던 애를 써 봤어..

언제가 됐던 집으로 돌아오거라, 니 남편이 재미없는 사람이라는건 나도 알고는 있단다.   하지만 너에게는 사랑하는 자식도

있고 너를 걱정하는 친정식구들과 나도 있지 않니.. "

집으로 돌아오라는 시아버지의 말이 뜻 밖으로 들린다.      불륜을 저지른 며느리를 다시 받아 들이겠다는 말이리라.

" 자신이 없어요..   아버님이나 식구들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도 않구요.. "

자신의 못된 행실을 처음 알게된 시아버지 앞에서 숨이 막힐듯한 고통을 경험했던 그녀로서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 간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일수도 있는것이다.

" 내가 실수를 한게야..  말로만 이뻐한다고만 했지, 네 친아버지보다 너를 이해하지 못했나 싶더라..   친아버지 같았으면

무조건 내치지는 않았을거야..  어쩌면 너의 바깥 생활을 모른척 했을수도 있겠지.. "

상상도 못했던 시아버지의 속내다.     얼마나 상심이 크고, 자신을 이뻐하는 마음이 컸으면 저렇듯 깊은 생각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설사 시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을 감싸 준다고 할지언정, 친정 식구들도 이미 알게 된

상황이고 무엇보다 소연이 스스로가 자신의 행실이 맘에 들지가 않는다.

" 아녜요, 아버님..   분명히 큰 죄를 진거죠, 씻을수 없는.. "

" 그렇게만 생각말거라..   너처럼 밝고 고운 애가 그런 행동을 한게 나로서도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세상에 때가

묻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야..   이런식으로 고생하지 말고 돌아오거라, 여기는 니가 있을곳이 아니야.. "

" ..................... "

" 나 땜에 불편하다면 너희 식구를 따로 분가시켜 주마.. "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준 시아버지로 인해 우울한 마음을 안고 호프집으로 들어섰다.

" 가셨니.. "

" 응.. "

" 어떤 손님이 널 기다려.. "

가게 한쪽에 앉아있는 그가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푸른 군복의 철수다. 

" 진짜 왔네..  어쩐일이야, 휴가야? "

처음 만난 만남이었지만 처음부터 상큼한 호감을 가졌더랬다.      먹구름이 드리워졌던 기분이 조금은 가시는 듯 하다.

" 아뇨, 사령부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누님이 보고 싶길래.후후..

" 나라를 지키라고 봉급을 받는 사람이 여자 꽁무니나 쫒아 다니면 되겠어,호호.. "

" 그러게 말이죠, 누님때문에 완전 불량군인이 됐다니까요.. "

방금전까지 자신의 행실을 그토록 자책했건만, 어느새 철수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여자가 된 자신이다.

" 해병대가 치사하게 여자 핑계는..   그래 언제, 내려 가는데.. "

" 내일 오후 비행기 예약했어요.. "

" 어쩐다, 가게를 비울수가 없는데..   끝날때 쯤 다시 오면 안될까.. "

아무리 철호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크더라도 연주언니 혼자 놔두고 나갈수는 없는 일이다.

" 그러죠, 뭐..    안 그래도 만나야 할 친구가 있는데.. "

휘적휘적 가게를 나서는 철수의 뒷모습이 당당하다.      철수와 오늘밤을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흐뭇해 진다.

" 뭐라고 하시디? "

빈자리로 다가온 연주언니가 시아버지가 오신 연유를 궁금해 한다.

" 다시 들어오래, 불편하면 분가시켜 주겠다고.. "

" 그런 시아버지가 어딨니..   눈 딱 감고 들어가는게 어때.. "

타인이 보는 보편적인 시각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끼에 대해서 조금씩 눈을 뜬 소연이다.

남편과의 부부 생활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내를 탐하는 스스로에게 사뭇 겁까지 난다.

" 내가 요부기질이 있나 봐, 언니.. "

" 그게 무슨 소리야, 요부라니.. "

머리속으로는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정반대로 쾌락을 쫒고 싶은 유혹이 괴롭히는 것이다.

"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남편만으론 양이 안 차니.. "

"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바람끼가 있는 여자들도 웬만 해서는 그런 소리를 못하거든..   내가 아는 친구가 하나 있어,

걔가 그러더라 친구들 남편중에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유혹해서 같이 잔다고..  내 남편도 마찬가지로

그 년하고 뒹굴었지만..    드러내 놓고 얘기할 정도면, 그만큼 참기 힘들단 얘기 아니겠니.. "

동병상련이랄까, 외간 남자들과의 만남에 대해 죄책감이 없었던 만큼 대화 내용 역시 꺼리낌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 벌써 들어가려구? "

" 응, 일찍 들어가야 돼.. "

멀리 살고 있는 명균이를 사당동으로 오라고 해서는, 점심을 먹은후에 쫒기는 심정으로 모텔로 들어온 정희다.

" 요즘 이상하더라, 일이 있는 사람처럼 바쁘게 집에 가려고만 하니.. "

한바탕의 애욕을 챙긴뒤 침대에서 일어나 팬티와 브라를 걸치자 명균이가 아쉬워 하는듯 하다.

" 미안해, 조심스러워서 그래.. "

" 왜,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

" 그건 아니지만 남편하고 애들한테 눈치가 보여서 그래, 이렇게 만나는걸 들킬까 봐 겁이 나.. "

굳이 연주나 소연이의 일을 명균이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만, 정희 자신에게도 불똥이 튀지 말란법도 없었기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 자기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난 그렇게라도 됐으면 좋겠어.. "

" 미쳤어..  이 나이에 무슨 창피를 당할려구.. "

따지고 보면 명균이의 말이 틀린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그로서는 당연히 그런 욕심을 낼수도 있다.

자신 역시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따뜻하게 감싸주는 명균이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50이라는 나이가 새로운

모험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수 밖에 없는 것이다.

" 하기야 내 욕심이겠지.. "

말하는 명균이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배어 나온다.      같이 지내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 해도, 무려 25년이나 지속된 결혼생활을 뒤집을 만한 배짱은 없다.    이미 애정 따위는 말라버린 남편과 의무적인

생활이 지속된다 해도, 그것을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으로 알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 너무 그러지마, 나도 힘들어.. "

" 이리와..  한번만 더 안아보게.. "

그에게 다가가 안길수 밖에 없었다.     아쉽긴 해도 이 정도의 만남도 감지덕지 해야 한다는 것이 정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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