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어

아무생각없어 82

바라쿠다 2012. 7. 10. 21:43

금요일 저녁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소영이와 함께 택시를 탔다.

인숙이와 정인이를 만나기 위해 가는 중이다.      호텔의 나이트보다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이 더 볼게 많다는 정인이의

말에 따라 홍대 쪽으로 가는중이다.

" 할머니가 내일 집에 들리라는데 무슨일인지 모르겠네.. "

" 소영이는 아직도 할머니가 무섭니? "

" 그게 이상해, 나한테는 안 그러시는데 엄마한테만 무섭게 하시는 모양이야.. "

애들이 보는 눈이 제일 정확할 것이다.      소영이가 눈치를 챌 정도면 모친의 마음을 떠 볼 필요도 있지 싶다.

"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네.. "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손님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크럽은 별천지나 다름이 없다.

시끄러운 음악에 취한 젊은이들이 휘황찬란한 조명아래서 자신만의 느낌들을 발산하고 있다.

정인이와 소영이는 좋아하겠지만, 옆에 있는 인숙이의 말조차 들리지 않아 룸 하나를 얻을수 밖에 없었다.

" 소영아 ~ 우리는 놀러 나가자.. "

정인이가 소영이를 데리고 춤추러 나간다.       웨이터가 가져온 양주를 칵테일 한 인숙이가 볼멘 소리를 한다.

" 자기들만 가냐, 같이 가자는 소리도 없이.. "

의외로 춤을 추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이가 40 이고, 임신까지 한 몸이라 짐작도 못했던 일이다.

" 그 몸을 가지고 춤을 추겠다는거야, 지금..   에구 ~ 나이가 몇인데 애들처럼.. "

" 나이가 어때서..  선배나 우습게 보지, 아직도 밖에 나가면 쓸만하다구.. "

" 그러셔..  지금도 늦지않았어, 따라 나서시지.. "

" 그렇다고 어떻게 쫓아가냐, 애들이 흉 볼텐데.. "

" 생각은 있는 사람이네, 철부진줄 알았더니.후후.. "

" 근데, 소영이도 알게 될텐데.. "

미진이의 존재를 두고 걱정이 많은 인숙이다.

" 그래서 여기에 온거야, 정인이하고 같이 잘 이해시켜 봐.. "

 

한시간여를 놀다 들어온 정인이 옆에 남자친구가 같이 들어온다.     소영이는 신나게 놀았는지 얼굴이 땀으로 가득하다.

" 자네가 여기 웬일인가.. "

" 네, 아버님..  아까 정인이랑 만나기로 했습니다.. "

" 술도 약하다면서 이런데는 자주 오나.. "

" 아닙니다, 요즘 바뻐서 며칠동안 얼굴도 못보는 바람에.. "

" 소영이는 어디서 춤을 배웠길래 그렇게 잘 추니.호호..   언니가 오히려 배워야겠다.. "

" 언니가 몰라서 그렇지, 내가 잘하는게 많은 편이야..  공부만 빼놓고.히히.. "

" 뭐든지 잘하는게 있다는건 좋은거지, 꼭 공부일 필요는 없어.. "

" 역쉬 ~ 아빠가 내 맘을 알아 준다니까.. "

" 우리 처제가 학교에서도 인기 많겠네.. "

정인이가 어떻게 설명을 했는지 소영이를 처제라고 부른다.       혹여 내가 모르는 사이에 셋이서 만났을수도 있지 싶다.

" 아마 그럴걸, 조금 전에도 남자들이 소영이 주위에만 몰리더라니까.호호.. "

" 그랬어?   당연히 그래야지, 누구 딸인데.후후.. "

" 아무리 그래도 성적이 떨어지면 안돼.. "

" 어허 ~ 이 사람이 재밌게 놀러 나왔는데.. "

분위기가 젊은 친구들 위주의 장소라 그런지 크럽에 있는 내내 즐거워들 한다.

두어시간을 더 놀다가 밖으로 나왔다.      홍대 앞에 있는 대형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 사람들이 많네, 장사하면 떼 돈 벌겠다.히히.. "

" 너만 보면 깜짝깜짝 놀랠때가 많아, 졸업하기도 전에 무슨 돈타령이야.. "

" 난 벌써 진로 결정했어요, 졸업하면 이런 장사할거야..   아빠도 허락했어.. "

톡톡 튀는 소영이 땜에 인숙이가 걱정이 많은듯 싶다.      만날때마다 소영이의 장래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걸 느꼈다.

" 그건 아니다, 전문대라도 들어가서 더 배워야지..    일단 시작하면 다른집보다 맛있단 소리는 들어야 하구.. "  

" 그건 아빠말이 맞어, 니 생각하고 현실은 달라..   체계적으로 배워야 실수가 없는거야.. "

인숙이는 너무 빠른것 아니냐고 걱정까지 했지만, 소신을 가질 나이는 됐다는 생각이다.     다만 열심히 노력하는 소영이의

과정을 자주 보살펴 주고, 제대로 된 길을 밟을수 있게 해 줘야 할 것이다.

" 지금까지 만들어 논 레시피가 20가지가 넘어, 아빠한테 먼저 맛 보여 드릴려구.. "

" 그래, 한번씩 먹어보자..  일단 먹고나서 얘기하자.후후.. "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는데 실망을 시킬수는 없다.       칭찬도 해주고, 결점도 바로잡아 줘야 더 신이나서 배울것이다.

아무리 우리네들의 경험이 많다고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번뜩이는 창작성까지 가미가 된다면 좋은 작품이 탄생할수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제 엄마를 닮아서 음식을 만드는데 겁이 없는 아이다.     전문가로 성공할수 있는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 에그 ~ 소영이한테 술 안주 만드는 것까지 시킨다니..  누가 술꾼 아니랄까 봐.. "

"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제법이야..   나중에 소영이가 만들어 준 안주 먹고나서 더 만들어 달라고 하지나 마셔.. "

" 정말 그 정도란 말이지, 흠 ~ 은근히 기대되는데.. "

온 식구들이 자신에게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보이면, 은연중 책임감도 느낄것이다.

" 정인이가 소영이 좀 데려다 줘라, 아빠는 가게 좀 들려봐야 하니까.. "

인숙이와 정인이에게 소영이를 맡기고 '이차선 다리'로 향했다.      여자들에게 교통정리를 부탁하는게 옳을듯 싶어서다.

 

시댁이나 다름이 없는지라, 토요일 장사를 끝내고는 밤이 늦도록 물김치를 해 가지고서 들고온 성미다.

" 애한테 용돈이 너무 많아요, 소영이 버릇 나빠질까봐 걱정이에요.. "

" 됐네, 어차피 손녀가 되기로 했으니 내가 알아서 함세.. "

"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무슨일로.. "

할머니가 집에 들리라고 했다며, 용돈도 20만원이나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집에 다녀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자신을 호출한 모친의 생각이 궁금했던 성미다.     

그저 소영이와 셋이서 새 삶을 엮어갈 생각만 했었던 지난날이다.

하지만 그의 딸 정인이와 모친을 무시할수는 없는 일이고, 어려운 시어머니를 만난다는게 마냥 부담스러운 마음이다.

오늘만 해도 당신의 팔순까지는 아직도 세달이나 남았건만 무슨일로 불렀는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 아범과 사귀다가 한번 어긋난 적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맞는가.. "

" .................. "

" 자네를 탓하려고 부른건 아니야, 알고 싶은게 있어서 그런거니까 솔직하게 얘기를 해 주게.. "

" ....네, 맞습니다..  어쩌다 보니.. "

" 자네도 아범에게 남은 인생을 맡기겠다고 결심을 했으니 내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여기겠네..  인숙이한테는 먼저 얘기를

했으이.. "

" 무슨 말씀이신지.. "

" 그간 아범이 홀로 10 여년을 살아온게 이런일이 생기려고 그랬던 모양이야.. "

노인네가 목이 타는지 자신이 해 온 물김치를 달래서는 급하게 들이킨다.      평소의 꼬장꼬장했던 모습이 아니다.

" 자네가 아범과 헤어져 있는 동안, 자네처럼 밑반찬을 해 온 여자가 있었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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