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통령

소통령 5

바라쿠다 2012. 6. 6. 23:58

이래도 되는지 스스로 의문이다.      

여자를 싫어 하는건 아니지만 아직까진 살림을 차릴만한 능력도, 생각도 없음이다.

겉모습이 이쁘긴 하지만, 성격 역시 내숭만 떠는 여자들에 비해 털털한 미진이에게 마음이 있었던건 사실이래도,

구체적으로 어찌해 볼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었다.

이렇게 미진이 쪽에서 먼저 합치자고 나올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기에 당혹스럽다.

나이 서른에 결혼이란걸 하고서도, 건달이랍시고 영양가 없는 술자리만 찾아 의리를 외치며 떠 돌고 다닌지라,

신혼의 단꿈을 꿨던 아내는 나의 변하지 않는 인생관에 조금씩 힘들어 했다.

결국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당신을 이해 해주는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라며 떠나갔다.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첫 인연을 떠나 보내고서야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별 볼일 없는 나를 택한 미진이에게는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지만, 남자된 도리를 할수 있을지 자신이 없음이다.

" 무슨 생각을 하기에 넋이 나간거야? "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미진이가 방으로 들어와 말을 건넸는데도 예전 기억에 빠져 있었는가 보다.

천조각 하나 걸친게 없는 그녀가 침대에 푸짐한 엉덩이를 걸치고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 내가 같이 살자고 해서 걱정되니?   겁 먹지마,오빠가 생각하는것 보다는 괜찮은 여자야.. "

미진이의 탱탱한 젖가슴이 출렁대며 내 눈을 호강시킨다.

" 걱정이 안되면 이상하지, 좋아서 한 결혼도 돈이 없어 깨지는게 다반산데.. "

" 내가 오빠를 택한 이유가 뭔지 알어, 바로 그런점 때문이야..   쎈 척만 했지, 여린 구석이 많아 보이드라..

나쁜 놈 같으면 지 욕심만 차리고서, 지가 뱉은말은 나중에 언제 그랬냐는 식이거든..  근데 오빠는 그런 치사한

인간은 아니지 싶더라구.. "

맞는 말이지 싶다.     내 자랑을 하는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잔돈푼에 치사해 져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니, 적은 돈만이 아니고 아무리 큰 돈이라도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해 본적이 없는 인간이 바로 나다.

그동안 나를 아는 지인들에게 인간적인 실망을 시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조심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 니가 뭘 안다고 그렇게 확신까지 하냐, 남자 보는 눈은 완전히 수준 이하구만.. " 

" 나도 잘난거 하나 없는 년이야, 오빠한테 대단한건 바라지도 않을테니까 나한테 의리나 지켜.. "

오래전부터 작정을 한 듯한 미진이의 말이지만, 정작 나야말로 확신이 서질 않는게 문제다.

" 모르겠다, 나중에 니가 힘들텐데.. "

" 하여간에 남자가 소심하기는..  나중은 나중이지, 미리부터 겁을 먹냐.. "

그 말도 맞는 말이지 싶다.     살아보기도 전에 혹여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부터 앞서기는 한다.

" 그게 바로 나야, 정 붙이고 살다가 찢어지려면 아플거 아니냐..   그래서 시작하기도 싫은게고.."

" 딴 얘기 그만하고 내 말대로 해, 그러진 않겠지만 오빠가 놀고 먹는다고 해도 내가 먹여 살릴테니까.. "

시트를 걷어 치우더니 바지 지퍼를 열고서는 팬티속까지 손이 들어와 부랄을 감싸 쥔다.

" 이건 내꺼니까 앞으로 함부로 굴리지 말구.. "

" 호강 시켜주지 못한다고 바가지나 긁지 말았으면 좋겠다.. "

" 천하의 영훈이가 이렇게 겁이 많은줄 어느 누가 알겠어.호호..   안돼, 그 재미로 살거야..  혼날땐 혼나야지.. "

바지와 팬티를 무릎 아래로 내리고서는 귀두끝을 물어 맛있다는듯 먹어댄다.

 

모처럼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몸이 날아갈만큼 가뿐하다.      칼침을 맞는 바람에 며칠을 쉴수 있었고, 비록 맛은

없었지만 오늘 오후까지 미진이가 챙겨주는 식사를 하면서 종일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가게로 나가려는데 미진이가 졸래졸래 따라 나온다.

" 뭐땜에 따라와, 집에서 좀 더 쉬지.. "

" 되도록 붙어 다닐거야, 그만 둔다고 결심을 하고 나니까 후련하기도 하고.. "

오다가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합쳐서 살자는 미진이의 말이 뜬구름 잡는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별볼일 없는 자신을 믿어주는게 고맙긴 하다.

포장마차에 나갔더니 이미 미희가 가게문을 열고 주방에서 그릇들을 씻으며 정리를 하는 중이다.

" 일찍 나왔네, 어디 연락 온데는 없었지? "

" 오빠, 나오셨네..  더 있다 오셔도 되는데.. "

안주가 나오는 상판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인사를 한다.

" 실밥 뽑을때도 됐는데,뭐.. "

" 이제 괜찮어,미희씨..  순 엄살이야.. "

뒤따라 들어온 미진이가 버릇대로 지껄여 댄다.

" 어떻게 같이.. "

미진이랑 같이 들어서자 이상하게 느꼈는지, 미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 앞으로는 내가 관리하기로 했어..  도대체가 똑 부러지는게 없으니 어쩌겠어, 나라도 챙겨 줘야지.. "

도대체가 생각이 없는 여인네다.     할말,못할말 걸러야 한다는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다.

" 저 언니말이 무슨 뜻이야, 관리를 한다니.. "

주방에서 나와 입고있던 앞치마에 물기를 닦으면서 나를 쳐다보는 미희다.

" 무슨 소리는, 내가 구제를 해 주기로 했다는 말이지..   조만간에 같이 합칠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미희씨.. "

미희로서는 불식간에 듣는 얘기인지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다.

" 그렇게 됐어, 뭘 믿고 나같은 놈을 택했는지는 몰라도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 "

" 아니, 오빠..  그래도.. "

내가 직접 확인을 해 주듯이 얘길해도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 미희씨는 오빠말도 못 믿나보네, 우리 두사람이 그렇게도 안 어울리나? "

" 갑자기 들어서 얼떨떨한가 보지, 뭐..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줄께..  장사준비는 다 끝난거냐.. "

" 그거야, 뭐..  참, 송경장이 오빠 나오면 연락달라구.. "

 

" 다친데는 좀 어때? "

" 이제 괜찮어, 여긴 웬일이야.. "

나이는 나보다 한살이 어리지만 편하게 친구처럼 터놓고 지낸지가 오래다.

" 이쪽에서 갑조,을조 회식이야..  너도 다쳤다는데 들러봐야겠고.. "

" 에고, 눈물나게 고맙네..  너나 잘해, 이 나이가 되도록 진급도 못하는 주제에 오지랖은.. "

" 이젠 끝났어, 이제 진급해서 뭐하게..  그냥저냥 정년이나 기다려야지.. "

사람이 살아가는데, 생각처럼 모든일이 잘 풀리는 일은 거의 없지 싶다.     그러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이라는

꿈을 먹고 살아가는게 인생이 아닐까 싶다.

" 그나저나 홍경장을 혼내줘야겠어.. "

나중에라도 알게 될 일이기에, 미리 알려주는게 옳치 싶었다.

" 혼을 내 주다니, 왜.. "

" 치사하게 관내 업소에서 돈을 뜯고 다니는 모양이야..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놈이 다 있나 몰라.. "

" 할수없이 같이 근무는 하지만 어울리기 싫은 인간이야..  그래도 조심해야 할거야, 누가 뒤를 봐 주는지 몰라도 든든한

 빽이 있다고 떠 벌리고 다니니까.. "

예전에 송경장 아들녀석이 군에서 사고를 쳐 영창을 가게 된걸 구해준 인연이 있고 난 부터는, 돈독하게 지내 왔기에

제 일마냥 걱정을 해주는 친구가 됐다.

" 괜히 허풍이나 떨고 다니는거겠지.. "

" 아냐, 작년에도 한번 내사를 받았는데 유야무야 넘어가더라니까..  감사를 했던 동기가 그러는데 자기과의 과장한테

압력이 들어왔더래.. "

" 그으래?  어떤 정신빠진 작자가 그런 인간을 싸고 도는지,원.. "

송경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안하느니만 못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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