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장사를 준비중인데 길 건너 단란주점 여사장인 최인숙이 찾아왔다.
" 웬일이래.. 초저녁에 여길 오면 장사는 누가 하누? "
나보다 2살 연상인 쉰이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 하도 답답해서 김사장이랑 의논이나 하려구.. "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인다. 평소 밝은 성격으로 나이 지긋한 손님들한테 인기도 많고, 술값 몇푼 정도는 기분좋게
서비스도 할 줄 아는 나름 통이 큰 여자다.
" 최여사가 걱정하는걸 보니 보통일이 아닌 모양일세, 주름살 늘어나기 전에 풀어놔.. "
프라스틱 의자를 끌어다 자리에 앉게 하고는, 종이컵에 녹차 티백을 타서 건넸다.
" 에휴~ 열흘전에 손님 두명이 아가씨를 찾길래 불러 줬걸랑.. 근데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경찰이 들이 닥치더라구.. "
"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당신 가게는 1종이잖어. "
영업허가를 낼때, 서빙하는 아가씨를 종업원으로 써도 되는 허가가 나 있는 업소다.
" 아가씨가 미성년이었어, 나이가 들어보여서 그쪽으론 생각도 못했거든. "
" 조심했어야지. 장사 하루이틀 하는것도 아니구.. 미성년 출입인지,뭔지 위반하면 힘들다던데.. "
" 내가 골치 아픈건 그게 아니야. 마침 담당자가 홍경장이더라구.. 왜 김사장도 알잖어, 몇달전인가 우리 가게에서 같이
술 마시다가 시비가 붙었을때 김사장한테 맞었잖아.. 바로 그사람인데.. "
이건 스토리가 조금 이상하다. 최사장 말대로 그런일이 있었다. 지구대에서 나를 따르는 송경장이랑 술을 마실때
친한 동료라고 소개를 받았었다.
홍경장이라는 친구가 술이 취해서는 안하무인격으로 술주정을 하길래, 말려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만 오히려
싸우자고 덤비는 바람에 두어대 따귀를 올려 붙인 적이 있다.
평소에 사람좋은 송경장이 뜯어 말려 흐지부지 됐지만, 첫 인상이 좋지않게 남아있던 경찰이다.
그랬던 홍경장이 무마를 시켜 주더니만, 며칠 전에 찾아와 백만원을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 어느 정도 사례는 생각했는데, 요즘같이 장사도 어려운데 액수가 커서 고민이야. "
슬슬 감이 잡히는게 있다. 며칠만 기다려 보라며 최사장을 보내놓고는 근처에서 하우스를 하는 후배를 핸폰으로 불렀다.
" 일찍 나오셨네,오빠~ 어제도 늦게까지 헤맸나 봐요. 눈꼽이나 떼요.호호.. "
최사장이 나가고, 가게일을 거들어 주는 미희가 들어선다. 자기 친오빠처럼 나를 편하게 대하는 친구 동생이다.
올해 36인데 남편없이 혼자 애를 키우며 살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일을 도와주는 덕에, 다른 일도 볼수가 있다.
얼굴이 이쁜편이건만 쉽게 벌수있는 길을 마다하고, 포장마차에서 힘든 일을 해 내고 있다.
요즘 여자들이 노래방 같은곳에서 버는 돈의 절반도 안 되는데, 묵묵히 힘든일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 무슨 일입니까, 형님.. "
조금 후에 포장마차로 영식이가 들어섰다. 평소에 많이 따르는 후배인데, 하우스를 운영하며 산다.
" 니 사무실에 홍경장이 놀러 온다믄서.. 매너는 어떠냐. "
" 아이구~ 말도마세요.. 현직에 있으니까 대충 넘어가 주는거지, 얼마나 치사한지.. "
" 부탁이 하나있는데, 카드 게임할때 홍경장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동영상 좀 찍어 줄래? "
포장마차는 시간이 일러 아직 한가한 편이다. 손님 테이블은 2개뿐이고, 미희는 주방에서 안주를 만들고 있다.
" 주방장님 밖에 볼일이 있어 나갑니다.. 무슨일 있으면 핸폰하세요, 일도 없겠지만.. "
미희는 이름을 부르는걸 싫어한다. 특히나 가게에서 이름을 부르면 손님들이 제 이름을 알게 된다며 경끼마저
일으킨다.
오늘 아는 후배가 핸폰가게를 오픈 한다길래, 참석하마고 약속을 했었다. 평소 생각인데, 요즘같은 불경기에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
더군다나 핸폰가게나 미용실, 또는 화장품이나 란제리 가게와 비슷한 품목들은 어느 동네든지 넘쳐난다.
지금 영업하는 곳들도 장사가 안돼 가게문을 닫으니,마니 하는중에 자기가 무슨 영업의 귀재도 아닌데 희망까지 품고
창업하는걸 보면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개업하는 사람중에 열에 아홉은, 일년도 못 가 문을 닫는다.
나같이 무식한 놈도 아는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후배가 오픈을 해서인지 아는 얼굴들이 꽤나 보인다. 그네들 역시 아는 처지기에,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개업식에
참석했을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창업을 했을텐데, 엉뚱한 얘기로 기를 죽일수는 없기에 술이나 몇잔 하기로 했다.
개업집에서 오랜만에 아는 얼굴들을 만난지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이 꽤나 흐른듯 싶다.
핸폰이 울리길래 액정을 보니 가게에 있는 미희의 번호다. 별다른 생각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 오빠~ 아무래도 이상해서 전화하는 거야.. 건달같은 사람들 셋이 와서는 술은 별로 마시지도 않으면서, 옆에
앉은 손님들까지 불안하게 만드네.. 아무래도 오빠가 있어야 할것 같아서.."
그때까지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 얘기지만 미리 후배들을 부르지 않았던걸 후회했다.
부리나케 가게로 돌아와 보니 미희말대로 껄렁한 놈 셋이서 가게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었다.
다른쪽 테이블에 앉아 술 마시는 손님들이 불안해 하면서 눈치까지 보는중이다.
그들 앞을 가로질러 주방안으로 들어가서는, 설거지를 하는척 하며 내가 주인인걸 은연중에 알게끔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세놈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직감적으로 나에게 볼일이 있다는걸 눈치챌수 있었다.
" 미희야~ 혹시 무슨일이 생기면 영식이한테 전화하거라. "
불안해 하는 미희에게 일러놓고는 홀 쪽으로 나갔다.
" 형씨가 여기 주인이슈~ "
다시금 그들앞에 다가섰을때, 개중에 똘망해 보이는 놈이 말을 걸어온다.
" 그쪽 형씨는 아니구, 주인인건 맞는데.. 나를 찾아왔나 보네. "
" 그럼, 이름이 영훈이겠네.. "
허리 부분이 제법 불룩해 보인다. 다른 놈들보다 똘망해 보이는 놈만 경계하기로 했다.
" 제대로 찾아왔네, 하지만 자네같은 애기한테 불려질 이름이 아냐.. 입조심 해야겠어, 자네.. "
" 이 늙다리 좀 보소, 세게 나오는데.. 뜨거운 맛을 못 본 모양이야.. "
그 순간 옆에 앉아있던 놈 중 하나가, 테이블 위에 있던 술병을 꺼꾸로 쥐더니 머리를 쳐 온다.
대충 손으로 막으며 똘망한 놈의 허리께에 발을 날렸다. 우당탕 소리가 나며 넘어가는데 나머지 놈이 의자를 쳐 든다.
그 놈의 품안으로 뛰어 들어 안면을 머리로 받아 버렸다.
" 아이쿠.. "
비명 소리와 함께 얼굴을 부여잡고 주저 앉는다. 깨진병을 들고 찌르려고 대드는 놈을 향해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지는 놈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는 차에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 개새끼, 뒈져라.. "
맨처음 나가 떨어진 똘망한 놈이 왼쪽 옆구리에 칼을 박은것이다.
아득한 느낌이 일었지만 오른손으로 의자를 집어 휘둘렀다. 칼에 찔리고도 덤벼드니 당황했는지, 칼을 놓고서 가게
바깥으로 뛰쳐 나간다.
일행이 도망가는걸 본 녀석들도 불편한 몸을 일으키더니 달아나려는 몸짓들이다. 칼이 박힌채로 그 녀석들 쪽으로
다가가니 한놈은 나를 피해 도망을 가 버리고, 나로 인해 도주로가 막힌 녀석이 양손에 술병을 들고는 위협을 한다.
칼이 박힌곳의 통증이 커진다. 한놈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퇴로를 차단했지만 어질어질하다.
" 야, 저새끼 잡아. "
뒤에서 영식이 목소리가 들리더니, 눈에 익은 후배들이 병을 들고있던 놈을 잡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 때리지는 마라, 일단 경찰서에 데려다 놔. "
두들겨 패는 후배들에게 지시를 하고는 정신을 놨지 싶다.
그 다음날 병원에서 눈을 떠 보니, 미희와 미진이가 침대옆에 앉아 졸고있다가 내 옆으로 다가온다.
미진이 년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때 보던 모습이 아니어서 오히려 내가 당황스럽다.
미희가 어딘가로 통화를 했다. 한참후에 영식이 놈과 안면이 있는 형사가 같이 들어와서는 인사를 한다.
" 형님, 의사가 이만하길 다행이래요. 조금만 비껴 맞았으면 위험할뻔 했다고.. 하여간에 노인네가 미리 연락이라도
해야지,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지, 에잉~ "
내 일이라면 자다가도 뛰쳐 나올만큼 따르는 후배놈이 설레발이다.
" 그런데 이놈이 입을 열지를 않아요.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자기 혼자만 넘겨달라고 게기고 있으니.."
" 뭐해서 먹고 사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
짧은 말을 하는데도 옆구리가 쑤신다. 상처가 깊은것 같아 짜증까지 밀려온다.
" 글쎄요, 본적하고 주소가 영등포로 돼 있긴 한데.. "
영식이가 내뱉는 말에, 문득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 내 핸폰 어디있냐.. "
옆에 있던 미희가 핸폰을 건네준다. 마침 영등포에 사는 젊을적 친구와 연락이 닿아 통화를 했다.
병원에서 안 된다고 말리는걸, 우격다짐으로 떼를 써서는 영식이 차를 얻어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형사들의 사무실에 앉아 유치장에 들어가 있던 놈을 불러냈다. 형사와 영식이도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 내가 약속하겠다. 너도 알겠지만 칼을 들고 설친거는 니들이 실수한거야. 니가 아무리 의리를 지킨다고 입을 다물고
있어도, 도망간 두 놈까지 잡히게 돼 있어.. 내가 볼때 너는 누가 시켰는지 정말로 모를수도 있겠지, 핸폰을 줄테니까 니
친구한테 전화해서 내 말을 전해라.. "
조사실에서 형사가 참관하고, 마침 영등포 친구가 도착해서 잡혀있는 놈을 설득했다.
내가 하는말이 이치에 맞았으며, 자신이 살고있는 영등포 선배가 내 말을 따르라고 언질까지 줬다.
통화를 끝내고 내 눈치를 보는 놈에게 들으라는듯, 담당 형사에게 사건을 없는일로 하자고 못을 박았다.
" 그렇게 하자구, 시킨놈이 누군지 대충 감이 잡혀. 얘네들은 잘못이 없어요. 피해 당사자인 내가 없던일로 하고
싶으니까, 병원에 가서 내가 전화하걸랑 무조건 저놈을 내 보내줘. "
도망갔던 두놈이 와서 병원 침대앞에 무릎을 꿇었다. 옆에서 영등포 친구가 미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 얘들아 보기 싫으니까 그만들 일어서라. 그리고 하나만 묻자. 짐작은 하겠는데 보도방 정실장이냐? "
내 말이 맞았음인지 두놈 모두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영식이도 감이 잡히는 표정이다.
" 니들이 건달밥을 먹었는진 모르겠지만, 남자라면 이런식으로 자잔한 일에 끼여드는게 아니다. 내가 약속한대로 니들
잘못은 묻지 않으마. 저기 서있는 니들 선배한테 감사해라. 만약에 저 친구가 없었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았을거야..
영식이 너는 애들 데리고, 정실장을 잡아 가게로 데려와. "
정실장을 잡았다는 영식이의 전화를 받고서는, 퇴원이 안된다는걸 병원 사무장에게 우겨서 가게로 향했다.
후배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앞에 정실장이 무릎을 꿇고있다. 이미 애들에게 얻어 터졌는지 얼굴이 온통 부어있다.
내가 걱정이 된 미희와 미진이, 혜영이까지 다른 테이블에 앉아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내가 들어서는걸 본 영식이가 정실장 뒤통수를 때린다. 그만 하라고 손짓을 해서 영식이를 말렸다.
미진이가 다가와서 나를 의자에 앉게끔 부축하고는, 혜영이 옆으로 가서 앉는다.
" 정실장~ 니가 성질머리는 있는지 몰라도 머리가 나쁘네..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냐.. "
" 죄송합니다,형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여길 뜨겠습니다. "
미리 생각해 놓은듯, 제 잘못을 비는 놈이 딱해 보인다.
" 그래, 나도 너 보기싫다. 이 시간부터 안보는걸로 하고.. 언제든 억울하면 애들 몰고와라. "
" 아니, 형님~ 이런놈을 그냥 보낸단 말입니까? "
흥분하는 영식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이르고는, 미희에게 가게를 부탁하고 미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어차피 정실장이 그만뒀기 때문에 미진이와 혜영이도 당분간 일을 접어야 한다.
자기집처럼 설치는 미진이를 내버려 두고 잠시 침대에 누워, 평소에 생각하던걸 구상중이다.
" 미진아~ 이리 와 봐.. "
주방에서 뭘 하는지 달그락거리는 미진이를 불렀다.
" 오빠가 날 찾을때도 있고 별일이네.호호.. "
" 너 말이다.. 이 일 언제까지 할래, 니 나이도 벌써 40인데.. "
" 왜, 내가 밤에 일 나가는게 맘에 안 들어? "
자기 여자가 밤에 일 나가는걸 싫어하는 줄로 오해까지 하는 폭이다.
" 임마, 그게아니고 니가 정실장 대신 사무실을 꾸려가면 어떨까 싶어서 물어보는거야. "
" 난 또 뭐라구.. 집에 틀어박혀서 살림이나 하라는줄 알았지.호호.. "
" 내가 중고차 하나 사 줄테니까.. 혜영이가 운전도 한다면서.. "
" 히 ~ 알았어, 조금있다가 오라구 할께. "
침대위로 올라와 이불속으로 파고 들더니 팬티속으로 손을 넣어온다.
" 이 지지배가 왜 이래.. 실밥 터져, 임마. "
" 어저께는 붕붕 날라 다녔다면서.. 그까짓 실밥 좀 터지면 어떠냐, 싸나이가.. 먼저번에 나만 재미 봤으니까
오늘은 내가 입으로 해줄께, 움직이지 말고 가만 좀 있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