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48

바라쿠다 2012. 5. 11. 20:06

" 미진씨, 지연이 야단 좀 쳐라..     양말을 벗으면 꼭 뒤집어 놓는지 몰라, 아무리 얘길해도 듣지를 않는다니까.. "

회사에서 퇴근한 영호와 학교에서 돌아온 지연이까지 세식구가 식탁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중이다.

눈에 뜨게 배가 불러 오면서 힘든 집안일을 대신해 주는 영호가 세탁기까지 돌려 주는데, 지연이가 여자답지 못하게

아무곳에나 옷과 양말을 벗어 놓는 통에 가끔씩 실랑이를 하기도 한다.

" 피 ~ 누가 빨래 해 달랬나, 엄마하고 있을때도 그랬는데 괜히 트집이야..  하기 싫으면 말면 되지롱.히히.. "

일부러 영호를 놀리는 지연이다.     제 친구들도 직접 빨래를 해 입는다고 제 입으로 얘기를 하고서도, 영호를 힘들게

하는게 재미있다는 투다.

" 너 좀 심한거 아니냐, 내 신랑을 부려 먹으면서도 너무 버릇없는건 알고 있겠지.. "

" 누가 부려먹어, 엄마가 할일을 대신하는거 뿐이지..  그리고 먹을걸 사와도 엄마가 좋아하는 것만 사오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전혀 관심도 없다니까.. "

영호가 좋아서 그러겠지만, 만만하게 대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다.

" 그러니까, 니가 좋아 하는걸 안 사왔다고 일부러 빨래를 늘어 논다는 말이네.. "

영호가 나서서 지연이한테 따진다.     어찌보면 지연이와 정신연령이 비슷해 보인다.

" 당연하지, 엄마만 좋아하는데 내가 뭐하러 삼촌한테 이쁜짓을 하겠어..  앞으로는 침대 밑에다 숨겨 놔야지.히히.. "

" 좋아, 나도 이제부터 니 빨래는 안할거야..  누가 더 손해인지 한번 해 보자구.. "

" 맘대로 하숑 ~ 하나도 안 무섭지롱.. "

식탁 앞에서 서로 헐뜯으며 싸우는 통에 가뜩이나 몸이 무거워 추스리기도 힘든데 머리속까지 산만스럽다.

" 지연이 너 그만 했으면 좋겠다, 곧 니 동생이 태어날텐데 다 큰 걔집애가 새아빠한테 빨래나 맡기고..  이제부터 니

빨래는 니가 직접해서 입어..  자기도 철 좀 들어라, 지연이하고 다툴일로 다퉈야지.. "

" 어 ~ 이건 내 잘못이 아냐, 일부러 장난친 지연이가 나쁜거지.. "

" 또 이른다, 남자가 치사하게.. 메롱 ~ "

" 저것 보라니까, 지연이가 혀까지 내미는거 봤지.. "

애들처럼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누가 왔는지 현관의 초인종이 울린다.

 

" 소연씨가 왔네.. "

현관문을 열어주러 나갔던 영호가 주방으로 들어오는데 소연이가 뒤를 따른다.

" 웬일이야, 이 시간에.. "

" 저녁이 늦었나 보네, 언니 보고 싶어서 들렸어..  부럽다, 이 집에서 깨 볶는 냄새가 아파트 단지에 진동을 하네.호호.. "

" 깨를 볶다뇨, 지연이한테 들들 볶이면서 살고 있는게 벌써 소문이 났나.흐흐.. "

끝까지 지연이한테 지지 않으려고 물고 늘어지는 영호를 보면 자신이 믿고 살아야 하는 남편인지 종잡을수가 없다.

" 자기도 이제 그만해..  뭐야, 지연이하고 똑같이.. "

" 그렇다니까..  엄마는 내가 먼저 그러는줄 아는데, 삼촌이 시비를 거는거라구.. "

소연이까지 왔는데 둘의 힘겨루기는 멈추질 않는다.

" 저녁 다 먹었으면 그만 들어가, 엄마는 더 이상 심판 봐 줄 힘도 없어.. " 

제 방에 가면서도 끝내 영호를 향해 혀를 낼름거리는 소연이다.

" 보기 좋은데, 뭘..  형부하고 지연이 사이가 나쁘면 어쩔뻔 했수.. "

딴에는 소연이의 얘기가 맞는 말일수도 있다.     처음에 영호와의 사이를 반대하던 지연이의 토라짐이 기억난다.

" 해도 적당히 해야 하는데 어떨땐 진짜 싸우는것처럼 보인다니까.. "

식탁위의 반찬을 대충 치운 영호가 작설차를 내온다.

" 어머 ~ 내가 해야 되는데..  고마워요, 형부.. "

" 고맙긴, 낮에 미진씨 혼자 있으니까 자주 놀러와요.. "

찻잔을 식탁에 내려놓은 영호가 빈 그릇들을 씽크대로 옮겨 설거지를 시작한다.

" 언니는 좋겠다, 형부가 다 해 주나봐.. "

" 맞어, 그나마 영호씨가 도와줘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이 나이에.. "

자연스레 부른 배에 시선이 간다.    더 이상 부풀 여유도 없는 아랫배에서는 태아가 가끔씩 발길질을 해 대기도 한다.

" 그러니까 내가 다 해 주잖어..  회사에서 출산휴가도 신청해 놨어.후후.. "

고개까지 돌리고 우리들의 얘기에 끼여드는 영호다.

" 언니 애기 낳기로 한건 잘한거 같애, 어쩜 저렇게 좋아할까.호호.. "

" 좋아하기만 하면 뭘하니, 애 아빠인지 철부진지 구분이 안 가는데.호호.. "

" 참 ~ 자기 신랑을 깍아 내리고는 저렇게도 좋을까.후후..  그럼,놀다가요 소연씨.. "

여자들끼리 얘기하라며 설거지를 끝낸 영호가 자리를 피해 안방으로 들어간다.

 

" 언니, 나하고 우리집에 좀 같이 가주라..  너무 늦어서 그래.. "

" 무슨 일인데.. "

다행히 영호가 안방으로 들어가길래 사정 얘기를 해야 했다.

" 오늘 갑용씨하고 명근씨를 만났지 뭐야..  잠깐만 보고 금방 들어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시간이 너무 늦어서.. "

모든 사정을 아는 미진이 언니에게 모든걸 털어 놓을수 밖에 없었다.

호텔방에 있는데 남편에게서 핸폰이 왔길래 미진이 언니집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 적당히 좀 하지 그랬어, 시아버지가 의심을 한다며.. "

두 애인이 양쪽에서 끌어안고 온몸 구석구석을 부벼대는 통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던 것이다.

" 일찍 들어오려고 그랬지, 오랜만에 오빠들을 보니까.. "

" 니가 알아서 조심해야지..   연주 언니처럼 집에서 알게라도 되면 어쩔려구 그러니.. "

" 나도 몰라, 셋이서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것도 모르겠으니..  나도 참 큰일이야.. "

내 몸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건지 알면서도 참아지지가 않는다.       남편과 결혼을 하고도 철수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이어 갔던건 첫사랑의 애뜻함으로 그러려니 했다.

이상하게도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는, 웬지 모르게 애정이 묻어나질 않아 무덤덤하게 응하게 되곤 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명근이와 갑용이를 만나 쓰리섬을 즐기고 부터는 끓어오르는 욕정에서 벗어 나기가 어려웠다.

시아버지가 자신의 행실을 눈치챈듯 싶어 무던히도 참아보려 했건만, 남편이 위에서 구르고 있는 중에도 두 애인이

번갈아가며 짓이겨 주는 몸짓만이 떠올라, 가뜩이나 부실한 남편의 애무 자체도 달갑지가 않은것이다.

" 알면서도 제대로 못하는게 더 걱정이다, 시댁에서 알게되면 모든게 끝나는거야.. "

" 알아, 나도 왜 이러는지 한심하다니까..  두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아닐건데.. "

" 얼른 가자, 오늘은 내가 같이 가 주지만 매번 똑같은 핑계를 댈수는 없잖니.. "

안방문을 열고는 영호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노라고 하고는 아파트를 나섰다.

" 니 거짓말만 아니라면 영호씨도 같이 가려고 따라 나섰을거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

떳떳치 못한 내 행실로 인해 여러사람에게 숨겨야 할 일이 많다는게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온다.

이런 불편을 느끼면서도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매듭을 짓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한 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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