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42

바라쿠다 2012. 2. 27. 10:50

한동안 거실에서 부둥켜 안겨있던 지연이가 공부하기 싫다며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오겠단다.

" 미진씨 ~ 이제 약속을 지켜야지.. "

지연이가 현관을 나서자 쇼파에 앉아있던 영호가 미진이를 부른다.

" 약속이라니.. "

" 지연이 문제 해결하면 나한테 큰절하면서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잖어,흐흐.. "

뭐가 그리 좋은지 쇼파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서는 발까지 까불고 있다.      그제서야 영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지연이 때문에 속상해 있는 자신에게, 자기가 알아서 해결을 하면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던것이 생각났다.

" 오빠는 무슨..  철부지같이 조르기만 하면서.후훗 ~ "

지연이로 인해 마음앓이를 했던것이 속 시원하게 풀린것이다.    이제서야 영호를 마음 편히 볼수있게 된 것이다.

" 내가 어리다고 무시만 했잖어, 그동안 얼마나 참았는데..    빨리 약속이나 지키시지. "

거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쇼파위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속마음으로야 진실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끌어 안고서 입이고, 볼이며 온통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인데도 장난끼가 살아난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누나한테 까불면 혼난다..  자꾸 버릇없이 굴면 밥도 안해 줄거야.호호.. "

" 어 ~ 이 사람이, 진짜..  맘대로 해봐, 나중에 큰 코 다칠지도 몰라. 흐흐.. "

이때만 하더라도 영호의 말이 뭘 뜻하는지 알지 못한 미진이다.   홀가분한 기분에 젖어 그저 흘려 듣고만 말았다.

" 세탁기에서 빨래나 꺼내 널어줘, 자기네 집에 가서도 할일이 많아.. "

큰 고민이 사라진 마당에 영호의 사랑을 듬뿍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연이가 돌아오기 전에 영호의 집으로 가서

그동안 밀렸던 숙제를 하며 마음껏 큰소리를 질러대고 싶은것이다.

 

그로부터 십여일이 지났다.     시작한 가게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며 성미가 휘트니스에 재등록을 했다. 

성미가 멤버들과 같이 운동을 하면서 활기찬 모임이 되어야 했지만, 연주가 그동안 운동에 빠지는 바람에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더구나 휘트니스 밖에서도 만나는 회수가 줄었기에, 오랜만에 모이자는 큰언니인 정희의

의견에 따라 성미의 가게 내실에서 모였다.

더군다나 그동안 자신의 가게에서 멤버들이 많은 매상을 올려줘서 고맙다며 성미가 한턱을 내겠다고 했다.

오늘은 연주가 빠진 대신 미진이가 영호와 같이 와서 다섯명이 모인 자리다.

그동안 미진이의 고민이 해결이 됐다는 소식이 있었고, 막내 소연이는 집에서 근신하며 지내느라 바깥의 모임에는

의식적으로 참석을 하지 않았다.

" 언니는 그 동안 더 이뻐졌네, 젊은 형부가 좋긴 좋은가 보다.호호.. "

막내 소연이가 작정을 하고 미진이를 놀리고 있다.      모두의 눈이 영호에게로 쏠린다.

" 결혼식 하기로 했다면서..   축하해요, 제부. "       

맏언니인 정희가 영호를 보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다.

남들 보기는 부끄럽지만 영호가 총각인지라 간략하게나마 결혼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 고맙습니다, 아직 날을 잡은건 아닌데 양쪽 어른들이 만나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어요. "

" 친정 근처로 이사 하기로 했어, 자꾸 배도 불러오고 이사람 어머니가 새집에서 시작하라구.. "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영호의 집도 빼서 새롭게 시작을 하기로 양쪽 어머니들이 합의를 봤다.

" 잘 생각했네요, 애기 낳게되면 지연이 챙기기도 힘들잖어..   친정 근처로 이사오면 우리집하고도 가깝네.."

자신의 집 근처로 이사를 하면 이웃사촌이 된다고 소연이가 좋아한다.

" 연주 때문에 분위기가 다운 됐었는데 미진이한테 좋은일이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간에 미진이도

맘 고생이 많았을텐데, 이제는 홀가분하게 신혼을 즐겨도 되겠네.. "

정희가 맏언니 노릇을 하느라 적잖이 마음쓰는 일이 많았을 터이다.     미리 연주한테 조심을 시켰는데도 걷잡을수

없이 일이 번지는 바람에 알게 모르게 고민을 안고 있었을게다.

 

" 영호씨는 같이 만난적도 여러번 되니까 미진이가 우리랑 어울리다 늦는건 이해를 해 주겠지, 그쵸.. "

오랜만에 멤버들과 운동을 하게 된 성미로서는 같은 친구인 미진이와의 만남이 제일 반가울수도 있을게다.    해서

친구의 신랑 자리에게 미리 허락이라도 받을 요량이다.

" 안되겠는데요, 우리 둘이 결혼식 올리면 죄송하지만 앞으로는 친구들과 못 만나게 할려구요. "

의례적인 성미의 물음에 당연히 찬성을 해줄줄 알았던 영호가 난색을 표하자, 멤버들이 무슨 소리냐는듯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 아니, 그게 무슨 소리래..   연주언니 경우만 보고서 우리들이 모여 다니는게 맘에 안든단 말인가요? "

막내인 소연이가 섭섭하다는 듯이 영호를 바라본다.

" 여러분들이 맘에 안 들어서가 아니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미진씨 때문이죠.뭐. "

" 미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건 무슨 말이래.. "

의외적인 영호의 말에 모두들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들로 영호와 미진이를 쳐다보고, 미진이 역시 알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 지연이 문제를 해결 해주면 나한테 큰절 하면서 오빠라고 불러 주기로 해 놓고 약속을 지키질 않네요.     사실

그동안 자기가 누나라고 나를 얼마나 무시하던지..    결혼하면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할려구요. 흐흐.."

그제서야 영호의 마음을 눈치 챈 멤버들이 웃음띈 얼굴로 미진이를 바라본다.

" 영호씨가 서운 하기도 했겠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남편인데, 더군다나 애기까지 낳게 됐는데 신랑을 그렇게

무시하면 쓰나.호호..   

" 미진이가 약속을 지켜야겠네..    큰절 한번하는게 낫지, 진짜로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면 어쩔거니.호호.. "

" 맞아, 언니..   지금이라도 약속 지켜라, 우리형부 한번 삐지면 오래 간다믄서.호호.. "

멤버들까지 나서서 영호의 편에 서자 어쩔줄 모르는 미진이다.

" 왜들 그래, 그냥 고마워 하면 되지..   무슨 큰절까지 하냐구.. "

" 보시라니까요, 저렇게 약속을 어기는데 내가 외출을 허락하고 싶겠어요.. "

" 빨리 형부한테 절해, 진짜로 운동하러 나가지도 못하게 하면 어쩔려구 그래.호호.. "

"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킨다면 모를까, 아니면 진짜로 운동도 못하게 할겁니다.     여러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어쩔수 없어요. "

" 그러게..  우리 제부 맘을 돌리려면 미진이가 약속을 지켜야지.호호..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이쁘게 해 봐.

성미가 옆으로 비켜 앉아라, 나도 미진이가 제부에게 큰절 하는거 구경 좀 하게.. "

사면초가에 빠진 느낌이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집에서 큰절을 해야 했는데, 친구들이 있는곳에서 창피를 당할

처지에 놓인것이다.

 

" 자기, 정말 너무한다.. 어쩜 친구들 있는데서 그러냐.. "

오랜만에 멤버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집에 돌아온 미진이와 영호다.       학원에서 돌아올 지연이를 기다리며 좀 전에  

멤버들 앞에서 영호에게 큰 절까지 한 미진이가 삐져있는 중이다.

" 뭘, 그까짓걸 가지고 그래..  결혼식을 하게되면 신부가 신랑한테 절해야 되잖어, 미리 연습했다고 치라구.후후.. "

자기 욕심을 차린 영호는 집에 돌아와서까지 내내 즐거운 표정이다.

" 그거랑, 친구들 앞에서 창피 주는거랑 똑같니.. "

" 틀릴건 또 뭐래..  이제는 내가 하늘이고 미진씨가 땅이야, 그러길래 진작에 약속을 지켰으면 친구들 앞에서 놀림을

당하지는 않았을거잖어.후후.. "

" 무슨 하늘이 그래..  애들처럼 놀려 먹기나 하구.. "

딴에는 영호의 말이 실감 나는 미진이다.     이제부터는 저 사람이 나를 지켜주는 하늘이 돼 버렸음이다.    

좋아하는 감정만이 전부가 아니고 평생을 맡기고 살아가야 하는 반쪽이 된 것이다.      그동안 나이어린 애인을 만나

마음을 졸이며 지낸 시간이 꿈처럼 느껴진다.

" 삐 ~리 ~릭.. 칙 ~ "

현관문이 열리며 지연이가 들어온다.      과일쥬스를 쟁반에 받쳐 든 영호가 지연이의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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