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40

바라쿠다 2012. 2. 14. 01:39

" 생각해 본다고 했단 말이지, 걱정 돼 죽겠어.. "

고수부지에 나갔던 지연이와 영호가 집으로 돌아온 후, 오늘은 공부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준 영호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었다.     

행여 예민한 지연이에게 자극을 줄까봐 염려된 미진이는 지연이의 눈치만 살피다가, 밤이 깊어 잠이 든걸 확인하고는

영호와 핸폰으로 통화를 하는 중이다.

~~ 조금만 기다려 봐, 낼모레 공부 할때까지는 무슨 답을 줄것 같아..  당신을 닮아서 착하니까 이해를 해 주지 않겠어. ~~

핸폰을 통해 들려오는 영호의 목소리에도 자신을 걱정하는 감정이 실려 있음을 느끼는 미진이다.     

" 이해는 하지만 문제는 지연이가 당신을 좋아하는 감정을 다스릴수 없을까봐 그러지, 그만한 나이때는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거란 말이야.. "

미진이 역시 여고시절 짝사랑을 하던 선생님으로 인해 호된 홍역을 치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후에야 그런 감정을

가졌던것조차 희미해 졌지만, 당시엔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었던 소중함이었다.

~~ 지연이한테 잘 얘기를 했으니까 충분히 알아 들었을거야.. 초조해 하지말고 그만 잠을 청해 봐.   그러다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그래.. ~~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힘들어 하는걸 안쓰러워 하고 있다.      영호가 커다란 우산이 되어 자신을 감싸고 있다.

" 자기야 ~ 보고싶어, 지금 그리로 갈까.. "       그의 품에 안겨 위로받으며 잠들고 싶다.

~~ 그건 안돼, 나도 자기랑 같이 있고 싶지만 지연이 땜에 참고 있는거야..   지금쯤 어린것이 쌩 병을 앓고 있을텐데

우리만 좋자고 몰래 만나서야 되겠어? ~~

자신의 옆에 붙어 있으려고 철부지처럼 떼를 쓰던 사람이 매몰차게 거절을 하고 있다.      서운하긴 해도 영호의 말이

옳은건 알고있는 미진이다.      그래선 안되는줄 알면서도 영호의 빈 자리가 너무 큰 까닭이다.

나이가 어리고 총각이긴 해도 남자로서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영호가 다시 보이고, 그의 그늘이 넓게 느껴진다.

" 알았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서 미안해.. 회사에 출근하려면 빨리 자야지. "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다.      지연이의 결심을 기다리는 작은 시간도 견디질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다.      

어쩌면 영호에게 마음이 기울고부터는, 이미 여리디 여린 여자로 변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틀째 잠을 설친 덕에 찌뿌둥해 진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휘트니스로 나갔다.

" 전부들 얼굴이 별로 안 좋아 보인다, 보약이라도 먹어야 되는거 아냐.. "

맏언니인 정희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런닝머신으로 다가서는 미진이를 반긴다.

" 일찍 나오셨네, 다들 벌써 나왔나 봐. "

" 연주는 아직이고, 소연이는 탈의실에 있을게다.  걔도 성훈이가 시댁에 분탕질을 할까봐 많이 놀랜 모양이더라..

얼굴이 쏙 빠져서 안쓰럽더만, 너는 뭔일이 있길래 야위워 보이니..   젊은 애인이 속이라도 썩이는거 아니냐.. "

연주의 일이 잘 해결이 됐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미진이 자신의 일만도 벅찬 이틀간이었다.

불과 이틀밤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못견디게 영호가 그리워 밤새 뜬눈으로 뒤척였던 것이다.

" 나, 요즘 많이 힘들어 언니.. 초조하고 미치겠어. "

" 안되겠다..  점심시간에 연주도 나오라고 해서 어디가서 맛난거라도 먹어야지, 모두가 기분들이 엉망이야.. "

생각해 보니 그저께부터 한번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한 기억이 없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성미가 운영하는 갈비집에서 여자들끼리만 모였다.

" 전부들 왜들 이래, 그까짓 일 좀 겪었다고 이렇게 풀이 죽어 있으면 어쩌자구..  술이라도 한잔씩 하던지.. "

모인 멤버들의 모양새가 어지간 했던지 성미가 소주를 가지고 내실로 들어온다.

" 이혼이라도 해야 할까봐. "

성미가 따라준 소주를 들이킨 연주의 입에서 폭탄이 터진다.      누구랄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멤버들이다.

" 얼마나 웃기는지 몰라, 집에 들어와도 눈도 마주치지 않을려고 한다니까.. 아들 두 놈도 남자라고 나를 대하는게

예전같지가 않어. "

뭐라고 위로라도 해줘야겠지만 해줄 말조차 떠오르지 않기는 다들 마찬가지다.

" 그렇다고 이혼까지 가서야 쓰겠니, 죽은듯이 참고 있다보면 나아질게다.. 괜시리 서두르지 말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

그나마 큰언니인 정희만이 조심스럽게 연주를 다독일 뿐이다.

 

" 나도 요즘에 힘들어, 명근씨와 갑용씨랑 고수부지에서 데이트를 할때 시아버지 친구분이 본 모양이야..   집에서

아버님을 마주치면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어. "

소연이까지 코가 댓발이나 빠져 쳐져 있다.      막내라서 멤버들한테도 귀여움만 받으며 마냥 발랄하던 소연이도

고민을 한 탓인지 수척해 보인다.

" 그래도 무슨 현장을 들킨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야 있겠니, 너무 마음쓰지 말거라.. "

" 그게 아냐, 나도 이번에 느낀게 많아..  그 전에 철수하고도 너무 죄의식없이 지냈던거 같애.    어찌 그리 겁없이

살았는지 모르겠어, 시부모나 남편이 알게 된다고 가정을 해 봤더니 너무 끔찍해서 생각도 하기 싫더라니까.. "

처녀적부터 철수라는 애인과의 관계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어왔던 소연이가, 이번에 연주가 겪은일을 지켜보고서

느낀게 많았지 싶다.

" 앞으로 잘하면 될거야, 니가 너무 착해서 그래.. "

조용히 지켜보던 성미도 소연이가 안쓰러운지 거들고 나선다.     하기야 어찌보면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던 막내다.

남들이 보기엔 성실한 남편을 놔두고 겁도 없이 불륜을 저지르고 다닌다고 하겠지만, 요즘 세대와 가장 근접한

소연이로서는 다른 남자와 사귀는걸 별다른 죄의식없이 지내온 것이다.

그랬던 소연이가 이번의 연주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온 모습도 큰 잘못인걸 뒤늦게나마 깨우친 것으로 보인다.

" 명근씨와 갑용씨한테도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 도저히 이대로는 불안해서 못살겠어. "

" 그래, 당분간 자숙하는것도 좋겠지..  막내가 너무 놀랜것 같아서 걱정이다. "

멤버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말이 아니다.     연주는 스스로 자작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다.

 

" 무슨일이 있길래 너까지 얼굴이 푸석푸석하게 망가졌니.. "

가뜩이나 엉망인 분위기에 자신까지 초췌한 모습인지라 친구인 성미가 속상해 한다.

" 나, 임신했어.. "

처음엔 흘려듣던 멤버들의 눈이 커져서는 자신을 바라본다.    무슨뜻인지 알면서도 놀란 표정들이다.

" 무슨 소리야, 임신이라니..  세상에나, 정말이야? "

소연이까지 자신이 처한 일은 뒷전이라는 듯 관심을 보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 너, 어쩔려구 그래..  순진한 얘가 아무리 남자에게 빠져도 그렇지, 임신이라니.. 집에서 알면 어쩔려구.. " 

제 정신이 돌아온 듯 성미가 자신의 일인양 펄쩍 뛰며, 앞일에 대한 걱정으로 말을 잇지 못한다.

" 집에도 얘기했어, 그 사람도 어머니한테 인사를 드리고, 나도 그사람 어머니를 만나뵙고.. "

설상가상이라는 표정들이다.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짓이리라.    이 나이에 젊은총각의 애를 가졌다는 자체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들이다.   

더군다나 양쪽 집안의 어른들까지 만났다니 쇼킹한 일이 아닐수 없을것이다.

"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 어린 친구와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말이냐, 지금.. "

아직도 수습이 되질 않는지 성미가 말까지 더듬고, 소연이는 침을 잘못 삼켜 재채기까지 하고 있다.

" 처음엔 나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찌 임신이 된걸 알게 된 그 사람이 무조건 애기를 낳으라고

떼를 쓰더라구..   안된다고 했더니, 자신의 어머니한테 얘기를 했다고 하길래 한번 만났어. "

테이블에 있는 맥주를 한모금 들이켰더니 싸 ~하니 가슴이 시원하다.

" 술도 못마시게 감시까지 하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나도 그 사람하고 헤어질 자신이 없어서..   자꾸 배도

불러오고, 벌써 5개월째야..    할수없이 집에다 얘기를 했더니 그 사람을 만나보시겠다고 해서 만난거야. "

" 그래서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든.. "

맏언니인 정희가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차분하게 묻는다.

" 그 사람을 좋게 보셨나 봐, 같이 살 생각이 있다면 그 사람의 핏줄을 이어주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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