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39

바라쿠다 2012. 2. 9. 15:22

" 도대체 어느 정도나 피해를 입었다는 말인지.. "

대화가 끝나지 않고서는 이 자리를 모면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성훈이다.

" 돈으로 해결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자네가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우리집 여자가 강짜가 좀 심한 편이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중에 도곡동에 있는 상가를 자기 앞으로 돌려 달라고 하더군..    어때, 해결을 해 줄수 있겠어.. "

말도 안되는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남의 부부사이의 재산 다툼에 끼여들 여지가 없는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로 생긴 재산 다툼이다.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할 것이다.

" 자네가 해결을 해 준다면, 오히려 내가 자네가 피해를 본 만큼 돈으로 도와주지.. "

자신이 연주땜에 입은 손해까지 벌충을 해 주겠다지만, 승우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노릇이다.

" 내가 할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별다른 대책이 서질 않네요. "       

성훈이의 입장으로 보면 나름대로 솔직한 대답일게다.     

" 그럴거면서 생각도 없이 일을 저질러 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누군 성질이 자네만 못해서 참고 사는줄 아나..   지금의

결과만 보더라도, 자네가 연주를 쉽게 봐서 일을 키웠기 때문에 그 여자도 참지 못하고 자네에게 앙갚음을 한거잖어.. " 

" 연주를 겨냥해서 한 일인데 본의 아니게 괴롭혀 드린것 같아 죄송합니다. "

이제서야 돌아가는 사태가 만만치 않다고 느낀 모양이다.     자신이 벌려 놓은일이 일파만파로 번진 것이다.

" 이렇게 하도록 하지, 자네가 봤다는 손해는 내가 어느정도 벌충을 해 주기로 함세.  생각 같아서는 옆에 있는 동생에게

맡겨서 속이 후련하도록 패주고 싶지만, 그래봐야 자네와 똑같은 인간이 될 뿐이니까 내 손이 더러워 지는건 싫어. "

짐짓 화가 나지만 참고 있다는걸 성훈이에게 보여 주느라, 소주잔을 들어 마시며 인상까지 쓰는 승우다.

" 자네가 하는 꽃집에서 손해를 보는 액수라고 해봐야 한달에 오백만원도 안 될거야, 더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거든..

몇달만 버티면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갈테고..  내가 자네에게 천만원을 줄테니, 내가 부를때 달려와서 우리 집사람에게

해명을 하라구,  별다른 사이도 아닌데 자네가 오해를 했다고.. 그래 줄수 있겠나.. "

성훈이에게 별다른 대안이 있을수 없을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손해까지 책임을 지겠다는데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시키는대로 따르지요. "

" 그리고 한가지 더..  앞으론 남자 망신 시키지 말고 자중하도록 해.   아예 꽃집까지 박살을 내주고 싶은걸 참는거야.

이봐, 동생 ~  이 사람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고 계좌번호를 받아 두게..  행여 밉다고 두들겨 패지 말고.. "

사촌동생에게 눈짓을 하며 일을 마무리한 승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로 성훈이의 입막음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주네 멤버들의 집에까지 파장이 이는걸 틀어막고

두번 다시 연주가 불안에 떨지 않게끔 해결을 본 것이다.

성훈이에게 준 천만원이 아깝긴 해도, 그로 인해 연주의 믿음을 샀다고 생각하면 턱없이 싼 가격이다.

 

" 엄마에게 들었어, 삼촌과의 일을 할머니한테 들었다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테니까 우리 얘기나 할까.. "

미진이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아 있는데, 지연이가 돌아와서는 아는척도 없이 제 방으로 들어 갔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미진이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치는걸 보고, 영호가 노크도 없이 지연이의 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자신과의 일로 딸에게 당당할수 없는 미진이를 걱정하는 영호가 지연이와 마음을 터 놓고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 지연이하고 다녀올데가 있으니까 두터운 옷 좀 챙겨 줄래요. "

지연이의 방문을 열고 미진이에게 눈짓을 한다.       초조하게 거실을 서성이던 미진이가 지연이의 패딩과 털 목도리를

챙겨 건네주자 말없이 받아 걸치고는 따라 나선다.

그나마 따라 나서는 지연이를 보며 다행스런 맘이 생긴다.     그런 행동으로 봐서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날씨가 춥긴 해도 한강 고수부지로 나가기로 했다.       얘기를 나누기에는 어디로 들어가기도 마땅찮은 까닭이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아 많이 추운 날씨는 아니다.     새로 신축한 매점에 얘기를 나눌수 있게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 지연이를 속이고 싶어서 속인건 아냐, 엄마는 지연이한테 알려지는게 싫었나 봐.. "

매점에서 산 따뜻한 음료를 두손으로 감싸쥐고,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지연이다.

" 삼촌은 외롭게 살아온 사람이야, 우연히 아빠랑 힘들어 하던 엄마를 만나게 됐지..  지연이가 믿어줄지 모르지만

삼촌은 엄마가 첫사랑이야..  이 나이가 되도록 여자를, 아니 사람들과 섞이는걸 의도적으로 피해 왔다고나 할까.. "

지연이가 말을 들어주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속을 내 보이기로 작정한 영호다.

" 처음엔 엄마도 지연이 땜에 많이 조심스러워 했어, 내가 엄마하고 맞는 나이가 아니라고 나를 떠나 보낼 생각이었대..

그런데 내가 엄마한테 매달린거야,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거든..   지연이도 커서 알겠지만 엄마를 만나고부터

내 마음을 다스릴수가 없을 지경이 돼서 엄마를 조른거야.. "

혼자만의 독백이지만 마음 깊숙이 감춰뒀던 진실을, 좋아하는 사람의 딸에게 들려주면서 머리까지 차분해진다.

" 결국엔 엄마도 내 마음을 받아줘서 할머니한테 인사를 시킨건데,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고맙게도 지연이가 삼촌을

좋아한다고..   나야 고맙지, 이렇게 이쁜 지연이가 삼촌에게 좋은 감정을 가져주니까.. "

지연이가 마시지도 않고 손에 쥐고 있는 음료를 가로채 병 뚜껑을 열어 다시금 건네 줬다.

" 지연이 마음은 고맙지만 이미 삼촌의 가슴에는 엄마로 가득 차 있어, 더구나 지연이의 엄마잖어.. "

" 그냥 삼촌이 착해 보여서 그런거지 좋아한건 아냐.. "       

처음으로 입을 떼는 지연이다.    지연이의 말을 흘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 난 지연이랑 같이 살고싶어, 엄마를 닮아 지연이도 이쁘거든..   엄마와 같이 있고 싶은데 지연이가 반대를 한다면

지연이는 외가집에서 살아야 되잖어, 그렇게 되면 엄마 마음도 편치 못할테고.. "

" 난 상관하지 말고 둘이서 좋으면 되지, 내가 문제될건 없잖어.. "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받는다.     어느정도는 풀린것 같지만 조심스럽다.

" 그래도 그건 아니지, 엄마한테 지연이가 어떤 의미인지는 너도 알잖어..  지연이의 상대가 아닌 엄마의 남자로 인정을

해주면 좋을텐데.. "

하고픈 말을 끝내놓고 지연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잠시동안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는데 오래된 듯 초조하기까지 했다.

" 알았어, 생각해 볼께..   이제 그만 집에 가요, 추워.. "

고맙게도 어느 정도는 마음을 열어준 듯 싶어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 정말 고마워, 오빠.  그 인간을 막아줘서.. "

연주의 일행이 구반포 7080 호프집에 모여 승우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자신의 사촌동생에게 일의 결말을 자세히 전해들은 연주와, 일의 향방에 따라 자신의 집에도 불똥이 튈까봐 걱정하던

멤버들이 모인 것이다.

" 사촌동생이 적당히 겁을 주는 바람에 잘 해결이 된거야, 나 혼자 나섰더라면 어려웠을지도 몰라. "

" 동생한테 들었어, 오빠가 천만원씩이나 그 인간에게 주기로 했다면서..  그런 인간한테 뭐땜에 돈을 준다니.. "

연주가 승우에게 미안해서 하는 소리다.    자신은 물론이지만 멤버들의 집안이 아수라장이 될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돈이 문제가 아닌것은 그녀도 알고 있다.

" 즉흥적인 인간이라 그나마 큰 일을 막을수 있었던거야, 좋은 경험을 했다 생각하고 그만 잊어버려. "

" 그래, 형부가 나서서 막아주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어..  생각만 해도 아찔해. "

소연이도 이번에 배운게 많다.    가뜩이나 시아버지가 자신의 탈선을 눈치챈듯 싶어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성훈의

일까지 겹쳐 돌이킬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조마조마 했었다.    그까짓 천만원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 맞는 말이야, 이제사 하는 얘기지만 만의 하나 그 인간이 우리들한테까지 못된 행실을 저질렀더라면 그 창피를 어찌

감당했을지 나도 걱정이 많았어..  정말 고마워요, 제부. "

맏언니인 정희 역시 조용하던 집안이 자신으로 인해 평지풍파가 일까봐 내심 추이를 지켜본 터 다.

" 여러사람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이번에 배운게 많어.. "

거칠것 없는 자신의 성격때문에 성훈이와의 일이 터졌다고 깨우치게 된 연주다.   

" 그만하면 됐어, 연주도 많은 피해를 봤잖어..  그만 자책하고 앞으로는 조금 조심하면서 살어.. "

자신 역시 집안에서 지저분한 창피를 당했을 승우가, 오히려 연주를 다독이며 격려해 주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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