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117

바라쿠다 2019. 12. 27. 05:09
~고기 사 갔다며..~
~응, 연말이라..~
엄마가 집주인이 한우 선물셋트를 들고 왔노라고 소식을 전한다.
딴에는 도리를 하고자 한 게지만 썩 와 닿지가 않는다.
~고마워 하더라.~
~별거 아닌데..~
30년 이상 나이가 많은 규식이가 맘에 들어서 만나는 것도 아니다.
숫놈들의 정액이나 뽑아 준 지가 무려 십여년이다.
그깟 몇푼 돈을 받고 그네들의 욕구를 풀어 줌에 자존심 따위는 내팽개쳐야 했다.
편안하게 누워 당연하다는 듯 수발을 기다리는 숫놈을 볼 때는 굴욕스런 기분이 될
때가 많다.
몸 곳곳 숨어있는 성감대를 찾아, 그들이 원하는 욕망의 극치를 느끼게 해 주면, 곧
숨이 넘어가 듯 자지러진다.
각기 다른 숫놈들의 성감이며 그 크기가 천차만별임을 깨우치게 됐다.
별것 아닌 손장난에 부들부들 떠는 숫놈이 차츰 만만스럽게 여겨 졌다.
~왔어?~
~그러엄..~
손님이 없는 무료한 시간에는 폰 화면을 보면서 톡을 주고 받는다.
뭇 숫놈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규식이에게 푸는 셈이다.
~가져 와 봐.~ 
~잠깐만..~
규식이가 마련한 놀이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재미가 생겼다.
먹고 싶은 반찬거리는 규식이의 며느리에게서 가져 오게끔 했다.
남편의 월급으로 먹고 사는걸 큰 특혜라도 되는 양, 위세를 부리는게 꼴보기 싫어 
귀찮은 주방일이나마 하게 만들었다.
엄마보다 나이 많은 제 년의 시아버지가 내 노리개에 불과하다는걸 과시하고 싶다.
~어떤게 맘에 들어?~
~..이거..~
반찬 심부름뿐이 아니라 소소한 생활용품까지도 규식이가 도맡게 했다.
오가며 눈여겨 봤던 화장품이며 옷가지들을 사 오게끔 했다.
핸폰에 뜨는 광고성 생활용품도 불러 주는대로 택배를 통해 전달 받는다.
배달돼 온 팬티중에 검은색 하나를 골라 카메라쪽에 들어 보인다.
~다 먹었어?~
~응, 깨끗이..~
뿐만이랴, 시키는건 뭐든 잘 따른다.
처음엔 장난삼아 씹던 껌을 건네줬더니 별 내색없이 받아 씹기도 했다.
조물조물 씹어 단물마저 빠졌을 갈비를 입으로 전해 줘 봤더니 마냥 흡족해 했더랬다.
매운탕 국물에 밥을 말아 먹다 남겨놔도 순전히 규식이 몫이 된다.
~벗어 봐, 잘 있나 보게..~
~..........~
나이가 많을 뿐, 가운데 토막 그 놈은 제법 구실을 한다.
그 나이때는 부실하리라 여겼는데, 내 앞에서는 힘이 빠진걸 본 적이 없다.
제 딴에는 어줍잖은 욕심내는게 귀여워 슬슬 어루만져 주면 분수도 모르고 기어 오른다.
해서 학대를 했던게고, 그 강도가 점차 심해져도 그 놈은 시드는 법이 없다.
미찌꼬의 사례처럼 숫놈 길들이기 나름이라더니 온전히 나만의 소유물이 된지 오래다.
~또 비아그라 먹었어?~
~..아니..~
무수히 얻어 맞으면서도 싫다는 기색없이, 오히려 즐기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록 70씩이나 된 노인이지만, 데리고 노는 심심풀이로는 적격이다.
비록 숫놈의 정액이나 빼 주는 처지라 하나, 맘껏 부릴수 있는 장난감이나 있어 위안이 
되는 요즘이다.
~나 없이도 빳빳하네.~
~..그러게..~
개의 목에 줄을 매달고 산보를 함과 마찬가지로, 규식의 목에 걸린 줄을 잡노라면 이유
모를 뿌듯함마저 있다.
규식의 생사 여탈권을 쥔 주인이 된 심정이다.
서울은 눈이 오지 않았지만, 충북 단양에서 경북 풍기로 넘어가는 소백산 줄기 죽령고개엔 
마른 가지마다 새하얀 눈꽃이 피었더랬다.
죽령고개 휴게실에 차를 세우고, 인적없는 곳으로 규식이와 눈길에 발자욱을 남겼다.
~벗어, 몽땅..~
~..........~
실오라기 하나 없는 발가벗은 규식의 목에 개줄을 묶고 산 정상 가까이까지 올랐다.
사람들이 활보하는 대로변에서 목줄에 제압당한 숫놈을 자랑할순 없기에, 사람 발길이 
뜸한 그 곳을 택했다.
추워서 덜덜 떨면서도 목줄 땡기는대로 끌려 오는 규식이를 보니, 숫놈 모두가 내 발 
아래 있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털이 수북한 외투를 입었음에도 몰아치는 산바람은 매섭기 짝이 없다.
소원이다시피 한 목적을 이루었기에, 수십번 각도를 바꿔가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댔다.
뺨이 얼얼하지만 않았다면 두어시간은 더 버티었을 것이다.
홀랑 벗은 규식이야 얼어죽던 말던 기막힌 포즈의 사진이 몇장되지 않는게 지금도 
아쉽기만 하다.
~누워..~
~..........~
코가 시릴 정도로 추운 시간이 계속되니 오금이 저려 참을수가 없다.
급한대로 외투를 열고, 겨우 팬티만 내린채 규식이 얼굴을 깔고 앉았다.
시원스레 봇물터진 느낌에, 고개를 숙여 보니 규식의 입 주변에 모락모락 수증기가 일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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